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 처음에는 길 아니었어"…與 비대위원장 수락의사 내비친 한동훈(종합)

한동훈 비대위원장직 제안 여부에 대해 즉답 피해
정치경험 부족·尹대통령 관계 등 반박 나서기도
김건희 특검법은 악법…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 수락 가능성을 시사했다. 비대위원장을 맡기기에 정치 경험이 없지 않냐는 세간의 지적에 대해선 "많은 사람이 같이하면 길이 되는 것"이라며 돌파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한 장관은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수락할지를 묻는 질문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그는 이에 대해 "어떤 제안을 받은 게 아니다"라면서도 "특정 정당, 비대위 구성에 대해 제가 공개적으로 말씀드릴 것은 아닌 것 같다"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한 장관은 간접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일반론’을 들어 수락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정치 경험이 없다는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일반론이니 일반적인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다"며 "세상의 모든 길은 처음에는 다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 하면 길이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한 장관이 내년 총선을 지휘하는 비대위원장을 맡는 문제로 설왕설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비판적인 견해를 드러내는 이들이 지적하는 가장 큰 결격 사유는 정치 경험 부재였다. 이에 대해 정치 경험이 없다는 지적 자체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길’이라는 비유를 통해, 돌파 가능성을 언급했다.

어떤 길도 처음 걷는 사람이 나서기 전까지는 길이 아니었으며, 그 길을 혼자가 아닌 여럿이 걸어야 길이 된다는 이치를 꺼낸 것은 자신만의 새로운 정치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 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국회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또 다른 약점으로 여겨졌던 윤석열 대통령과의 각별한 관계에 대해서도 ‘일반론’을 들어 에둘러 반박했다. 한 장관은 "지금까지 공직생활 하면서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 가지 기준을 생각하고 살아왔다"며 "그 과정에서 누구를 맹종한 적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모든 공직자와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서 협력하는 관계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공복으로서 윤 대통령과 협력하는 관계가 무엇이 문제냐는 반론이다.

한 장관은 비대위원장 수락 시 맞상대가 될 민주당을 향해서는 날 선 공세를 이어간 점도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 ‘아바타’라는 비판에 대해 "민주당에서 많이 하는 것 같은데, 자기들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맹목적으로 추종하고 절대복종하니까 남들도 다 그러리라 생각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해서 "이것을 물어보면 왜 곤란할 것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민주당이 이 대표 옹호에 바쁘니 저도 그러리라 생각하는데 (해당 논란은) 몰래카메라 공작이 맞지 않냐. 서울의 소리에서 고발했던데 법과 원칙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첫 시험대로 보는 김 여사 관련 특검법 해법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넘어올 것이니 입장을 낼 문제는 아니다"라면서도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 국민들 보시기에도 그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법은 다음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면서 "그런 악법은 국민들의 정당한 선택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어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