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마침내 만난 '비밀', 배우 인생의 큰 전환점"[D:인터뷰]

류지윤 2023. 12. 19.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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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지난 13일 개봉

'비밀'로 스크린 첫 주연을 맡은 박성현은 출중한 연기력과 장악력으로 신선한 얼굴을 발견하는 기쁨을 가져다 준 배우다. 권력과 힘을 악용하며 폭력의 가해자인 '비밀' 속 성현은 박성현의 연기로 실제 주변에서 존재하고 있는 것 같은 기시감을 안긴다.

그의 내공은 혜성처럼 갑자기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연극 '라이어 1탄', '키스 앤 메이크업', '러브 액추얼리', '마우스 트랩', 영화 기술자들', '악의 연대기', '브로커', '택시 운전사', '암수살인', '발신제한', '리멤버', 드라마 '킹덤: 아신전', '꽃 피면 달 생각하고', '남이 될 수 있을까' 등 다양한 매체에서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동을 이어왔다. 그리고 마침내 '비밀'을 통해 그의 집약된 연기력을 뽐낼 기회가 왔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능을 발휘한 박성현은, 그야말로 올해의 발견이다.

'비밀'은 잔혹하게 살해된 사체에서 10년 전 자살한 영훈의 일기가 발견되고, 그 이면을 파헤치던 강력반 형사 동근이 잊고 있던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추적 스릴러다. 박성현은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제약회사 이사 성현을 연기했다.

박성현은 '비밀'의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출연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배역 이름마저 자신과 같은 성현으로, 운명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대본이 너무 잘 읽히더라고요. 이름이 같으니 더 몰입이 됐어요. 또 반전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고요. 이대로 영화로 만들어지면 너무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감독님과 미팅을 하는데 '어? 이런 사람이 들어오면 안되는데'라는 눈빛인 거예요. 감독님이 생각한 성현은 조금 작은 사람이었나 봐요. 저랑 맞는 게 하나도 없었던 거죠. 놀란 감독님을 설득하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감독님도 도전하신 것 같아요."

성현은 현재 발생한 연쇄살인부터 과거 자살한 영훈과 경비 교도대에서 함께 군 복무한 사건의 주요 인물이다. 영훈의 자살 동기는 성현의 비열한 폭력성과 연결돼 있다. 등장하는 순간부터 냉혹한 모습으로 공기를 압도한다. 박성현은 성현을 마냥 악역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피해의식 때문에 성숙하지 못한, 일명 지질한 인간이란 생각이 먼저 들었다.

"악역 같다기보단, 용기 없고 겁 많고, 권력을 어떻게 운용할지 모르는 사람 같았죠. 참 멋이 없죠. 갑자기 힘이 생겨서 확인하고 싶어서 발악하는 거죠. 돈도 있고 지휘도 있으면 근사하게 보여줄 수 있는데 머리도 안 좋고 급급해서 눈 앞에 불만 끄는 사람이에요. 일부러 욕을 크게 하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심취하고, 자신 앞에 사람들이 고개를 숙여야 인정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군대는 내 기분만으로 사람을 통제할 수 있는 군대는 이 친구의 습성에 최적화된 곳인 거죠. 진짜 강한 사람은 그런 짓을 안 하거든요."

성현은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남을 조종하며 연쇄살인의 진실을 밝히려는 동근과 대립한다. 이에 김정현과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많았고 도움도 받았다.

"저는 평소에도 (김) 정현이를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 왔어요. 그런 배우가 이렇게 함께하게 돼 너무 반가웠죠. 현장에서는 정현이가 연기에 대한 피드백도 주고 지켜봐 줘서 용기 내 과감하게 무언갈 시도하며 연기할 수 있었어요. 참 고마웠어요."

고소공포증이 있어 길해연과의 갈등 신에서 고충을 겪기도 했다. 2층 높이의 난간에 꽤 긴 시간 매달려 있어야 했다. 박성현은 해당 장면에서 성현의 발악과 몸부림은 실제 공포감에서 온 감정들이라고 설명했다.

"무서울 만한 높이가 아니었어요. 그런데 혹시라도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되더라고요. 제가 특공대를 나와서 헬기레펠도 무사히 해서 고소공포증이 없어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긴장한 상태에서 연기했어요. 안전한 상태에서 촬영했지만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어떡하나. 내가 사고가 난 걸 스태프들이 연기로 알면 어쩌나 싶었죠.(웃음) 길해연 선배님은 완전 열려 있으셔서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된다고 하셔서 애드리브로 막 욕도 했어요. 제가 하는 걸 다 잘 받아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박성현은 어린 시절부터 배우가 되겠다는 결심을 했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지만 관심 받는 걸 좋아했다는 그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꽤 어린 시절부터 TV를 보고 따라 하고는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부터 자신의 세상 안에서 배우로 활약하고 있던 셈이다. 만나는 사람 마다 다른 모습을 연기해 그의 주변에서는 박성현을 각자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어렸을 때 최불암 시리즈를 외워서 들려주면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요. 이후에 최불암 시리즈가 끝나서 제가 이야기를 지어내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이 이야기를 더 리얼하게 들려주려고 연기를 하게 됐죠. 나 때문에 주변 사람이 웃고 울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연기 연습을 한 것 같아요. 사람들은 제가 외향적인 줄 알아요. 그런데 이건 많이 노력한 거예요. 장기자랑 나가면 울면서 노래하고는 했어요. 관심을 받는 건 좋은데, 창피해서요.(웃음) 이걸 적응 시키려고 일부러 더 나가서 무언갈 하고, 사람들 앞에 나서게 되면서 후천적으로 외향적인 면을 갖추게 됐죠."

'비밀'은 박성현의 연기 인생에 모멘텀을 만들었다. '비밀' 이후로 연기를 대하는 자세와 방식도 달라졌다.

"제 삶에 회의를 많이 느낀 적이 있어요. 내가 누굴 위해서 연기하는 거지 싶었거든요. 그런 의미로 '비밀'은 참 의미가 있어요. 이렇게까지 극에 큰 영향을 주는 역을 처음 해봤어요. 내 삶에도 변화가 생기고 연기도 주도적으로 바뀌었고요. 연기를 잘 맞춰주는 배우가 있고, 이끌어주는 배우가 존재하는데 저는 본능적으로 맞춰주는 연기를 해왔죠. 지금은 극에 영향을 주는 연기를 하면서 트러블이 생기는 것도 재미있어요. 이제 제 인생 사는 느낌이 들어요."

박성현 주변에서 '비밀'을 가장 재미있게 본 건 그의 부모님이다. 오랜 시간 스크린에 나와 핵심 역할을 하는 박성현의 모습에 기뻐하셨다. 박성현은 부모님의 환한 얼굴을 위해서라도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저 공연할 때도 다 와서 보시는데 매번 제가 대사를 틀릴까 봐 걱정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이번에는 많이 나왔다고 좋아하셨어요. 심지어 수위도 높고 보기 불편한 장면도 있었을 텐데 재미있다고 뿌듯해 하시더라고요. 앞으로 이런 기쁨을 더 드리고 싶어요."

박성현이 전하는 '비밀'을 재미있게 관람하는 방법은 각 등장인물들의 관점을 따라가는 것이다. 동근, 성현, 영훈, 영훈의 엄마 등 폭력과 살인 사건을 둘러싼 주요 인물들에 이입하다 보면 영화를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마 처음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동근의 입장에서 보시게 될 거예요. 그런데 '비밀'은 인물에 따라 관점이 바뀌어요. 그런 걸 바꿔 보는 재미가 있을 겁니다. 즉 여러 번 봐야 하는 영화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포지션마다 다른 영화를 보는 기분이 드실 겁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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