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커플 축복" 승인…관습 깬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 행보
가톨릭 교회가 동성 커플에 대해 사제가 축복할 수 있다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변화는 프란치스코 교황이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18일 AP 통신은 "교리상으로는 여전히 가톨릭 교회는 동성애에 대해 '본질적으로 무질서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같은 교리 속에서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11년에 가까운 재임 기간 동안 교회가 성 소수자들을 좀 더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노력해왔다"고 소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임기 초부터 동성애에 대해 관용적인 태도를 분명하게 밝혀왔다. 특히 2013년 교황의 첫 방송 기자회견에서는 동성애자 사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내가 누구를 판단할 수 있겠느냐"고 옹호하기도 했다. 그는 "동성애자가 선한 의지로 신을 찾는다면 내가 그를 심판할 수 없다"며 가톨릭이 동성애를 죄악으로 삼더라도 사회는 동성애자를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이런 태도는 그 이전에도 있었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주교 시절에도 그는 가톨릭 교회가 금지하는 동성 결혼을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법적인 보호를 허용하며 동성 커플의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성소수자 공동체를 돌보는 미국의 유명한 예수회 사제 제임스 마틴 신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이는 "가톨릭교회의 사목활동에 주요한 진전"이라며 "하느님이 사랑하는 관계에 존재하기를 바라는 많은 동성 커플 신자들의 깊은 소망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교리 선언이 보수적 가톨릭계의 비판과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사상 처음 유럽이 아닌 대륙 출신의 교황이다. 연설 중 단상으로 뛰어오른 어린 아이를 쓰다듬어주고, 거리에서 병자들을 스스럼없이 포옹하는 친근한 교황으로도 유명하다.
개혁적인 성향인 그는 교황에 오른 2013년 처음으로 여성과 무슬림에게 세족식을 거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로마 인근 소년원에서 12명의 소년원생의 발을 씻는 세족식을 했다. 12명 중에는 두 명의 여성과 두 명의 무슬림이 포함돼 있었다. 가톨릭 남성만을 대상으로 세족식을 했던 기존의 관습을 깬 것이다.
이해준 기자 lee.ha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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