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스나이더 감독이 30년간 하고 싶었던 이야기의 시작

장혜령 2023. 12. 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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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넷플릭스 영화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

[장혜령 기자]

 영화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 스틸컷
ⓒ IMDB
 
영화를 흔히 '꿈의 공장'에 비유한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못 할 게 없는 상상력의 마법이 영화인 셈이다. <새벽의 저주> < 300 > <왓치맨> <저스티스 리그>를 만든 잭 스나이더 감독이 오래전부터 품어 왔던 꿈, 만들고 싶던 세계관을 집대성한 영화가 선보이게 되었다.

넷플릭스가 홀리데이 시즌을 겨냥해 선보인 잭 스나이더 감독의 신작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가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섣불리 말하기 보다 파트2를 봐야 온전해질 수 있다는 거다. 멤버 섭외 과정만 봐서는 단정할 수 없겠다. 곳곳에 뿌려 둔 떡밥은 파트2에서 수거되리라 예상한다.

반란군을 모으기 위한 긴 여정
  
 영화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 스틸컷
ⓒ IMDB
 
우주를 지배하려는 마더월드의 섭정 왕 발리사리우스(프라 피)는 특사 노블 제독(에드 스크레인)을 우주 최극단 위성 벨트로 보낸다. 벨트에는 과거를 숨긴 채 평화로운 농부들과 수확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코라(소피아 부텔라)가 숨어 살고 있다.

냉혹한 성격의 노블 제독은 벨트까지 찾아왔다. 마더월드가 쫓고 있는 반란군의 리더 블러드액스 남매(클레오파트라 콜먼, 레이 피셔)의 흔적을 묻던 중 아무렇지 않게 살인을 저지르고 협박을 일삼는다. 갑자기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 정착촌 주민들은 자신을 지켜 줄 전사가 절실해진다.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던 코라는 군대를 모집하기 위해 여러 행성을 누비며 멤버를 소집한다.

그 과정에서 만난 조종사 겸 총잡이 카이(찰리 허냄), 전설의 지휘관 타이투스 장군(자이먼 운수), 사이보그 검객 네메시스(배두나), 왕족의 피가 흐르는 포로 타라크(스태즈 네어), 저항군의 전사 밀리우스(E. 더피)와 소규모 군대를 형성하게 된다.

잭 스나이더가 평생 꿈꿔 온 세계관
  
 영화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 스틸컷
ⓒ IMDB
 
잭 스나이더 감독은 30년 전 대학 수업 과제였던 레벨 문 시놉시스를 약 20년 전부터 구체화해 대본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꿈의 공장에서는 한계가 없었다. <레벨 문>의 세계관을 형상화한 4000개의 그림을 직접 스케치했으며, 벨트 마을의 약 2만 제곱미터 규모의 부지를 CG가 아닌 실제로 제작했다. 영화를 위해 언어학자와 3가지 언어도 만들어 냈다.

때문에 잭 스나이더 감독의 팬이라면 희소식이다. 그의 작품이 한데 모여 있는 종합선물 세트라 할 만하다. 구원의 영웅서사이자 스페이스 로드무비, 레트로풍 SF 등 다채로운 장르가 섞여있다. 우주 행성이지만 농경사회에 뿌리를 둔 벨트는 목가적인 복고풍 분위기를 자아낸다. 힘을 합쳐 더욱 지켜야 할 노스텔지어로 여겨지며 스팀펑크 장르의 변주라 할 만한 요소도 눈에 띈다.

진부함과 낯섦이 공존한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사랑한 작품의 오마주가 확실하다. < 7인의 사무라이 >를 바탕으로 <스타워즈> <반지의 제왕>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약자의 연대와 강자의 대결, 아웃사이더의 반란이 중심이다.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변방의 인물이 모여 악의 세력에 대항하고자 한다. 선함은 언제나 승리한다는 보편적인 주제를 바탕으로 한다. 질 게 뻔하지만 전투에 기꺼이 참가할 멤버를 모으는 과정이 파트1의 주요 에피소드다.

다양한 캐릭터가 나오지만 인상적이지는 않다. 캐릭터의 전술을 짧게 소개하고 액션을 보여주는 방식이다. 캐릭터를 깊게 파고들지 않아 전반적으로 평면적이다. 또한 느린 전개와 과도한 슬로우 모션도 재미를 반감하는 요소로 지적된다. 액션은 화려하지만 단순한 서사는 피로감을 유발할지도 모르겠다.
  
 영화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 스틸컷
ⓒ IMDB
 
배두나는 한국적 요소를 가미해 갓을 쓰고 등장한다. 팔꿈치 아래 기계 의수를 달아 검을 뜨겁게 만들 수 있는 능력자다. 무사 네메시스는 남성의 전통 갓을 여성이 써 신비로운 분위기로 쌍검술을 선보인다. 실랏과 절권도를 결합한 속성 과정으로 배웠다고 전해진다. 네메시스의 고향 행성 이름은 한국어 '별'로 설정되어 있다.

파트1 답게 주인공 코라를 비롯한 멤버 영입만으로 러닝타임을 채운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닐지라도 자신만의 재해석을 거쳐 스페이스 오페라를 펼쳐낸 개인적인 성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세계관과 인물의 관계에 집중하며 설명하는 게 전부다.

본격적인 전개는 파트2에서 펼쳐질 듯하다. 안소니 홉킨스가 목소리 연기한 '지미'는 왕족을 보호하기 위해 프로그래밍된 로봇이다. 영화 말미에 알 수 없는 각성을 하며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바로 이어지는 쿠키 영상은 흥미를 유발한다. 왕을 시해한 섭정 왕 발리사리우스와 노블 제독의 비밀스러운 관계가 드러나며 파란을 예고할 듯 보인다.

<레벨 문: 파트1 불의 아이> 넷플릭스 공개일은 22일(금) 낮 12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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