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형, 서인국, 고은성, 김성철, [몬테크리스토] 단테스들의 모임
Q : 뮤지컬 〈몬테크리스토〉에서 네 분 모두 같은 역할, 주인공 ‘에드몬드 단테스’(이하 ‘에드몬드’)를 맡았죠. 어떤 스토리인지 릴레이로 소개해볼까요?
A : 고은성(이하 ‘은성’) 젊은 선원 에드몬드가 억울하게!
A : 서인국(이하 ‘인국’) 누명을 쓰고 외딴섬에 있는 샤토디 감옥에 갇히게 됐는데, 아주 소중한 스승이자 친구인 파리아 신부를 만나게 돼!
A : 김성철(이하 ‘성철’) 많은 것을 배우고 감옥에서 탈출해, 스승 파리아 신부의 유산인 보물로 작위를 사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된 다음에!
A : 이규형(이하 ‘규형’) 모든 진실을 알게 되고, 그로 인해 흑화해 복수를 하지만 끝내 용서와 함께 깨달음을 얻어 희망을 찾아가는 내용입니다! 성공적이네요!(웃음)
Q : 완벽한데요?(웃음) 함께 화보 촬영을 한 소감이 어떤가요?
A : 은성 옷이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돌체앤가바나의 스트라이프 스웨터요! 규형 형이 선물 하나 사주신다고 했는데 그 스웨터를 고를까 생각 중이에요.(웃음)
A : 규형 돈 많이 벌어서 사줄게! 한 50년 후에….(웃음) 저는 오늘 촬영이 오랜만에 브로맨스를 느낄 수 있는 현장이었던 것 같아 정말 재밌었어요.
A : 인국 뮤지컬 공연에 들어가면 상대 배우와 화보를 찍는 경우가 많잖아요? 이렇게 한 작품에서 공통된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과 함께 화보 촬영을 하는 것 자체가 상당히 독특하고 의미 있는 경험인 것 같아요.
A : 성철 공연 전까지는 함께 모여 연습도 많이 했는데, 공연을 올리고 나서는 또 볼 일이 없어 아쉬웠거든요. 이렇게 넷이 다시 모일 수 있어 기뻐요. 사진도 정말 마음에 들고요!
Q : 각자 주인공 에드몬드를 어떻게 연기하려 했나요?
A : 규형 10대 소년 에드몬드부터 40대 몬테크리스토 백작까지 방대한 인생을 축약해 보여주다 보니 어떻게 하면 관객들이 개연성을 놓치지 않고 따라올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어요. 보통 대본을 볼 때 묘사되지 않은 인물의 백그라운드나 상황까지 끌어와 감정 연기에 살을 붙여나가는 편인데, 이번엔 저희 넷이 머리를 맞대고 연구했죠.
A : 인국 사실 저는 어떤 인물의 감정선을 연기할 때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걸 좋아해요. 우는 신에서 오히려 웃는다던지…. 살짝 꼬아서 풀어냈죠. 〈몬테크리스토〉는 순수한 소년 시절부터 ‘흑화’한 백작까지 몇십 년에 걸친 한 인물의 대서사극을 단 3시간 만에 보여줘야 해요. 중간에 관객의 몰입이 깨지면 큰일이죠. 그래서 감정을 더 명확하게 표현하는 게 오히려 이 인물을 입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또 완전히 새 단장한 ‘올 뉴’ 〈몬테크리스토〉인 만큼 새롭게 쓰인 신들도 있어 스토리가 더 부드럽게 연결되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Q : 〈몬테크리스토〉의 방대한 서사를 이해하고 공부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을 것 같아요.
A : 은성 그래서 저는 작품에 들어가기 전 이 극을 꿰뚫는 하나의 키워드를 잡아요. 〈몬테크리스토〉는 프롤로그의 에드몬드 대사에 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휘몰아치는 태풍은 우리를 더 강해지게 해. 두려움 따위는 사라져.” 근데 바다 위 태풍보다 무서운 것은 ‘사람’이었던 거죠. 결국 〈몬테크리스토〉는 ‘에드몬드가 인간이란 파도를 항해하는 작품’이라고 해석했어요. 사실 에드몬드는 20대 때부터 꿈에 그리던 역할이에요. 그리고 언젠가는 연기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죠.
Q : 네 분의 매력이 너무나 다른데, 서로의 캐릭터를 색깔에 비유해보면 어떨까요?
A : 규형 성철이는 파란색! 우리 중에 가장 막내기도 하고 풋풋한 에너지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 같아서요.
A : 성철 저 파란색 가장 좋아하는데.(웃음) 인국 형은 빨간색이요. ‘피빨강’색! 굉장히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배우기도 하고, 퇴폐미가 있어요. 금방이라도 피를 토하면서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A : 인국 (은성을 보며) 너 긴장되지?(웃음) 은성이는 짙은 갈색 같아요. 은성이의 연기를 보면 단단한 나무가 떠오르거든요. 또 왠지 우디한 남자의 향이 날 것 같기도 하고요.(웃음)
A : 은성 신기하네요. 저도 성철이는 파란색, 인국 형은 빨간색이 떠올랐거든요.(웃음) 규형 형은 잿빛이 떠올라요! 밝은 데선 밝아 보이고 어두운 데선 어두워 보이고. 규형 형이 무대에서 웃긴 장면에선 가볍다가도 진지할 땐 한없이 무겁거든요. 그런 완급 조절을 굉장히 잘하는 배우라고 생각해요.
Q : 이번 〈몬테크리스토〉는 화려한 의상을 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어요. 가장 마음에 드는 의상과 넘버를 골라본다면요?
A : 성철 ‘너희에게 선사하는 지옥’(이하 ‘지옥송’)을 부를 때 입는 새하얀 롱 코트요!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흑화할 때, 그리고 가장 절정의 순간에 부르는 넘버라 당연히 검은 의상을 입을 거라 생각했어요. 하얀 옷을 입고 거기에 붉은 조명을 쏴서 핏빛으로 물들어가는 연출이 정말 인상적이에요. 옷이 주는 힘이 대단해요. 저도 그 의상만 입으면 어깨가 자동으로 펴지더라고요.(웃음)
A : 은성 저는 샤토디 감옥에서 입는 수감자 옷이 가장 좋아요.(웃음) 초라하지만 결국 에드몬드가 가장 큰 깨달음을 얻는 시간이고, 처음으로 관객과 파리아 신부, 에드몬드가 한마음이 되는 순간이거든요. 극 후반부에 흑화한 에드몬드가 ‘과거의 나 자신’을 부르며 감옥 시절을 회상할 때 파리아 신부가 다시 등장해요. 에드몬드는 너무나 멋진 백작 옷을 입고 있지만, 파리아 신부는 감옥에서 입던 초라한 옷을 입고 있죠. 그 대비가 너무나 슬프면서도 입은 옷은 달라졌지만 그때의 그 기억, 그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 같아 의미 있었어요. 무엇보다 샤토디 감옥 신에서 관객과 손잡지 못하면 그 뒤에 아무리 화려한 의상과 무대가 나와도 다 소용없어요!(웃음)
Q : 새롭게 바뀐 요소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뭔가요?
A : 규형 뮤지컬은 종합예술이기 때문에 테크니컬한 부분이 받쳐주면 완성도가 높아지기 마련인데, 4개의 턴테이블이 설치된 무대가 정말 탁월했죠. 극중 절정인 ‘지옥송’을 부를 때도 턴테이블 무대가 돌아가면서 저희가 표현하려는 스토리와 감정선에 박차를 가하는 느낌이었어요.
A : 은성 무엇보다 새롭게 바뀐 캐스팅과 제작진이죠! 이 2가지의 조합이 정말 훌륭해 이것만으로도 〈몬테크리스토〉를 다시 봐야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Q : 작품을 준비하며 생긴 재밌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A : 은성 연출가님이 저희 4명의 장점을 모두 넣은 작품을 만들겠다고 약속하신 뒤로 저희 중에 한 명이 안 오거나 누가 화장실에 가기라도 하면 연습 진도가 올 스톱돼요. 저도 한번은 화장실이 너무 급해 잠깐 자리를 비웠는데 스태프가 화장실로 저를 찾으러 왔더라고요. 12년 동안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면서 이런 경험은 처음이에요.(웃음) 누가 화장실 밖에서 “은성아, 너 거기 있니? 빨리 나와” 해서 “먼저 하고 계세요! 이따 나가서 배울게요!” 했는데 끝까지 기다리더라고요.(웃음)
A : 규형 저도 연습 중에 화장실 갔는데 누가 찾으러 왔어요.(웃음) 화장실 앞에서 “어, 지금 찾으러 왔어” 하는 무전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A : 인국 ‘첫공’을 은성이가 했거든요. 그래서 저희 모두 응원하러 갔는데 공연 끝나고 은성이가 규형 형한테 “형 디테일 좀 많이 가져와서 썼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쿨하게 말하는 것도 멋있었고, 규형 형이 “야, 당연하지! 다 가져다 써! 우리 다 함께 공연하는 건데!”라고 말해 진짜 멋있었어요.
A : 은성 맞아요. 연습하면서 보이는 서로의 좋은 점을 캐치해 공유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도 하고 그러거든요. 근데 규형 형이 다 가져다 쓰라고 하면서 “어차피 내가 나중에 인터뷰할 때 그거 다 내 거였다 말할 거니까”라고 덧붙이더라고요.(웃음)
A : 규형 (웃음) 사실 저만의 디테일은 아니고요. 다같이 연습하면서 서로 좋은 영향을 많이 주고받았죠.
A : 은성 4명이 동기화하는 수준이 거의 에어드롭이에요.(웃음)
Q : 에어드롭 단테스네요.(웃음) 극 중 에드몬드처럼 엄청난 부를 차지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고 싶나요?
A : 성철 저는 우선 정치, 사회, 환경에 대해 공부해서 지식부터 쌓을 거예요. 그리고 실리콘밸리에 가서 세계적인 기업 총수들을 좀 만날게요. 어떻게 하면 국위 선양을 할 수 있을지 생산적인 대화를 나눠야겠어요.(웃음)
A : 규형 저는 우주여행을 다녀온 뒤에 수영장 딸린 커다란 집을 짓고, 토트넘 홋스퍼 FC를 인수할게요. 손흥민 선수가 우승할 수 있게 팀을 세팅하려고요.(웃음)
A : 은성 저는 좀 현실적이에요. 전 세계로 뮤지컬 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점은, 극장들이 어느 정도 모여 있다는 거예요. 근데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극장들이 너무 떨어져 있어 관광객 유치가 힘들죠. 그래서 부지를 하나 사서 그곳에 뮤지컬 극장을 모아놓고 싶어요. 런던의 웨스트엔드나 뉴욕의 브로드웨이처럼요!
A : 성철 10조가 생겼다는데도 뮤지컬 얘기라니. 저 사람 정말 뮤지컬을 위해 태어났어.(웃음)
A : 인국 제가 RPG 게임을 진짜 좋아하는데 그 게임을 바탕으로 한 ‘이세계’물 영화들을 원없이 제작하고 싶어요.(웃음) 그리고 제가 주인공인 게임도 만들고 싶네요.
A : 규형 오! 그 작품 나도 껴줘요.
A : 인국 당연하지!
Q : 그렇다면 원수에게 하는 최고의 복수는 뭐라고 생각해요?
A : 규형 최고의 복수는 그 사람이 쳐다볼 수도 없을 만큼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다음에 용서하는 것.
A : 성철 관심 밖에 두는 것이 최고의 복수라고 생각해요. 용서를 하든, 복수를 하든 어쨌든 원수에게 잘못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잖아요? 그러니 잘못을 깨달을 수도 없게 하겠어요. 복수보다 제 행복이 우선이기도 하고요.
Q : 〈몬테크리스토〉의 관전 포인트를 귀띔해준다면요?
A : 규형 이 친구들(인국, 은성)은 가끔 공연하면서 옷을 찢더라고요?(웃음) 저는 무대를 한번 찢어보려고요.(웃음)
A : 인국 4명의 매력이 다 달라서 기회가 된다면 저희 공연을 모두 보는 걸 추천드려요.
A : 성철 맞아요. 요리사와 재료는 같은데 소스가 각각 다른 느낌이죠.
A : 은성 저희 4명의 장점만 모아서 정말 새롭고 완벽한 〈몬테크리스토〉가 탄생했어요. 이번 에드몬드는 정말 비범해요. 새로운 매력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놓치면 후회하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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