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무시하라던 바이든, 지지율 호전 안되자 화 냈다”
" “여러분들은 잘못된 여론조사를 보고 있어요.”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선거 캠페인 본부를 떠나면서 “여론조사에서 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지고 있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시카고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는 “언론이 두 가지 여론조사만 이야기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기고 있다는 다른 10개의 여론조사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취재진과 만나서는 “10개의 여론조사 중 8개는 내가 트럼프를 이긴다. 여러분들은 CNN과 뉴욕타임스(NYT) 두 곳만 다룬다”고도 했다. 11월 이후 최근까지 공개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밀리는 흐름이지만 언론이 정확하지 않은 여론조사 결과에 편향돼 있다는 취지로 불만을 표한 것이다.
그러나 속마음은 달랐던 걸까. 바이든 대통령이 암울한 지지율 수치에 점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18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추수감사절 휴가를 떠나기 전날 밤 백악관 관저에서 최측근 참모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여론조사 지지율 수치가 받아들이기 어렵게 낮은 데 대해 참모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고 한다.
WP “바이든 ‘메시지 안 먹힌다’며 불평”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는 완연하다. WP가 11월부터 이달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17개를 종합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 평균치는 38%에 그쳤다. 반면 부정평가 평균치는 58%였다. CNN이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경합주 미시간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10%포인트, 조지아에서는 5%포인트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대선 승부를 가를 격전지로 꼽히는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의 유권자 민심도 위태롭다. 11월 초 공개된 NYTㆍ시에나대 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경합주 6곳 중 5곳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10~4%포인트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블룸버그통신으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6일까지 경합주 7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7곳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닝컨설트는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이렇다 할 보상을 얻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유권자 표심 결정의 최대 관건인 물가 이슈에서 더 우호적인 여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일각 “2015~2016년 느낌과 비슷”
여당인 민주당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우려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데비 딩겔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미시간)은 “2015년, 그리고 2016년에 가졌던 느낌과 비슷하다”고 WP에 말했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은 공화당 후보로 출마한 트럼프에 석패했었다.
바이든(81) 대통령의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는 고령 리스크를 둘러싼 논란도 잦아들지 않고 있다. 공화당 경선전에서 최근 상승세인 니키 헤일리(51)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이날 공개한 새 정치광고에서 “바이든은 너무 늙었다”고 공격했다.
후원금 모금 순조로운 건 긍정적
다만 민주당에선 내년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 지지율 흐름이 바뀔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일부 민주당 인사들은 지금 공개되는 여론조사는 현 순간의 스냅샷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유권자 대부분이 아직 대선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고 대선 본선에서 바이든과 트럼프 싸움이 굳어져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상황이 되면 여론조사가 바뀔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전략가 사이먼 로젠버그는 “트럼프의 노이즈와 뉴스 메이킹 능력을 감안하면 바이든 캠프가 가급적 빨리 대선 모드로 전환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측에 긍정적인 시그널은 정치 후원금 모금 실적이 순조롭다는 점이다. 올 4분기에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등으로 전통적으로 모금이 어려운 시즌임에도 목표액인 6700만 달러(약 875억 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코너 램 전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은 “바이든의 선거운동은 당의 풀뿌리 지지자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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