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교창-최준용 양날개 단 KCC, 다음 과제는 이승현?
[이준목 기자]
▲ 송교창 |
ⓒ KBL |
프로농구 부산 KCC가 초반 부진을 딛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KCC는 지난 17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프로농구 정규시즌 소노와의 홈 경기를 69-61로 이기고 올시즌 첫 3연승을 질주했다.
12월만 놓고보면 6경기에서 5승 1패다. 한때 리그 8위까지 떨어졌던 KCC는 어느덧 5할 승률(9승9패)을 회복하며 리그 5위까지 뛰어올랐다. KCC는 19일 울산 원정에서 현대모비스를 상대로 시즌 첫 4연승에 도전하고 있다.
달라진 KCC 상승세의 중심에는 송교창(10.9점, 4.1리바운드, 2.6어시스트)과 최준용(15.5점, 6.5리바운드, 3.4어시스트, 1.0블록)의 '더블 빅윙' 콤비가 있다. 두 선수는 나란히 2미터의 빅맨급 신장을 갖추고 있으면서 포워드의 스피드와 운동능력을 갖춘 스윙맨이다. KBL에서는 보기 흔치 않은 유니크한 조합이기도 하다.
시즌 개막 초반 KCC는 최준용이 부상을 당하며 한동안 결장했고, 송교창 역시 군복무를 마치고 뒤늦게 합류한데다 국가대표팀 차출 기간에 부상을 당하면서 함께 손발을 맞추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슈퍼팀을 기대를 모았던 KCC가 개막 10경기에서 3승 7패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보이자 전창진 감독은 "송교창이 합류하고 조직력이 맞춰질 때까지는 아직 슈퍼팀이라고 부르지 말아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실제로 12월에 접어들며 두 선수가 나란히 정상 가동되기 시작한 3라운드부터 KCC는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재다능한 장신 스윙맨 두 명이 함께 코트에 투입되면서 말 그대로 '양날개'를 달게 된 KCC는 경기운영의 유연성이 크게 높아졌다.
라건아가 투입되었을 때는 골밑을 집중공략하고, 알리제 존슨이 들어왔을 때 트랜지션을 강화하면서 공격의 위력을 극대화했다. 시즌 초반에 집중견제를 받았던 슈터 허웅은 최근 수비가 분산되면서 3연승 기간동안 클러치타임마다 효율적인 적중률을 보여줄수 있었다.
팀 수비에서도 최준용과 송교창의 높이와 도움수비 때문에 상대팀들에게는 2대 2에서의 돌파나 미스매치같은 공격루트가 제약되는 압박을 받게 된다. KCC는 최근 리바운드와 골밑 싸움에서 매경기 상대에 우위를 점하고 있다.
백미는 선두 원주 DB(94-88승)와 맞붙었던 지난 15일 경기로, KCC는 막강 트리플포스트를 자랑하던 DB에 공격리바운드만 18개나 따내는 등 리바운드 대결에서 47-28로 완전히 압도했다. 빅 라인업의 높이를 유지하면서 스몰 라인업의 장점인 슛과 트랜지션에서도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최근 살아나고 있는 KCC에게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고민은, 바로 이승현의 부진이다. 국가대표 파워포워드 이승현은 정규리그 18경기에서 평균 21분38초를 뛰며 4.9점, 3.0리바운드, 1.6어시스트, 0.9스틸을 기록 중이다. 야투율이 33%, 2점슛만 놓고봐도 33.3%에 불과하다. 프로 9년 차인 이승현에게는 거의 대부분의 기록이 커리어 로우에 해당한다.
이승현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프로까지 몸 담았던 대부분의 소속팀에서 정상에 올라본 '우승청부사'이자 가장 기복없는 선수로도 유명하다. 지난 시즌 FA로 KCC 유니폼을 입게된 첫 시즌에도 49경기에서 32분 19초를 소화하며 10.9점, 6.3리바운드로 분전했다. 1차 스탯은 명성에 비하면 아쉬웠지만 여전히 수비와 궃은 일에서 대체불가한 팀의 버팀목으로 활약하며 팀의 6강 진출에 기여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본인의 컨디션 난조와 송교창-최준용의 가세로 인한 경쟁구도까지 겹치면서 이승현의 입지가 애매해졌다. 이승현이 올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경기는 개막전이던 10월 22일 서울 삼성전(106-100승, 18점 5리바운드)이 유일하다. 이후 출장시간이 점점 줄어든 이승현은 지난 11월 27일 울산 현대모비스전에서는 3분 55초 출장에 그치며 무득점-무리바운드에 턴오버와 파울 1개씩만 기록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이승현의 출전시간이 급격히 감소한 것은 송교창의 제대 이후 팀에 복귀한 시점과 거의 일치한다. 송교창은 군복무 이전 KCC의 주전 4번으로 활약하며 2020-21시즌 정규리그 MVP까지 수상한 바 있다. 여기에 최준용과 존슨까지 있다보니 포워드 라인에서 역할이 겹치는 이승현이 설 자리가 사라졌다.
이미 이승현이 KCC에 합류하던 시점부터 과연 송교창이 돌아와도 두 선수의 공존이 가능할지를 놓고 팬들 사이에서 예상되었던 우려다. 이승현은 팀이 상승세를 타는 와중에도 최근 8경기에서 평균 14분을 소화하는 데 그쳤다. 이제는 선발 베스트5 자리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위상이 떨어졌다.
개인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무조건 한 팀에 모아놓기만 한다고 최강팀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NBA(미 프로농구)에서도 수많은 슈퍼스타들의 조합이 있었지만 포지션과 역할 중복 등으로 실패한 사례가 더 많다. 각기 개성과 스타일 다른 선수들을 모아서 슈퍼팀을 만드는 게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최근 다소 부진하다고 해도 이승현의 팀 내 가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이승현의 희소성은 외국인 선수를 상대로 골밑에서 1대 1 힘대결로 버텨줄 수 있는 몇 안되는 토종 빅맨이라는 것이다.
이승현은 지난 17일 고양 소노와 홈경기(69-61 승)에서 모처럼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개인기록은 19분 21초간 3점 2리바운드 2어시스트에 그쳤지만 수비에서 소노의 외국인 선수 치나누 오누아쿠를 막아내는 데 기여했다. 이는 송교창이나 최준용도 대체해줄 수 없는 이승현만의 강점이다.
슈팅 밸런스 회복이나 송교창-최준용과의 전술적 공존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보이지만, 이승현이 여전히 KCC의 우승을 위해 중요한 퍼즐의 하나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승현까지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KCC는 더욱 막강한 슈퍼팀으로서의 완전체에 가까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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