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처남 측 "군부 독재 시절 같다"... 검찰 '헛웃음'
[이주연, 이정환 기자]
"피고인 오OO 증인신청은 형사소송법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과거 군부독재 시절 (피고인이) 마지막 순간에 자백하면 경찰이 검찰에 데려가 입회해 진술받는 방법이다. 이걸 허용한다는 건 형사소송법 정신에도 맞지 않고, 당사자주의에 비춰봤을 때에도 이런 식으로 증인 채택을 할 수 있을 거 같지 않다."
양평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사문서위조·행사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 처남 김OO 이에스아이엔디(ESI&D) 대표 등에 대한 두 번째 공판이 19일 열렸다. 이날 공판의 쟁점은 '공동피고인 오OO씨'에 대한 증인신문이었다.
공흥지구 개발 시공업체인 한신공영 소속 오씨는 김 대표 등과 함께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당사자다. 지난 7월 수원지검 여주지청은 양평공흥지구 사업 과정에서 개발부담금을 감경 받기 위해 토사운반확인서와 토사반입확인서를 위조했다고 판단해, 김 대표와 오씨 등 사업시행사 관계자 5명을 기소한 바 있다.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 형사1단독 박종현 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김 대표 측 변호인은 '군부독재'를 언급하며 오씨 증인신문에 이의를 제기했다. 변호인은 "공동피고인(오씨)은 처음에는 공소사실을 부인하다가 여러차례 부르니 진술을 번복했다, 그 분을 앞세워 (법정에서) 진술 번복을 막겠다는 (검찰 측) 취지가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 측은 "(검찰 측은) 오씨를 한 번 불렀고, (오씨의) 진술은 경찰의 2회 조사 때부터 바뀐 것"이라며 "사문서 위조 핵심 당사자를 증인신문하겠다는 건데, 형사소송법 어떤 것에 위반됐다는 거냐"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자 김 대표 측 변호인은 증인신문 순서를 거론했다. 이들은 "핵심 증인인 오씨에 대해서는 우리도 증거수집을 한 다음에 증인신문을 진행해야 대등하게 (재판을) 할 수 있다, (앞에 증인신문을 하면 피고인의) 방어권이 확보되지 않는다"라며 "공동피고인만 증인신문을 뒤로 해달라는 거다, 그게 뭐가 문제냐"라고 맞섰다.
▲ 지난 11월 23일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과 관련해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대통령의 처남 김모 씨가 경기도 여주시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마친 뒤 법원 청사를 나서고 있다. 이날 김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한다"고 밝혔다. |
ⓒ 연합뉴스 |
김 대표 측 변호인과 검찰 측은 오씨 증인신문을 두고 30분 동안 공방을 벌였다.
김 대표 측의 일관된 주장은 "오씨 증언의 신빙성을 탄핵하기 위한 증거수집이 이뤄져야 하고, 그러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변호인은 "(김 대표 등은) 오씨에게 (토사운반거리 확인서를 작성할) 권한이 있었다고 믿었다"면서 "3년 동안 덤프트럭 5000대 분량의 토사가 왔다갔다하는 걸 오씨가 챙겼는지 밝혀야 하고 오씨에게 권한이 있다고 (김 대표가) 왜 믿었는지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열린 첫 공판에서 김 대표 측 변호인은 "오씨는 공사 현장 토사처리업체로부터 포괄적 위임을 받아 토사운반거리확인서 등의 서류를 작성했다"라며 "문서상의 토사 운반 내용은 허위라 하더라도 오 피고인이 권한 내에 작성한 것으로 위조문서는 아니"라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변호인은 이날 공판에서도 "(김 대표 등은) 개발부담금 산정 방식을 오해했다"라며 "'실체를 드러내고 오씨 행위를 다시 평가한다면 과연 죄가 될까'가 우리의 변론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문서 내용이 허위더라도, 오씨에게 권한이 있다고 믿었기에 위조한 문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반면 검찰은 공소장에서 오씨가 토사운반확인서와 토사반입확인서를 위조하는 과정에서 관계 업체들의 인영 이미지를 그림판 프로그램을 이용해 옮겨 붙이는 방식을 썼다고 적시한 바 있다.
▲ 사문서 위조, 위조사문서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윤 대통령의 처남 김OO 이에스아이엔디 대표 등에 대한 공소장.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이 사건의 몸통은 사실상 김 대표로 보인다. |
ⓒ 이정환 |
이날 김 대표 측 변호인은 검찰 측의 발언 도중 말을 잘라 검찰 측이 "제가 말씀드리고 있지 않습니까"라고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그러면서 검찰 측은 "(오씨 증인신문을 뒤로 미뤄달라고) 지속적으로 말하는 게 재판 지연 의도가 있는 거 아닌가 의심이 된다"라며 "오씨 증인신문부터 하겠다는 건, (사문서 위조 행위의) 시작점이기 때문에 그렇다, 출발점부터 신문하지 않고 어떻게 사건의 실체를 밝힐 수 있겠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검찰 측은 몇 차례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지루한 공방 끝, 재판부는 검찰이 신청한대로 증인신문 순서를 결정했다.
증인신문 순서가 결정된 후에도, 다음 공판 날짜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다시 시간이 소요됐다. 김 대표 측 변호인은 "그 날은 불가능하다"며 재판부가 제시한 날짜를 바꿔달라고 몇 차례 요청했다.
결국 다음 공판은 3개월 여 후인 2024년 3월 12일 오후 2시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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