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신임 배터리 CEO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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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연말 인사가 속속 마무리되고 있다.
누적 수주잔고가 1000조원을 넘고 몇 년간 조단위 투자를 단행하며 배터리 업계는 성장 궤도에 올랐다.
배터리 가격이 낮아지면 그만큼 전기차도 싸지겠지만, 전기차 수요는 정체 분위기다.
전기차가 팔리지 않으니 배터리 기업들도 묘수가 마땅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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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연말 인사가 속속 마무리되고 있다. 새롭게 경영 전면에 등장한 이들을 살펴보면, 각 그룹이 어떻게 대내외 복합 위기 상황을 타개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해법을 엿볼 수 있다.
올해 인사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끈 곳은 배터리 업계다. 작년부터 이어진 세계 공급망 위기 속에서 차세대 전략사업으로 성장한 국내 배터리 기업에도 세대교체의 바람은 매서웠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수장이 바뀌었으며, 대표가 유임된 삼성SDI는 3개 사업부 가운데 2개 사업부의 주요 경영진을 교체했다. 내연기관의 종식과 전동화 확산 속에서 이번 인사는 배터리 업계에 ‘발아기(發芽期)’가 끝났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누적 수주잔고가 1000조원을 넘고 몇 년간 조단위 투자를 단행하며 배터리 업계는 성장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배터리 업계에 감지되는 위기는 고스란히 숫자로 나타난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의 가격은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작년 11월 kg당 581.5위안으로 최고점을 찍은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 15일 88.5위안으로 1년 1개월 만에 곤두박질쳤다. 블룸버그가 최근 추정한 리튬이온 배터리팩 가격은 kWh당 139달러로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작년보다 14%나 낮다.
배터리 가격이 낮아지면 그만큼 전기차도 싸지겠지만, 전기차 수요는 정체 분위기다. 각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축소하고, 고금리·고물가로 소비자들이 선뜻 구매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미 살 사람은 샀다는 얘기도 들린다. 전기차가 팔리지 않으니 배터리 기업들도 묘수가 마땅찮다.
좀 더 시선을 넓혀보자. 국내 배터리 3사는 세계 배터리 패권을 놓고 일본, 중국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무기로 몸집을 키우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작은 시장 점유율에도 앞선 기술력으로 배터리 종주국의 위상 회복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한숨을 돌릴 여유도 없다. 북미를 비롯한 세계 여러 생산 시설을 계획대로 짓고 이상 없이 가동하기도 벅찬데, 미래를 대비한 초격차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 실적과 연구개발(R&D)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 바로 여기에 새 최고경영자(CEO)들이 마주한 딜레마가 있다.
대규모 시설 투자에 따른 재무 부담을 안고 있는 처지에 R&D 비용을 늘리자니 당장 영업이익이 줄어든다. 이는 회사의 실적뿐만 아니라 본인의 성과를 갉아먹을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새 경영진에게 자신의 안위 보다 조직과 회사를 위해 결단 내리기를 바라지만, 임기 2, 3년의 CEO에게는 과도한 짐이다.
1996년 LG그룹에서 배터리 개발에 고전할 당시 고(故) 구본무 명예회장은 관련 부서 직원들에게 배터리 사업에서 본 손해는 실적 평가에서 제외하겠다며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라"고 독려한 일이 있다. 이 말은 지금 한국 배터리 산업의 싹을 틔운 토대가 됐다. 적자를 각오하면서도 끝까지 믿고 사업을 추진했던 ‘그때의 경영 철학’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유효하다.
오현길 산업IT부 차장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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