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문과 '슬픈 탈출구'…외고·국제고 경쟁률 급등
최근 대입에서 이과생 강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문과 성향 학생들이 진학하는 외국어고 입학 경쟁률이 4년 새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문과 성향 학생들이 일반고에서 상위 등급을 받기 힘든 구조가 되면서 외고 선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외고·국제고 경쟁률↑…“갈 곳 잃은 상위권 문과생의 선택”
종로학원에 따르면 18일 입학원서 접수가 마감된 전국 28개 외고의 2024학년도 입학 경쟁률은 1.32대1을 기록했다. 외고 경쟁률은 2021학년도 1.05대 1에 이어 2022학년도에는 0.99대 1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1.12대 1로 소폭 오른 뒤 상승세를 지속했다.
국제고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올해 전국 8개 국제고 경쟁률은 1.88대 1로 최근 5년 새 가장 높은 수치였다. 2021학년도에 1.39대 1까지 떨어졌지만 3년 연속 높아지는 추세다.
반면 자율형사립고 경쟁률은 상대적으로 약세다. 민족사관고, 상산고 등 전국 단위 모집 자사고 8곳의 경쟁률은 1.91대 1로 전년(1.87대1) 대비 소폭 상승했지만, 나머지 지역 자사고 24곳은 1.2대 1로 전년(1.22대 1)보다 하락했다.
이 같은 결과는 최근 대입에서 이과 강세가 이어지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온다. 문·이과 구분이 사라진 통합 수능이 2022학년도 입시부터 도입되면서 수학에서 미적분 등의 과목을 주로 선택하는 이과생이 문과생에 비해 높은 점수를 받기 유리해졌다. 교육계에서는 교육과정 편성 기준에 따라 이과 계열 교과를 개설하기 힘든 외고와 국제고가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실제로 올해 강원외고와 부일외고가 각각 일반고, 자사고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외고와 국제고 경쟁률이 높아지는 것은 일반고 내에서도 문과생이 불리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고교 내에서도 문과를 희망하는 학생이 적어지면서 문과 학생이 모여있는 외고를 선택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과를 희망하는 상위권 중3 입장에서는 일반고로 진학해봤자 문과 학생 수가 적어 내신 상대평가에서 높은 등급을 받는 게 쉽지 않다. 차라리 외고·국제고로 진학하자는 심리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의 한 자사고 교사는 “최근엔 일반고, 자사고 가리지 않고 문과생이 워낙 없다. 여고는 그나마 절반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남고는 소멸에 가깝다”고 말했다.
“외고·국제고 졸업생도 의대 간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2025학년도 대입부터 146개 대학이 확률과통계, 사회탐구 응시생도 이공계, 의대에 진학할 수 있도록 전형을 변경했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연세대, 성균관대, 경희대 등 상위권 대학이 사회탐구 응시생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문과 학생만 지원할 수 있는 전형을 별도로 신설하는 등의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중2가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 개편안도 향후 외고 인기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 개편 시안에 따르면 모든 학생이 똑같은 수능 사회·과학 시험을 치른다. 임성호 대표는 “수능에서 문·이과 차이가 사라지기 때문에 이제는 외고, 국제고 졸업생도 의대를 갈 수 있게 된 것”이라며 “향후 국제고와 외고의 인기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민지 기자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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