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개인 역량 뛰어난 K클래식, 산업적 접근 필요"
"한국 클래식이 성악가나 연주자나 개인으로서는 상당한 수준으로 외국에서 수상하고 연주하는 활동가들이 많고 세계적으로 선두에 서 있다. 그런데 왜 모아놓으면 안 되나. 세계적인 한국 오케스트라는 없고, 근사한 오페라 한 편 만드는 것이 이렇게 힘든가.”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클래식 음악계 현장간담회’에서 클래식 관계자들을 만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러한 화두를 던지며 간담회를 열었다.
유 장관은 "클래식 분야는 음악에서 굉장히 중요한 분야이고, 가장 괄목할 만큼 성장한 분야"라며 "전체 예산 가운데 300억원을 국립단체에서 사용하고, 나머지 100억원을 두고 민간에서 지원금을 받기 위해 '피 터지게 노력해야 하는 현실'이란 이야기를 듣고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었다"며 이날 현장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어 유 장관은 "지금은 연주자 개인과 부모의 노력, 전체적으로 들여다보면 대부분 가내수공업처럼 일하고 있다"며 "클래식 분야도 산업적으로 접근해서, 우리가 좋아서 하는 예술 행위로 끝내지 않고 벤처 창업을 하는 등 생각을 바꿔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작곡가 이영조·최우정, 오페라 연출가 이경재·장수동,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성악가 유동직·정희경 등 음악인과 박순석 위너오페라합창단 단장, 한정호 에투알클래식 대표, 하성호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김혜경 한국미래문화예술포럼 대표 등 민간 전문가·단체,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 장형준 예술의전당 사장 등 국립기관·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유 장관의 질문에 화관문화훈장을 수훈한 이영조 작곡가가 먼저 운을 뗐다. 이 작곡가는 "왜 우리 것을 가지고 세계로 나가지 못하냐는 문제는 작곡가 책임이 크다"며 "그런데 근본적으로 그 문제는 우리가 우리 문화나 영혼이 없는 (서양) 음악을 가지고 세계 1등을 하고 있고, 작곡가뿐만 아니라 연주자나 정부 부처도 그런 마인드나 여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한국 클래식 음악의 전반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 작품의 창작·공연이 활성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수동 서울오페라 앙상블 대표는 "국립오페라단에서도 해외 레퍼토리만 공연하는데, 우리 작곡가가 우리 언어로 쓴 오페라가 키워져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얼굴이 되는 오페라를 만들 시간이 온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가 브랜드 공연'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대진 한예종 총장은 "자꾸 연주돼야 좋은 작품이 나온다"며 "학교에서도 실기시험, 워크숍 등 연주할 기회가 있는데, 적어도 한 곡 정도는 한국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드는 걸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고 말했다.
최상호 국립오페라단 단장 또한 "한국의 정신을 알릴 수 있고, 우리만의 창작물을 지속 가능하게 연주할 기회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내년 파리 올림픽을 중심으로 해외 순회공연을 할 때는 한국 작품을 가지고 나갈 예정이고, 2025년에도 작품을 위촉해 한국 창작곡으로 정기 공연을 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클래식 분야 단체들의 자생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정책 방향과 더 많은 청년 예술인들이 무대에 참여할 방안도 함께 모색하는 시간도 가졌다. 민간단체인 위너오페라합창단, 클림오케스트라를 비롯해 국립오페라단,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 관계자는 클래식계에서 심화된 스타 연주자 의존 현상과 청년 예술가 지원 부족 등에 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유 장관은 "오늘 이 시간이 헛되지 않다는 걸 분명히 말씀드린다. 2024년을 기대해 달라. 변화는 일어나고 있고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속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실제로 도움 되는 일들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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