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m금융톡]사고 터졌을 때 대비…'CEO 방탄'에 수십억 쓰는 은행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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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2월까지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임원들의 업무를 정확하게 명시해 내부관리 책임을 지도록 하는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기 전후로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책무구조도를 만들기 위해 수십억 원씩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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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주한 금융지주·은행들
법무법인과 컨설팅사에 수십억원씩 투입
"요즘 대형로펌이나 컨설팅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보좌진들에게 연락이 자주 와요. 열흘 전에 국회에서 통과된 금융회사 내부통제 관련 법안 내용에 있는 '책무구조도' 때문인데요. 금융위에서 법 시행령 같은 세부 내용을 언제 나오는지, 내용이 뭔지 국회를 통해서 알아보려는 거죠."(국회 정무위 관계자)
내년 12월까지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임원들의 업무를 정확하게 명시해 내부관리 책임을 지도록 하는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1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기 전후로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책무구조도를 만들기 위해 수십억 원씩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주와 은행들이 로펌과 컨설팅사에 책무구조도 작성을 맡기고 있는데 비용이 각 지주·은행별로 20억~30억원 안팎 수준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현재 딜로이트 안진·삼정KPMG·삼일PwC·태평양·율촌 같은 대형 컨설팅사와 로펌이 작업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CEO 책임, 가장 민감한 문제
당국이 지주와 은행에 책무구조도를 만들라고 한 이유는 대규모 횡령이나 금융사고가 터졌을 때 누구의 책임인지 밝혀내기 위해서다. 책무구조도는 CEO(최고경영자), CRO(최고위기관리자), CCO(최고고객책임자)와 같은 핵심 임원 20~30여명을 대상으로 한다. '경영관리·위험관리·영업부문' 영역으로 작성된다. 임원들은 소관업무 내부통제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상시점검해야 한다.
관건은 CEO가 직접 책임져야 하는 경우다. 지난 6월 금융위는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할 때 "회사 내에서 조직적이고 장기간 반복적으로 광범위한 문제가 생기면 CEO가 시스템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사들이 책무구조도를 만드는 데 가장 신경 쓰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주인 없는 회사'라는 금융지주 특성상 회장은 제왕적 지위를 누려왔다. 2019년 사모펀드 사태가 터지고 불완전판매로 판명되며 금융회사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진 바 있다. 그때도 지주마다 어떻게든 회장이 책임을 지는 일은 피하려고 안간힘을 써왔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으면 행정소송도 불사했다. 작년 12월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이 금융당국 중징계 취소소송에서 승소한 적이 있다.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취소 소송을 내 지금 2심이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KB증권 대표, NH투자증권 대표까지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지주·은행은 내년 12월, 금투·보험은 내후년 6월부터
금융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자체가 CEO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막겠다는 의도에서 시작된 것"이라며 "이 때문에 금융사들도 회장과 은행장의 역할을 명시하는 게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숙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사고가 터졌을 때 책무구조도에 적힌 단어 하나로 인해 CEO가 제재를 받느냐, 임원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할 수 있느냐 갈림길에 설 수 있다"며 "그래서 금융회사들이 책무구조도를 만드는 데 수십억 원도 아끼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책무구조도는 전 금융권이 다 제출하되 적용 시점은 다르다. 금융지주와 은행은 내년 12월부터다. 그래서 홍콩H지수 관련 ELS 사태에서 불완전판매나 적합성 원칙에서 문제가 드러난다고 해도 책무구조도와는 관련이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은 소급적용이 되지 않는다"며 "ELS 사태에 관해 제재가 필요하다면 2021년 그 당시의 법에 따르게 된다"고 밝혔다.
금융투자회사(자산총액 5조원·운용재산 20조원 이상)와 종합금융회사, 보험회사(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적용 시점은 2025년 6월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금투와 보험사, 여신전문회사, 저축은행은 법 시행(내년 6월) 이후 5년 안에 적용된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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