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재판' 직관한 이원석 검찰총장, 27년 뒤 본 '서울의 봄'은
이원석(54·사법연수원 27기) 검찰총장과 대검찰청 간부들이 12·12 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을 관람했다고 대검찰청이 19일 밝혔다.
지난 18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는 이 총장과 대검 간부들이 일요일(17일)에 함께 메가박스 센트럴 영화관에서 ‘서울의 봄’을 관람한 사진과 후기가 게시됐다. 이날 관람에는 성상헌 기획조정부장, 박혁수 대변인, 장준호 형사정책담당관, 김수홍 정책기획과장, 차호동·김수지 검찰연구관 등이 참석했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발생한 12·12 군사 반란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 등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했다. 지난달 22일 개봉해 최근 관객수 900만 명을 돌파했다.
이 총장은 영화 관람 후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하늘의 그물은 크고도 넓어서 성긴 듯 하지만 결코 놓치는 법이 없다(天網恢恢 疏而不漏·천망회회 소이불루)는 말이 떠오른다”며 “1996년 사법연수원 시절 서울지법에 구속된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공판을 직접 방청하고 글을 기고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누리는 민주주의는 국민 모두의 희생과 노력으로 어렵게 이룩한 것”이라며 “법치주의를 지키는 검찰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 총장이 27세 사법연수생 시절 ‘사법연수 여름 19호’에 기고한 법정 방청기에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강한 비판이 담겼다. 당시 ‘사법연수’ 편집장은 지난 18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송영길(60·사법연수원 26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전해졌다.
“역사가 판결문에 의해 씌어지는 장면을 놓치지 않으려고 방청석 맨 앞줄에 앉았다”는 연수원생 이원석은 기고문에서 “무력으로 군권을 찬탈하고 국헌을 문란케 하여 정권을 장악한 후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하는 시민의 저항을 총칼로 짓누른 내란 세력은 반드시 처벌되어야 한다”며 “헌법을 파괴한 자는 헌법 질서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역사적 정당성의 원리가 후손에게 전해 줄 첫째 유훈이다. 이는 바로 결과로서의 민주주의”라고 적었다.
이어 “물려주어야 할 또 하나의 유훈은 절차와 과정의 민주주의”라며 “아무리 대의명분이 훌륭하고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사안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절차와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끝으로 “국민 대중의 힘에 의해 부정한 소수의 특권자를 심판대 위에 세웠다는 점에서 우리는 스스로 자랑스러워할 만한 역사를 지녔다”고 적었다.
이 총장은 전라남도 광주 출신으로, 유년 시절 5·18 민주화 운동을 직접 경험했다. 광주 동성중학교와 광주 동신고등학교, 서울 중동고등학교를 나왔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3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지난해 전국 검찰청에 ‘5·18 사법피해자 명예회복 조치’를 지시한 바 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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