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치 품은 쿠팡… 국내 명품시장 지각변동 불가피
쿠팡 물류와 결합 시 시너지 극대
시장 패러다임 전환 가능성 충분
그동안 사실상 '독점' 백화점 긴장
쿠팡이 세계 최대 규모의 온라인 럭셔리 기업 파페치(Farfetch)를 인수하면서 국내 명품 시장 내 지각 변동이 예상된다. 전 세계 1400개 명품 브랜드를 일거에 확보하면서 그간 명품 시장을 거머쥔 백화점과의 대결 구도가 불가피해진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명품 수요가 높은 국내에서 쿠팡의 로켓배송 역량이 파페치와 결합하면 백화점의 핵심 경쟁자로 급부상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 모회사 쿠팡Inc가 전날 전격 인수한 명품 패션 플랫폼 파페치에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으로 로켓배송 서비스가 적용될 것으로 관측된다. 로켓배송은 주문 다음 날 상품이 배송되는 쿠팡의 대표 서비스다. 무료 배송·반품도 가능해 쿠팡 물류 시스템의 핵심 역량으로 꼽힌다. 이 서비스가 파페치에 이식된다면 소비자들은 집에서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오프라인 시장에서 접하기 힘들었던 명품을 다음 날 받아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쿠팡이 어떤 형식으로 페퍼치에 로켓배송 서비스를 이식할 지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앞선 7월 쿠팡이 론칭한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 품목을 명품 패션으로 넓히거나, 별도 전용관을 설치하는 방안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로켓배송과 파페치의 결합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국내 유통 채널은 백화점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백화점은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뒤 기저효과까지 더해지면서 명품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0%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신세계백화점(2조4869억원), 현대백화점(5조141억원) 등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한 것도 이같이 높아진 명품 매출 비중이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결국 백화점 입장에서는 주요 먹거리에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더욱이 그 경쟁자의 기본 모태는 이른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비롯해 돌체앤가바나, YSL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 1400개를 아우르는 세계 최대 명품 패션 e커머스다. 일반 백화점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야 입점시킬 수 있는 명품 브랜드가 총망라한 존재라는 것이다. 실제로 에루샤만 놓고 살펴봐도, 롯데·신세계·갤러리아 등 국내 5대 백화점 70여 점포 가운데 이들 3개 브랜드를 모두 입점시킨 곳은 7개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파페치를 인수한 쿠팡 입장에서는 브랜드 수 등으로 압도적인 명품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쿠팡이 현재 전국 30개 지역에 100개 넘게 구축한 물류센터를 활용한 로켓배송이 더해진다면, '백화점의 전유물'로 여겨진 명품 시장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로켓배송 혁신에 이어 명품 시장에서도 새로운 혁신 기업의 면모를 보여줄지 기대된다"고 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세계에서 제일가는 명품 소비율을 보이고 있는 점도 지각 변동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2월 모건스탠리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작년에만 168억달러(약 20조9000억원)에 달하는 명품을 구입하면서 1인당 명품 소비 1위 국가에 올랐다. 1인당 구매 금액이 미국은 물론 명품을 많이 소비하는 나라로 알려진 중국보다 많았다. 쿠팡 측이 인수 당일 "1인당 개인 명품 지출이 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뽑히는 한국의 명품 시장에 파페치의 가치를 선보이게 됐다"고 밝힌 것도 궤를 같이하는 부분이다.
한편, 쿠팡은 이번 파페치 인수가 단순 백화점과 경쟁 구도를 떠나 K패션 수출이 전반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페퍼치를 통해 판매되는 한국 브랜드는 우영미, 송지오, 로우클래식, 김해김, 고앤제이 등 10여개에 달한다. 하지만 K팝이나 K푸드 대비 떨어지는 인지도로 세계시장에서 K패션은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 따라다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로켓배송 물류망으로 국내 내수 소비재 기업들이 대거 대만에 진출한 것처럼, K패션 분야에서도 파페치를 통해 세계로 나가는 토종 기업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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