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와 하던 김장, 이제 남편과 합니다

유영숙 2023. 12. 1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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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임 배추 40킬로그램 구입해서 처음으로 김장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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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숙 기자]

▲ 12월 중순에 늦은 김장을 하였다 늘 친정엄마가 담가 주셨는데 친정엄마가 떠나시고 올해 처음 혼자 담가 보았다.
ⓒ 유영숙
 
매년 김장을 한다. 우리 가족은 할머니 표 김치를 좋아한다. 우리 집 김치만큼 맛있는 것을 먹어보지 못했다고 한다. 김치를 먹을 때마다 '김치는 역시 할머니 표 우리 집 김치가 최고야!'라고 말한다. 여기서 할머니는 내 친정엄마를 말한다. 

12월 중순 이맘때 대부분 가정에서는 김장을 하고 여유 있게 보낸다. 김치가 익어서 맛있게 먹는 집도 있다. 시골에 사는 남동생도 11월 초에 김장하고 지금은 여유 있게 겨울을 즐긴다고 한다.

친정엄마는 매년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친정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우리 집에 올라오셨다. 시골집이 주택이라 겨울에 추워서 우리 집에서 겨울을 보내시고 봄에 벚꽃이 필 때쯤 내려가셨다. 10년 이상을 그렇게 하셨다. 아들 둘에 딸 하나인데 아들보다는 딸네가 편하다고 하셨다.

우리 집에 오셔서 며칠 쉬시다가 12월 중순에 늘 김장을 해주셨다. 아파트 상가 채소 가게에서 절임 배추를 주문하시고, 내가 퇴근하면 벌써 김칫거리를 사다가 다 씻어 놓으셨다. 김장하는 날도 어느새 찹쌀풀도 쑤어 두고 김장 준비를 완벽하게 해 놓으신다.

김장하는 날 나는 그저 보조만 하였다. 고춧가루 넣으라면 넣고, 액젓 넣으라면 넣는 정도였다. 계량도 안 하고 대충 짐작으로 하시는데도 간이 딱 맞았다. 노란 배춧잎에 김치 양념을 싸서 딸 하나, 사위 하나 주시며 맛보라고 하셨는데 이제 그런 친정엄마가 안 계시다. 친정엄마는 지난 2월에 하늘나라로 가셨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올해도 우리 집은 12월 16일 토요일에 늦은 김장을 하였다. 친정엄마 없이 처음으로 나 혼자 하는 김장이다. 걱정이 많이 된다. 할머니 표 김치처럼 담글 수 있을지 걱정이다. 작년에 김장하며 적어 놓은 레시피가 있어서 퇴근하며 집 앞에 있는 마트에 들러서 필요한 것을 배달시켰다. 김장철이 지나서인지 무와 쪽파 등이 썩 마음에 안 들었지만 배달시켰다. 식자재마트에 갈 걸 하고 잠깐 후회하였다.

저녁에 절임 배추 40킬로그램이 도착했다. 가을에 고춧가루 주문했던 해남 배추다. 지인 동서라 믿고 주문했다. 배추는 잘 절여진 것 같았다. 깨끗하게 씻었다고 다시 씻지 말라고 했다. 씻으면 배추가 살아난다면서.

앞으로 김장은 늘 남편과 둘이 할 거라서 김장 레시피를 올해는 더 꼼꼼하게 적어두었다. 김장 당일 한꺼번에 하면 힘도 들고 바빠서 각종 재료는 전날 준비해 둔다. 김장 당일에는 무채를 썰어 배춧속 넣는 일만 한다. 그래야 힘이 덜 든다.

우리 집 김장 레시피

1. 절임 배추는 김장 하루 전날 도착하도록 예약한다. 절임 배추를 뒤쪽 베란다에 소쿠리에 배추를 뒤집어 차곡차곡 담아서 물기가 빠지게 한다.

2. 배달 시킨 무는 수세미로 깨끗하게 씻고, 쪽파와 대파, 갓도 씻어서 베란다에 놓아둔다.

3. 물 2.5ℓ에 육수 코인 3개를 넣고 찹쌀가루 일곱 스푼을 듬뿍 담아 뭉치지 않게 저어 둔다. 중불에서 눌러붙지 않도록 나무 주걱으로 저어주며 묽게 찹쌀풀을 쑨다. 유튜브를 보면 황태 머리와 각종 재료를 넣어 육수를 만들라고 하는데 생략했다. 육수 코인 세 개로 대신했다. 나는 복잡한 요리를 싫어해서 늘 가장 간단한 요리 방법으로 한다.

4. 김장 당일이다. 쪽파와 대파, 갓을 잘게 썰어 둔다. 크게 썰면 양념에 겉돌아서 배춧속 넣기가 나쁘다. 마늘 1kg 한 봉지와 생강 한 팩은 씻어서 다짐기에 넣고 갈았다.
 
▲ 김치 속에 들어가는 재료 쪽파와 대파, 갓은 작게 썰고, 마늘과 생강은 다짐기에 갈았다.
ⓒ 유영숙
   
5. 김장 매트를 깔고 남편과 둘이 무채를 썰었다. 유튜브 선생님들은 각종 과일과 무 등을 믹서에 갈아서 양념하고 홍시도 넣으라고 했지만, 우리 집은 친정엄마와 하던 방식대로 했다. 무채를 썰어 고춧가루로 색을 입히고, 썰어놓은 파와 갓, 다지기에 간 마늘과 생강을 섞었다. 생강은 작게 썰어서 두 줌 정도를 갈아서 넣었다.
 
▲ 썰어놓은 무채와 고춧가루로 물들인 무채 무채에 먼저 고춧가루로 물을 들이고, 썰어놓은 재료를 섞어 김치 속을 만든다.
ⓒ 유영숙
   
6. 찹쌀풀과 새우젓, 액젓, 매실청을 넣고 골고루 잘 섞이도록 버무렸다. 설탕 대신 친정엄마가 넣던 신화당을 조금 넣었다. 혼자서 버무리기가 힘들어서 힘센 남편이 거들어 주었다. 간이 맞는지 배추에 싸서 간을 보았다. 너무 싱거워도 너무 짜도 김장해 놓으면 맛이 없어 간을 잘 봐야 한다.
   
우리 집은 짠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서 짜지 않게 하지만, 김치가 너무 싱거우면 안 되어 예민하게 간을 본다. 김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양념 간 보기다. 새우젓과 액젓은 처음부터 다 넣지 말고 간을 보면서 추가한다. 무채의 양에 따라서 고춧가루와 젓갈 양을 조절해 준다
  
▲ 완성된 김치 속 배추 속을 넣어서 김치통에 차곡차곡 담았다. 찹쌀풀이 묽은 것 같아 걱정했는데 양념이 잘 되었다.
ⓒ 유영숙
 
7. 양념은 20분 정도 숙성 시킨 후 본격적으로 배춧속을 넣어서 김치통에 차곡차곡 는다. 중간에 고춧가루에 버무려놓은 무 쪼가리도 넣어준다. 김치가 익으면 무 쪼가리가 별미다. 올해는 무가 작아서 거의 채로 다 썰고 끝에 나온 무 조각만 남겨서 쪼가리로 넣었다.

8. 바닥에 앉아서 배춧속을 넣었더니 허리가 아파서 가끔 일어서서 허리를 펴 주었다. 내년에는 식탁에 서서 배춧속을 넣어야겠다. 김치통이 차면 남편이 김치통에 묻은 양념을 닦고 맨 위에 랩을 덮어서 마무리해 주었다.

9. 혼자서 배춧속 넣는 일을 하느라 시간이 걸렸지만, 꼼꼼하게 속을 잘 넣어서 좋았다. 배추 겉잎으로 배추를 싸서 차곡차곡 담았더니 김치통 다섯 개가 되었다. 김치통 두 개는 큰 통이라서 많이 들어갔다. 배춧속이 남아서 따로 용기에 담아 두었다. 김치 속도 좋아해서 항상 넉넉하게 만든다. 아들네는 나중에 한 통씩 보낼 예정이다.
  
▲ 완성된 김장 절임 배추 40킬로는 김치통으로 다섯통이 나왔다.
ⓒ 유영숙
 
작년에 담근 묵은지가 남아 있어서 담근 김치는 김치냉장고에 바로 넣고 맛 지킴으로 설정했다. 우리 집은 김장을 1년 동안 먹기에 익히지 않고 바로 김치냉장고에 보관한다. 작년 묵은지는 2월까지 먹을 것 같다. 묵은지 먹다가 봄이 되면 새로 담근 김장 김치를 먹는다.
무사히 김장을 끝내고 수육을 삶았다. 쌍둥이 손자와 아들이 와서 함께 먹었다. 남겨둔 절임 배추를 씻어서 수육에 새우젓과 남은 배춧속을 넣어 먹었는데 맛있었다. 익어야 알겠지만, 김치가 짜지 않고 맛있을 것 같다.
  
▲ 김장 김치 레시피 유 세프 요리 교과서 '김장'편-내년 김장을 위해 손글씨로 김장 레시피를 꼼꼼하게 작성해 두엇다.
ⓒ 유영숙
 
친정엄마가 안 계셨지만, 늘 친정엄마가 김장하시는 것을 어깨너머로 배워서 흉내 내 보았다. 이번에 김장을 하며 김장 레시피를 꼼꼼하게 작성해 보았다. 배춧속을 보면 맛있게 된 것 같지만, 김치가 익으면 부족한 맛은 레시피 노트에 적어서 내년 김장할 때 참고하려고 한다.

김장하고 나니 허리도 아프고 피곤했지만, 이제 완벽하게 겨울 준비를 마쳐서 마음이 편하다. 김장도 이제 자신 있다. 내년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다. 김장하는 날 친정엄마가 더욱 그립다. 그동안 친정엄마 덕에 내가 얼마나 편하게 살았는지 느끼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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