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명문' 수원 삼성, 다시 올라오기 위한 '해결책'은?
[곽성호 기자]
▲ 2023년 K리그 1에서 강등된 전통 명가 수원 삼성 |
ⓒ 한국프로축구연맹 |
K리그 우승 4회, FA 컵 최다 우승(5회), 아시아 슈퍼컵 우승 2회, 리그컵(폐지) 최다 우승(6회)에 빛나는 전통 명문 수원 삼성이 2023시즌을 끝으로 K리그 1에서 강등되는 최악의 수모를 겪었다.
현실로 다가온 수원 삼성의 강등
1995년 12월 15일, 대한민국 재계 서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삼성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수원 삼성은 첫 발걸음을 뗐다. 김호, 차범근 감독으로 이어지는 명장들이 차례로 지휘봉을 잡았으며 고종수, 이임생, 서정원, 박건하, 이운재, 김남일, 안정환 등 당대 최고 스타 선수들을 수집하며 전력을 구축했고 이는 자연스럽게 우승의 길로 인도했다.
1996년 구단 창단 이후 수원은 2008시즌, 차범근 감독 지휘 아래 4번째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명실상부 최강 클럽임을 과시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영광의 시간은 2010년 이후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현대 스포츠단의 과감한 투자로 전북 현대가 리그 패권을 서서히 잡기 시작했으며 이에 더해 숙적 FC 서울이 2010년과 2012시즌 연이어 리그를 제패하며 수원의 질주를 가로막기 시작한 것이었다. 또 투자 운영 주체가 삼성 그룹이 아닌 제일 기획으로 2014년 이관되며 투자가 줄기 시작했고 서서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6시즌 수원은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에 진출하는 뼈아픈 경험을 겪었고 서정원 감독이 떠나간 직후 시즌인 2019년에도 역시 리그 8위를 기록하며 하위권으로 내려앉기 시작했다. 이후 2021시즌을 제외하면 파이널 A 그룹에 도달하지 못했던 수원은 직전 시즌에는 첫 강등 플레이오프를 경험하며 오금 저리는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당시 오현규(셀틱)의 활약으로 간신히 K리그 1에 잔류했던 수원이었으나 2023시즌도 역시 수원의 상황은 다르지 않았다. 개막 이후 리그 10경기에서 2무 8패를 기록하며 무너졌고 이병근 감독이 물러나고 김병수 감독이 소방수로 부임한 이후에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김 감독 부임 후 첫 경기였던 12라운드 전북과의 경기에서 0대 3으로 패배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리그 10경기에서 1승 4무 5패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며 분위기 반전에 실패한 것이었다. 전반기 종료 직전 단독 선두 울산 현대와 강등권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던 강원을 연달아 제압하며 분위기가 잠시 반짝였던 수원이었으나 아쉽게도 이후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후반기 시작 이후 리그 7경기에서 1승 1무 5패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 31라운드 대전 원정에서 뼈아픈 패배를 기록한 수원은 또다시 석연치 않은 이유로 김병수 감독과 이별을 선언했다.
김 감독과의 이별 이후 수원은 살아있는 전설 염기훈 플레잉 코치를 감독 대행 자리에 승격시키며 충격 요법을 줬으나 아쉽게도 강등 운명은 피할 순 없었다. 염 대행 부임 이후 인천과의 원정 경기에서 패배를 기록하며 무너졌으나 정규 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리그 2위 포항을 잡아내며 희망을 살려갔던 수원이었다. 파이널 라운드 돌입 이후 첫 경기에서 제주에 무너진 수원은 이후 대전과의 극적인 무승부를 시작으로 수원FC-서울을 연달아 격파하며 잔류 희망을 이어갔으나 승리가 필수였던 강원과의 최종전에서 득점 없이 무승부를 기록하며 강등이라는 숙명을 받아 들어야만 했다.
▲ 수원 삼성의 소방수로 나선 염기훈 감독 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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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K리그 2에서 승격을 위해 싸워야 하는 수원 삼성의 겨울 이적 시장 1차 목표는 바로 인사 혁신과 확실한 철학을 구축한 지도자 선임이다. 먼저 인사 혁신에서 구단의 철학을 확실하게 투영할 인사자가 투입되어야 하는 수원이다. 2019년부터 구단 단장을 역임했던 오동석 단장과 이준 대표가 사의를 표한 상황에서 대표와 단장 선임 작업부터 빠르게 진행해야 하는 수원은 2020년 제주 유나이티드 사례를 답습할 필요가 보인다.
2019시즌 제주는 초라한 성적으로 2부 리그로 강등당한 뼈아픈 기억이 있었다. 적지 않은 구단 운영비를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등의 숙명을 맞이한 제주는 빠르게 구단 혁신을 선언하며 1년 만에 승격이라는 목표물을 성취했다. 제주는 2020시즌을 앞두고 단장 자리에 약 15년간 축구계에서 종사하며 풍부한 경험과 좋은 평판을 지닌 김현희 단장을 선임했으며 감독 자리에는 성남과 광주를 연이어 승격시킨 승격 전도사 남기일 감독을 선임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제주 이외에도 2017시즌과 2021시즌 K리그 1에서 자동 강등의 숙명을 떠안았던 광주는 각각 확실한 철학을 가진 박진섭(부산) 감독과 이정효 감독을 선임하며 재승격에 성공했고 2023시즌에는 승격 이후 최고의 시즌을 맞이하며 내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대회 진출에 성공했다. K리그 2는 절대 강자가 없는 그야말로 개미지옥이다. 과거 K리그 1에서 주름잡았던 전남 드래곤즈(2018 강등), 경남 FC(2019 강등), 부산 아이파크(2020 강등), 성남 FC(2022 강등)는 강등 이후 지금까지 K리그 2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막강한 투자를 등에 업고 승격에 도전했던 대전 하나 시티즌도 3시즌을 지나서 승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또한 제대로 된 효율적인 투자도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강등 원인 중 투자 비용 감소라는 부분이 있었으나 이 부분은 변명거리에 불과하다. 수원은 K리그 1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투자를 받았으나 효율적인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난해 수원은 K리그 1에서 운영비로 약 291억 원을 지출하며 서울에 이어 4위에 올랐다. 과거 지출했던 운영비보다는 확연하게 떨어진 수치지만 여전히 K리그 1에서는 상위권 수준으로 구단을 운영한다는 뜻이다. 포항-대구-제주-강원-인천 구단은 수원보다 더 적은 운영비를 가지고도 그 이상의 투자를 낸 것은 분명 효율적인 투자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미 타 팀들은 빠르게 2024시즌 준비 과정에 들어갔다. 숙적 서울은 K리그 최고 명장 반열에 오른 김기동 감독을 선임했으며 제주는 김학범 감독을 선임했다. 다음 시즌부터 K리그 2에서 경쟁해야 하는 서울 이랜드는 승격 경험이 있는 김도균 감독을 선임했고 신생팀 천안 시티 FC 역시 상무 시절 승격 경험을 보유한 전략가 김태완 감독을 선임하며 시즌 준비에 나섰다. 2023년이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시점, 수원의 2024시즌 구상 준비는 아직도 안개구름 속이다.
과연 전통 명가 수원 삼성은 2023시즌의 아픈 기억을 딛고 2024년 재도약에 성공할 수 있을까. 수원의 향후 행보를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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