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마이너스 금리' 마침표 아직도 멀었다…“끈질기게 금융 완화”
일본은행(BOJ)이 초 완화적 통화 정책을 유지 방침을 밝혔다. ‘인내심있는 금융 완화’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BOJ의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기대감에 최근 꿈틀거렸던 엔화 가치는 BOJ의 발표 이후 약세로 방향을 틀었다.
19일 BOJ는 전날부터 이틀간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 금리를 현행 연 –0.1%로 동결했다. 무제한 국채 매입을 통해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폭 상한을 1%로 유지하는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도 현행 유지 방침을 정했다. 지난 10월 31일에는 상한을 0.5%에서 1%로 올렸는데, 이날은 기존 상한을 고수했다.
BOJ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앞선 10월까지 19개월 연속으로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지만 임금 상승을 수반하는 물가안정 목표 달성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다”라며 “금융 완화를 인내심 있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근 일본의 물가 상승은 에너지 및 원자재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BOJ가 목표로 하는 ‘임금 상승을 동반한 물가안정’ 과는 거리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을 동반한 경기 침체) 탈출을 위해 지난 2016년 2월 정책 금리를 –0.1%로 내린 이후 현재도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최근에는 일본 물가 상승률이 2%대 후반을 이어가며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자 BOJ도 통화 정책 정상화를 모색할 거란 전망이 나왔다. BOJ 총재의 입은 이런 기대감에 불을 붙였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지난 7일 참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 참석해 “임금 인상과 물가 상승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 확실해진다면, 마이너스 금리 해제와 장·단기 금리 조작 개선(폐지)도 시야에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BOJ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우에다 총재가 당장 정책 변경을 하지 않더라도 정책 정상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는 예상이 나왔지만, 실제는 달랐다. 우에다 총재는 이날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금융 정책에 대해서는 끈질기게 금융 완화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시장의 통화 정책 정상화 기대감을 키운 지난 7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선 “국회에서 향후 대응 관련 질문을 받아서 (임기) 2년째에는 한층 마음을 다잡겠다는 생각으로 말했다”라고 주워 담았다.
이에 BOJ의 정책 변화는 내년 하반기에나 이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BOJ 입장에서 물가 상승의 지속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려면 임금 지표 상승을 확인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시간을 고려하면 내년 7월에 정책 변경을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가 회의 이전인 지난 1~6일 52명의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7%는 내년 4월 회의에서 마이너스 금리 해제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 시기가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통화 정책 변화 기대감이 사그라들며 엔화 가치 강세 흐름은 주춤했다. 150달러를 넘어섰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BOJ 정책 변경 가능성에 140달러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날 회의 직전에도 142달러 수준에 움직였는데 회의 직후에 144달러로 상승했고(엔화 약세) 이후 비슷한 수준에서 거래됐다.
다만 시기의 문제일 뿐 일본이 내년 중 마이너스 금리에서 벗어날 거라는 전망은 여전히 우세하다. 우에노 야스야 미즈호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정책 정상화의 큰 발걸음인 마이너스 금리 해제는 시간문제라는 게 시장 인식”이라고 말했다.
BOJ의 피벗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 변화 못지않은 파장을 불러올 가능성이 큰 만큼 시간을 두고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오르면 일본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려 고금리 국가 자산에 투자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막대한 규모의 ‘머니 무브’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은 해외 투자를 가장 많이 한 국가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일본의 해외 투자 자금(순대외금융자산)은 3조2730억 달러(약 4290조원)에 이른다.
황인선 국제금융센터 부원장은 “일본의 통화정책 변경이 현실화하면 엔캐리 자금의 일본 회귀 등의 여파로 미국 국채 금리와 환율 등 국제 금융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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