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붓글씨 경매서 19억5000만원에 낙찰 ···고국 품으로

이은주 2023. 12. 1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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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모습이 지렁이와 고양이의 모습이 비하겠는가"라는 뜻이다. 한지에 먹, 34x135cm,1910. [사진 서울옥션]

안중근(1879~1910 ) 의사가 1910년 3월 중국 뤼순 감옥에서 쓴 묵서가 19일 오후 서울옥션 경매에서 19억 5000만 원(수수료 포함 23억 3600만원)에 낙찰됐다. 안 의사 유묵 중 최고가 기록이다. 추정가는 5억~10억 원이었다. 앞서 안 의사 유묵 중 최고가 작품으론 2018년 7억5000만 원에 낙찰된 '승피백운지우제향의(乘彼白雲至于帝鄕矣)'가 있었다. "저 흰구름 타고 하늘나라에 이르리"라는 뜻이다.

이번 작품엔 "용과 호랑이의 웅장한 모습이 어찌 지렁이와 고양이의 모습에 비하겠는가(龍乕之雄勢豈作蚓猫之熊)"라고 쓰여 있다. 힘 있고 빠르게 써 내려 간 필치가 강렬하다. 글씨 왼쪽에 '경술년(1910년) 3월 여순 감옥에서, 대한국인 안중근 씀'이라고 적혀 있다. 안 의사의 '상징'으로 꼽히는 손바닥 도장도 선명하다.

묵서는 그동안 일본에 소재하고 있었으며, 이번 경매를 앞두고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이날 경매는 5억 원에서 시작됐으며 처음엔 다섯 명 이상이 응찰했다가 13억 원부터 두 명의 입찰자가 전화 응찰로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낙찰됐다. 이옥경 서울옥션 부회장은 "일본 소장가가 갖고 있던 작품이 이번 낙찰로 국내로 온전히 돌아오게 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안 의사는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혐의로 2월 14일 사형선고를 받았았다. 그리고 1910년 3월 26일 오전 10시 순국했다. 안 의사가 투옥 전에 쓴 서예 작품은 거의 없고, 사형 선고를 받은 뒤 다수 썼다는 기록이 있다. 이호재 서울옥션 회장은 "형 집행을 앞두고 당당함을 잃지 않은 안 의사의 기개가 강렬한 필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며 "글씨의 가치도 높지만 안 의사의 꿋꿋한 정신과 삶이 이제야 제대로 대우를 받은 것 같아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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