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절박함 드러낸 화성-18 도발…경제도 軍주도권도 밀린다
19일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전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대내외적 어려움으로 '연말용 선전' 소재가 고갈된 가운데 성공 가능성이 큰 '확실한 전략 도발'로 한ㆍ미ㆍ일에 맞서보겠다는 시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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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없는 연말 만회 목적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 김정은은 발사 현장에서 "미제와 추종 무리의 악질적인 대결 야망은 저절로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며 "적들의 온갖 군사적 위협 행위들을 절대로 좌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한ㆍ미ㆍ일이 연이어 확장억제 강화 조치를 취하자 나름대로 군사적 주도권을 사수해보겠다는 북한의 절박함이 묻어난다는 지적이다.
김정은은 또 화성-18형 발사를 통해 "이해(올해)의 마감까지 광란적으로 극대화하고 있는 적대세력들에게 명백한 신호를 보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 17일 밤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뒤 발표한 국방성 대변인 담화에서도 "연말연시를 앞두고까지 미국이 조선반도 지역에 또다시 핵전략 수단들을 들이민다"고 반발했다.
이처럼 북한이 유독 '연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건 오는 27일로 예상되는 전원회의에서 올해 성과를 '총화'(결산)하는 작업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내부 기강 확립이 절실한 가운데 경제적 성과는 미진하고, 군사 주도권까지 밀리는 듯 하자 이를 만회할 맞춤형 '전략 도발'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군과 정보 당국의 감시가 틀리지 않았다면 북한의 이번 발표는 자신들의 미사일 발사를 정당화하고 연말 전원회의를 앞두고 성과를 극대화하고자 인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끼워 맞추기식 과장 발표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9일 방송에 출연해 "우리가 (확장억제 강화를 목표로 한)한·미 핵협의그룹(NCG) 언론 발표를 하기 전에 이미 북한의 발사 준비 지시는 떨어졌다. ICBM 발사를 준비할 때는 NCG가 열린다는 것을 모르던 북한이 이제 와서 NCG 탓을 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또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도발 시점을)맞추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우리)정부의 안보 대비 태세에 구멍이 있는 것처럼 연출하기 위한 작위적인 시도"라고 했다. 화성-18형을 쏴놓고 한·미에 책임을 돌리는 건 전형적인 북한의 도발 명분 쌓기 전술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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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성공할 카드 활용
실제 이번 발사는 앞서 지난 7월 북한의 화성-18형 2차 발사 때와 성능 측면에서 흡사하다. 이미 성공한 선택지를 '재활용'한 것을 두고 군사·기술적 안정성 확보라는 목적도 있지만, 대내외에 위력을 떨치기 위한 목적이 더 큰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후계자로 관측되는 김정은의 딸 주애가 분홍색 모피를 입고 현장에 동행한 것도 이런 과시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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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내는 美 상대 몸값 높이기
한편 김정은의 이날 발언에서 주목되는 건 미국의 행보에 따른 '대응 조치'라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점이다. 지난해부터 북한은 한국을 향해선 전술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혔지만, 이날 김정은의 대미 공격 위협은 사실상 '조건부'였다.
김정은은 이날 훈련이 "워싱턴이 우리를 상대로 잘못된 결심을 내릴 때에는 우리가 어떤 행동에 신속히 준비되어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할지를 뚜렷이 보여준 계기가 됐다"며 "적들이 계속 잘못된 선택을 이어갈 때는 분명코 보다 진화되고 보다 위협적인 방식을 택하여 더더욱 공세적인 행동으로 강력하게 맞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바꿔 말하면 미국을 향해 "잘못된 결심과 선택을 말아 달라"는 호소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김정은이 "강한 분노", "초강경 보복 의지" 등 거친 수사를 쓰면서도 내심 '미국의 행동에 따라 북한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북한의 이번 도발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북핵을 사실상 용인하고 협상에 임할 수 있다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 매체 폴리티코의 보도가 나온 후에 이뤄졌다. 김정은으로선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권에 둔 ICBM 위력을 과시하며 내년 미국 대선까지 꾸준히 '몸값 불리기'에 골몰할 이유가 생긴 셈이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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