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건설업체 내준 대출 100조 돌파…PF 리스크 '흔들'
부동산 위기에 연쇄 부실 우려
금융사들이 건설업체에 내준 대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 사태 이후 40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1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늘어난 여신 중 3분의 2는 2금융권의 몫으로 당시 부동산 호황기를 맞은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하며 사업을 확장한 탓으로 풀이된다.
최근 고금리로 인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중심으로 부동산금융 부실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2금융권의 잠재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증권·보험사를 제외한 금융사의 건설업 대출 잔액은 104조924억원으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직전인 2019년 말보다 74.1% 증가했다. 약 4년이 채 안돼서 44조원이 넘게 불어난 것이다.
이 중 2금융권이 은행보다 대출 증가세가 가팔랐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의 건설업 대출 잔액은 60조7675억원으로 같은 기간 90.4% 폭증했다. 같은 기간 2금융권에서만 29조원 가까이 늘어났는데, 금융권 전체 대출 증가분의 3분의 2는 2금융권에서 나왔다는 얘기다.
비은행예금취급기관은 예금 업무를 수행하는 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과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증권사와 보험사는 포함되지 않는다. 증권사와 보험사 관련 대출을 합치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
은행의 건설업 대출 잔액도 27조8639억원에서 43조3249억원으로 55.5% 늘었다. 2금융권만큼은 아니지만, 은행 역시 15조원 넘게 불어났다.
코로나19와 부동산 호황기가 맞물리면서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된 건설사들이 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출을 늘리며 사업 확장에 나섰던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본격적인 고금리 시기를 맞아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곳곳에서 부동산 PF대출 부실 문제가 뇌관으로 떠오르면서 당시 사업자금을 무리하게 빌리고 빌려줬던 건설사와 금융기관이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사는 부동산PF 과정에서 시행사로 나서거나 신용 보증을 서는데 최근 사업장들이 멈추고 시장 회복이 더뎌지면서 이들의 상환 능력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2.42%로 6월 말대비 0.24%포인트(p) 상승했다. 지난해 말 대비로는 1.23%p 올랐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2금융권 연체율이 심각했다. 상호금융권 PF 대출 연체율이 4.18%로 3.05%p 뛰었다. 저축은행권 연체율도 0.95%포인트 오른 5.56%, 보험업권 연체율이 0.38%포인트 오른 1.11%로 파악됐다.
증권사들의 PF 대출 연체율은 13.85%로 업권 중 가장 높았다. 은행권 연체율은 0.23%포인트 하락해 다시 0%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PF 잔액은 134조3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2000억원 늘었다.
대형 건설사들도 휘청이는 등 건설시장은 긴장감이 맴도는 분위기다. 한국투자증권은 유동성 악화설에 휩싸인 태영건설에 대해 "내년부터 사업성이 부족한 현장의 PF 대출 재구조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이행해야 할 보증액이 7200억원에 달할 것"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아직 '안심할 단계'라고 말하면서도 부실이 번지지 않게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하면서 상호금융권 연체율과 관련해서 "자본과 충당금적립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업권의 건전성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사업장 '옥석가리기'에 나섰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14일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한계기업 등에 대해선 정상화 가능성 평가를 토대로 자구 노력과 손실 부담 등 자기 책임 원칙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통해 잠재 부실 누적을 예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부동산 PF 사업장 가운데 사업성이 부족한 곳에 대한 정리·재구조화가 추진되고 있다며 경·공매가 진행되거나 예정된 사업장은 지난 9월말 기준 120곳으로, 6월 말(100곳) 대비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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