"이재명 기각 시킨 판사라…" 송영길 구속에 입닫은 野 속사정

위문희 2023. 12. 1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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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송영길 전 대표가 구속되자 당혹감 속에 후속 수사가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검찰 차량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전날 자정께 전해진 송 전 대표의 구속 소식에 19일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오전 원내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는 이미 탈당해 개인의 몸이라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없다”며 “기소가 돼서 곧 재판에 들어갈 텐데, 사안들에 대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도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위례·성남FC·백현동 의혹’ 재판에 출석했을 뿐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내년 총선이 넉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전·현직 당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떠안은 민주당 내부에선 겹악재를 우려하는 위기감이 감지됐다. 한 중진 의원은 “송 전 대표 본인의 일탈 행위로 볼 수 있겠지만 전직 당대표를 지낸 만큼 당 차원에서 책임 있는 대응이 있어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쇄신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도 “167석의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이기려면 혁신보단 반성하고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 일각에선 송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영장전담 판사가 유창훈 부장판사라는 점 때문에 대응에 나서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유 판사는 지난 9월 27일 이재명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영장 기각은 야당 탄압과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사필귀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이날 BBB 라디오에서 “민주당으로선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라며 “특히 이번에 영장전담 판사가 이 대표 때는 기각시켰던 판사다. 이걸 정치 판결이라고 우리가 공격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5월 27일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27일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송 전 대표의 구속으로 최대 20여명에 달하는 돈 봉투 수수 의원에 대한 검찰 조사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역 의원이 참고인 또는 피의자 신분으로 줄 소환될 경우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도덕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른바 ‘이정근 녹취록’에 실명이 언급된 이성만 무소속 의원과 김남국·김승남·윤재갑·이용빈·임종성·허종식 민주당 의원 등 7명에 대한 조사부터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모두 돈봉투 수령 의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힌 상태다.

민주당의 86그룹 맏형격인 송 전 대표의 구속으로 당내서 86세대를 겨냥한 퇴진 압박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이날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는 “586 운동권의 씁쓸한 윤리적 몰락을 목격했다”며 “부패한 꼰대, 청렴 의식은 없고 권력욕만 가득한 구태가 그들의 자화상”이라고 비판했다.

여권에선 송 전 대표의 구속이야말로 “사필귀정”이란 반응이 나왔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논평에서 “온갖 기행과 꼼수로 아무리 빠져나가려 해도 지엄한 대한민국의 법은 반드시 정의를 구현한다”며 “의혹의 정점에 있는 송 전 대표의 구속은 당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 “사필귀정, 정의의 승리”라며 “불법 정치자금을 걷어 당 선거에 돈 봉투를 살포하는 행위는 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80년대 군사정부나 하던 짓”이라고 썼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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