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백화점에 생긴 크리스마스 마켓…체험 콘텐트에 지갑 열린다
“여기 할아버지 옆에 앉아봐, 핀란드에서 온 산타클로스야.”
싸라기눈이 내리는 19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앞 아레나 잔디광장은 산타클로스를 만나려고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은 사람들로 붐볐다. 이날 산타를 가장 먼저 만난 이는 세 살 딸과 함께 마켓을 찾은 권재희(34)씨다. 권씨는 딸에게 ”산타 할아버지 몸집이 크고 수염도 많지만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라고 미리 알려주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권씨는 산타의 존재를 믿는 딸에게 진짜 산타클로스를 보여주고 싶어 롯데백화점 앱으로 신청, 1시간당 20팀만 받는 선착순 예약에 성공했다. 산타와 2분 30초 간의 짧은 만남 이후에도 권씨는 크리스마스 소품을 구경하고 간식을 사 먹는 등 1시간 이상 이곳에 머물렀다. .
백화점ㆍ호텔 등이 고객의 오감(五感)을 붙잡는 체험형 크리스마스 마켓을 조성해 소비자 마음 사로잡기에 나섰다. 거대한 트리나 화려한 조명 밑에서 ‘인증샷’ 사진을 찍는 데 그치지 않고, 고객이 직접 보고ㆍ듣고ㆍ만지고ㆍ맛보고ㆍ맡아보는 경험거리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앞세운 건 ‘마켓’이다. 아레나 광장 잔디 위에 나무 데크를 쌓고, 세모난 지붕의 글래스 하우스를 세웠다. 495㎡(150평) 규모의 글래스 하우스에는 25개 브랜드가 참여해 2000여 종의 크리스마스 관련 소품을 판매한다. 날짜별로 마켓 입장권 100장을 선착순으로 판매했는데 매회 5분만에 마감됐다. 주말에는 현장 대기 방문자만 1000명을 넘기고 있다. 롯데백화점 측은 마켓 한가운데 주크박스를 설치해 사람들들이 직접 캐럴을 골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현대백화점은 ‘골목길’을 만들었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 5층 3300㎡(1000평) 규모의 H빌리지에는 소규모 공방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유럽의 어느 골목길 풍경이 재현돼 있다. 골목길을 채운 16개의 부티크는 우체국, 케이크샵, 그릇 공방 등으로 구성해 크리스마스 감성이 물씬 묻어난다. 고객이 ‘오래된 골목길’을 걷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게 서점에서는 오래된 종이 냄새가 나도록 했고, 캐럴은 클래식한 곡으로만 선곡했다. 입소문을 탄 H빌리지는 입장권 사전 예약이 시작되자 4만여 명이 동시 접속하며 화제를 모았다. 4차까지 이어진 모든 회차가 매진됐다.
굿즈 사러 갔다 인근 백화점ㆍ호텔 투어 효과도
크리스마스 마켓에 들른 고객들이 주변 백화점과 호텔로 발길을 이어가며 쇼핑하는 구매전환 효과도 톡톡히 나타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마켓 방문 고객을 분석하니 60% 이상이 롯데백화점 잠실점과 에비뉴엘, 월드몰에서 추가로 물건을 구매했다. 이들 구매자 중 절반 이상은 기존에 이 백화점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던 신규 고객이라고 한다.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 기획은 복합 리조트 파라다이스시티에서도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파라다이스시티는 인천 영종도에 위치한 리조트 내 8900㎡(2700평) 규모의 대형 실내 광장에 운영한 크리스마스 팝업 마켓 성과를 분석했다. 이달 8일부터 18일까지 플라자 내 입점한 매장 매출은 전년 대비 약 22% 정도 증가했고, 마켓 방문자들을 호텔로 유입하는 효과도 나타났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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