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경 英 휘트워스 미술관장 “예술 바라보는 균형잡힌 시각, 사회적 역할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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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세 명의 화가가 세상을 떠났다.
이 관장은 "2000년에 문 연 테이트모던의 목표는 보다 다양한 세계의 미술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한국도 6·25전쟁 이후 수십년의 현대미술사를 가지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문명의 산물로서 예술은 더 발굴하고 연구할 부분이 많다. 백인, 서구, 남성 중심의 '배척하는 미술사'는 이미 지나간 시대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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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 서구, 남성 중심의 ‘배척하는 미술사’는 이미 지나간 시대의 것”
1944년 세 명의 화가가 세상을 떠났다. 바로 피에트 몬드리안, 바실리 칸딘스키, 그리고 힐마 아프 클린트다. 몬드리안과 칸딘스키는 ‘추상 회화의 선구자’로 대중의 추앙을 받았다. 클린트는 이들 중 가장 먼저 추상화를 그렸지만 가치를 평가 받지 못했고, 미술사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1900년대 예술가들의 사회에서 스웨덴은 유럽의 변두리였고 클린트는 여자였다.
클린트는 자신의 작품이 동시대에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 판단하고 사후 20년 간 공개하지 말아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실제로 그의 그림이 세상을 뒤흔든 것은 훨씬 긴 세월이 흐른 뒤였다. 2018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엔 사상 최다인 60만명의 관객이 찾았고, 클린트의 삶과 예술이 조명되기 시작했다. “내가 감행한 시도는 인류를 놀라움에 빠뜨릴 것”이라는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다큐멘터리 영화 ‘힐마 아프 클린트-미래를 위한 그림’의 홍보대사로 한국을 찾은 이숙경 맨체스터대 교수 겸 휘트워스 미술관장을 지난 13일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만났다. 이 관장은 “클린트는 인간의 지식 범주가 확장된 100년 전 유럽의 정신적·사상적 배경을 설명한 작품을 만들어냈다”면서 “여성 작가들은 덜 보여지고 발굴되지 못했으며 거장으로 이름을 남기기보다 각주 정도의 역할에 그쳤고, 클린트는 그 정도의 주목도 받지 못했다”고 짚었다.
이 관장은 “성차별과 편견은 미술계에 계속해서 존재했다. 최근 들어 서구의 유수한 미술관들은 이런 차별들을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지 고민해 왔다”며 “다큐는 파리 뉴욕 런던 베를린이 아닌 다른 곳에 아직도 가치를 보여주지 못한 작가가 얼마나 많을까 하는 의문을 남긴다”고 말했다.
다큐가 전하는 메시지는 이 관장이 지난 20년 간 이른바 예술계 주류 무대에서 아시아인으로서 기울인 노력과 궤를 같이 한다. 이 관장은 영국 테이트모던의 국제미술 수석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예술사회에 보다 넓고 균형잡힌 시각을 제시하고자 했다. 2019년 테이트모던에서 백남준 회고전을 열었고, 올해 광주비엔날레엔 15년 만의 한국인 예술감독으로 선임돼 노자의 도덕경을 모티브로 전시를 기획했다.
이 관장은 “2000년에 문 연 테이트모던의 목표는 보다 다양한 세계의 미술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한국도 6·25전쟁 이후 수십년의 현대미술사를 가지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다”며 “문명의 산물로서 예술은 더 발굴하고 연구할 부분이 많다. 백인, 서구, 남성 중심의 ‘배척하는 미술사’는 이미 지나간 시대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6월 맨체스터 소재 휘트워스 미술관장 자리를 맡으면서 그는 이 시대에 맞는 미술관의 역할을 찾아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 관장은 “방직공장이 처음 생기고 노동자 계급이 등장한 곳, 식민주의의 배경이 된 곳이 맨체스터”라며 “도시의 역사가 전지구적인 미술의 역사와 맞닿는 부분을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술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예술을 통해 사는 방식을 배우고 치유할 수 있는 곳, 공동체를 위한 프로그램이 활성화된 곳으로 만들고 싶은 것도 하나의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세계무대를 꿈꾸며 공부하는 한국의 미술학도들에겐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지식을 넓히려 하되 그것이 문화적 편견은 아닌지 스스로 물어보길, 더 흥미롭고 의미있는 예술이 없을까 항상 탐구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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