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과했나…‘악인전기’ 이어 정우성 멜로로도 힘 못 쓰는 ENA [D:방송 뷰]

장수정 2023. 12. 1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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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해줘’ 정우성 10년만 드라마 복귀로 주목
방송 이후 지나치게 무거운 이야기로 호불호…1%대 시청률 기록

배우 신하균이 주연으로 나선 19금 누아르가 0%대의 시청률을 기록해 충격을 안긴 데 이어 정우성의 드라마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은 ‘사랑한다고 말해줘’도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다시금 큰 사랑을 받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입소문을 타고 상승세를 보이는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기기도 했었다. 그러나 최근 대중들의 선택에서 멀어지고 있다.

지난 10월 방송된 ENA 드라마 ‘악인전기’는 절대 악인을 만난 생계형 변호사가 엘리트 악인으로 변모하는 이야기로, 전 회차 청소년 관람불가로 시청자들을 만나며 ‘완성도’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었다. 여기에 ‘믿고 보는’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배우 신하균이 주인공으로 나서 주목을 받았었다.

그러나 완성도에 대한 호평은 있었으나 시청률은 0~1%대로 처참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동시 공개되는 것이 아닌, 채널 ENA와 지니TV, 지니TV 모바일로만 공개해 접근성이 지나치게 떨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주목됐다. 해당 채널과 플랫폼을 통해 ‘악인전기’를 시청한 시청자들 사이에선 ‘웰메이드’라는 호평이 이어지면서,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비운의 작품으로 남게 된 것이다.

현재 방송 중인 ‘사랑한다고 말해줘’는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함께 공개되고 있지만 입소문 효과를 누리지 못해 1%대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손으로 말하는 화가 차진우와 마음으로 듣는 배우 정모은의 소리 없는 사랑을 다룬 클래식 멜로로, 배우 정우성이 ‘빠담빠담’ 이후 10년 만의 복귀작으로 방송 전 주목을 받았었다.

‘사랑한다고 말해줘’ 또한 완성도 측면에선 긍정적인 평을 받고는 있다. 다만 ‘사랑’의 의미를 다소 진지하게 파헤치는 이 드라마의 묵직한 무게감이 진입장벽으로 작용 중이다. 물론 디즈니 플러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순위가 넷플릭스, 쿠팡플레이, 티빙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는 분석이다.

이 외에도 최근 종영한 또 다른 ENA 드라마 ‘낮에 뜨는 달’도 1%대의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최근 작품들이 연이어 저조한 반응을 얻으면서 위기에 몰렸다.

사실 ENA에 대한 인지도나 접근성이 여전히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22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최종회에서 17%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할 만큼 큰 관심을 받았지만, 이후 이 작품과 비교할만한 흥행작이 탄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철부지 엄마와 쿨한 딸의 ‘남남’ 같은 한 집 살이와 그들의 썸과 사랑을 현실적으로 그려낸 ‘남남’이 기존의 가족 드라마와는 다른 재미를 선사하며 시청률 상승세를 보였었다. 당시 티빙을 통해 함께 공개가 되면서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았고, 이에 최종회에서는 5%의 시청률을 돌파했었다. 이후 어설픈 유괴범과 11살 천재 소녀의 세상 특별한 공조를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담아내며 힐링을 선사한 ‘유괴의 날’도 호평과 함께 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렇듯 ‘작품의 힘’으로 ‘반전’ 결과를 쓰며 나름의 의미를 남기던 ENA였지만, 오히려 제대로 힘을 준 작품들이 부진하는 흐름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아직은 부족한 인지도에, 작품의 접근성을 지나치게 높인 것이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전 회차 19금 누아르를 OTT 경유 없이 공개를 하는가 하면, 지나치게 묵직한 서사와 메시지가 요즘 시청자들의 니즈와는 거리가 멀다는 평이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시청자들이 좀 더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는 작품들이 최근 TV 드라마의 흐름인 것 같다. 높은 수위의 장르물은 전 회차를 한 번에 공개하는 OTT를 통해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더 적합한 시청 방식이라면, TV 드라마들도 나름의 문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ENA가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지 못한 게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물론, ‘남남’, ‘유괴의 날’ 모두 표현의 수위를 높여 이목을 끌거나, 혹은 스타 캐스팅으로 주목을 받은 작품이 아니었다. 뚜렷한 색깔과 개성을 편안하게 전달하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은 좋은 예시들을 교훈 삼을 필요도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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