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회 "EU 디지털 시장법, 美 기업 견제 핀셋규제"

美 의회 초당파 의원 21명
바이든 행정부에 항의 서한
"美 경제 안보이익에 해 끼쳐"

유럽연합(EU)이 빅테크 기업의 시장 독점 방지를 목적으로 시행하는 '디지털시장법(DMA)'에 대해 미국의 초당파 의원들이 사실상 미국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핀셋 규제에 해당한다며 바이든 행정부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18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날 21명의 하원의원이 모여 결성된 초당파 그룹은 바이든 정부에 "EU의 디지털 시장법이 미국의 경제와 안보 이익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전했다.

초당파 의원들은 "EU의 법안은 디지털 영역에서 우리의 글로벌 리더십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으며 소비자의 보안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가 EU 측으로부터 디지털 시장법이 공정하게 시행될 것이라는 약속을 확보해야 한다"며 촉구했다.

디지털시장법은 거대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고자 일정 규모 이상의 빅테크 기업들을 '게이트키퍼'로 지정해 규제하는 법안이다. 해당 법은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며, 활성 사용자가 최소 월 4500만명이고 지난 3개 회계연도 매출액이 75억 유로(약 10조7000억원), 시가총액 750억 유로 이상인 기업들이 규제 대상에 해당된다.

게이트키퍼로 지정된 기업은 이용자의 동의 없이 고객의 개인 정보를 광고와 기타 서비스에 결합할 수 없게 된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글로벌 매출의 10%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되며 반복적으로 법을 어길 경우에는 벌금이 매출의 20%까지 늘어나게 된다. EU 집행위는 지난 9월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과 아마존, 애플, 바이트댄스,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삼성 등 7개 사를 지정한 바 있다.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삼성전자는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미 정계 내에서는 해당 법안이 자칫 미국 기업을 견제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를 제외하면 게이트키퍼에 해당하는 곳들이 모두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우려에 미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2020년 EU가 DMA의 초안을 발표할 당시 EU 측에 "규제 대상을 미국 기업으로만 한정할 경우 EU와 미국 간의 협력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를 보낸 바 있다.

초당파 의원들은 이번 서한을 통해서도 EU가 노골적으로 미국 기업만을 규제 대상으로 지정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화웨이, 텐센트가 게이트키퍼에 속하지 않은 이유를 납득할 수 없으며 EU가 해당 기업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회피해왔다는 것이다.

아울러 의원들은 EU가 역내 기업도 게이트키퍼에 지정되지 않은 것을 문제시 삼았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EU 내 소매업체와 플랫폼, 통신사 중 어느 한 곳도 지정하지 않은 것은 설명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바이든 정부는 우리 기업과 미국 근로자를 위해 DMA와 관련해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