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AI는 어떤 기기로 들어올 것인가

신범수 2023. 12. 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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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분명 손바닥 크기의 네모난 화면이 달린 전화기는 아닐 것이다.

생성형 AI의 파괴력이 '아이폰의 순간'이라 불리는 2007년 스마트폰 등장을 넘어 인터넷 보급 수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믿는다면, 빅테크 기업들의 사활을 건 표준 기기 개발 경쟁의 치열함을 가늠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으며 음성을 인식하는 작은 기기보다 더 많은 일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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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빅테크 기업, 개인용 AI 기기 개발에 주력
2007년 '아이폰의 순간' 넘어서는 기회가 온다

그것은 분명 손바닥 크기의 네모난 화면이 달린 전화기는 아닐 것이다. 내년 초부터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699달러에 판매한다는 '배지(badge)'일 수 있다. 안경·시계·목걸이도 후보군에 있다.

챗지피티(Chat GPT) 열풍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느닷없이 우리 삶에 파고든 지금, 이 신기술이 인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하는 담론은 대체로 뜬구름 잡는 소리에 그치곤 한다. 자칭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세상이 바뀔 겁니다. 어떤 직업은 사라질걸요" 식의 당연한 경고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상황이 어떻게 흐를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고 솔직히 말하는 게 지금으로선 그나마 정확한 현실 인식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고민을 뒤로 하고 필자의 관심을 끄는 질문은 이런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또 어떤 디바이스(기기)를 사라는 건데?" 개인 단위에서 통제할 수 없는 인류의 미래 걱정보다는, 우리 먹거리나 투자 기회가 이 질문과 답 속에 있을 가능성은 확실히 높다.

구글이 실패했던 스마트안경을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가 최근 소개했을 때는 그리 놀라지 않았다. 그로부터 며칠 후 휴메인이라는 미국의 AI 스타트업이 프랑스 파리 패션쇼에서 모델들의 옷깃에 착용시킨 '인공지능 핀(AI Pin)'은 훨씬 인상적이다. 공개된 영상에서 이 기기를 가슴에 붙인 사람의 말이 실시간으로 통역돼 자신의 목소리로 상대에게 전달된다. 시장에서 물건을 집어 들고 정보를 알려달라고 하면 옷깃에 매달린 화면 없는 작은 비서가 답해준다. 그 앞에 손바닥을 펼치자 빔프로젝터처럼 빛이 나와 정보가 표시된다.

이미지 센서와 챗지피티를 활용해 스마트폰을 꺼낼 필요 없이 정보를 탐색할 수 있는 개인용 AI 디바이스(사진출처=휴메인 홈페이지)
빔프로젝터처럼 손바닥이나 다른 표면에 주요 정보를 투사할 수 있다.(사진출처=휴메인홈페이지)

생성형 AI의 파괴력이 '아이폰의 순간'이라 불리는 2007년 스마트폰 등장을 넘어 인터넷 보급 수준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믿는다면, 빅테크 기업들의 사활을 건 표준 기기 개발 경쟁의 치열함을 가늠할 수 있다. 아마존의 성장 과정을 쓴 저자 브래드 스톤은 "생성형 AI 서비스는 새로운 종류의 하드웨어를 곧 만들어낼 것이며 인간과 컴퓨터 간 상호작용 형태를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최근 블룸버그에 썼다.

물론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AI가 지금의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오는 데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스마트폰을 집어 드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으며 음성을 인식하는 작은 기기보다 더 많은 일을 해줄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하드웨어 쪽이 아니라 누가 더 잘 학습된 생성형 AI를 자체 개발하느냐는 곳에서 전쟁이 벌어질 공산이 크다.

애플은 내년 하반기 공개할 아이폰16에 자체 생성형 AI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고, 삼성전자 역시 내년 출시작 갤럭시S24에 자체 AI 가우스를 적용하기로 했다. 가우스가 만족스럽게 작동해준다면 구글의 제미나이를 빌려다 쓸 필요가 없으며, 안드로이드에 종속된 과거를 딛고 새 패러다임을 선도할 수 있다.

하드웨어냐 소프트웨어냐, 스마트폰 업그레이드냐 문명을 바꿀 기기냐.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여기에 우리 테크 산업의 앞날이 걸려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AI 시대가 무한한 기회와 함께 우리에게 흥미롭게, 그리고 무섭게 다가오고 있다.

신범수 편집국장 겸 산업 매니징에디터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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