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덕에 자산 350억…"돈 좋아해요" 진보 꼬집은 美민주 샛별
'진보적 자본주의'란 가능할까. 미국 하원의원 로 칸나(47)에 따르면 가능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능해야만 한다. 경제 성장과 부의 재분배를 동시에 이루자는 목표는 신기루처럼 느껴지지만, 칸나 의원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주말판에 "진보 정치인들이 지금 놓치고 있는 게 경제의 중요성"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잊지 말자. 미국인들은, 아니, 사람들은, 돈을 좋아한다."
칸나 의원 역시, 돈을 좋아하는 미국인 중 한 명이다. LA타임스에 따르면 그의 순 자산은 2700만 달러(약 350억원)이다. 그가 직접 일군 자산은 아니다. 기업가의 딸인 그의 부인이 약 2000만 달러를 보유하고 있어서다. 칸나 의원 본인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행정부에서 상무부 부차관보로 일했고, 이후엔 같은 당 버니 샌더스 전 대통령 후보의 캠프에서 일했다. 사회주의라는 비판까지 받았던 샌더스 전 후보의 급진적 정책 만들기에 참여했던 경험이 그에게 '진보적 자본주의'를 주창하게 했다고 한다. 부의 재분배에만 집중해서는 일반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다.
그는 NYT에 "부자 증세는 물론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으니, 경제 성장을 위한 동력 확보다"라며 "파이를 어떻게 잘게 자를까만 고민하지 말고 파이의 크기 자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과 협력하지 않으면 산업을 키울 수 없고, 경제를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 일부 급진주의자들이 기업을 적으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과 자성이 담긴 입장이다.
그런 그가 왜 애초에 버니 샌더스 캠프에서 일을 했을까. 오바마 측근으로 일하다가 샌더스로 이동한 건 이념 스펙트럼에서 더 왼쪽으로 이동한 셈이다. 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칸나는 "내게 오바마는 가장 위대한 현대 정치인"이라며 "그를 위해 일하면서 부의 불평등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됐고, 더 진보적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 성장이 없는 부의 재분배는 답이 아니라는 게 그의 결론이다. NYT가 부자 증세 등 부의 재분배에 초점을 맞추는 같은 당 동료들에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단답했다. "나는 그들을 존중한다."
칸나라는 이름은 한국에서 귀에 익지 않지만, NYT가 그를 "야심 찬 젊은 정치인"이라며 주목한 데는 이유가 있다. 양극화와 허위정보(disinformation) 등에 시달리는 미국 정치에서 그와 같은 인물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 수 있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NYT는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항상 지지해왔다. 미국 주요 언론사들은 대선을 앞두고 지지 후보를 발표하는 게 전통이다.
한편 칸나 의원은 한국에 친숙한 마이크 혼다 하원의원을 당 경선에서 누르고 2017년 정계에 본격 진출했다. 일본계 미국인인 혼다 의원은 위안부 문제에서 한국을 지지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인도계 미국인인 칸나 의원은 오바마와 같은 시카고 출신으로, 예일대 법대를 나왔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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