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영장’ 기각한 유창훈 판사, 송영길은 발부…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부장판사가 18일 송영길 전 대표의 구속영장에 대해선 발부 결정을 내렸다. 최대 쟁점이던 ‘증거인멸 우려’에 대한 검찰 주장을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제1야당 전·현직 당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은 공교롭게도 모두 유창훈(50·사법연수원 29기)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 구속영장 청구서를 접수한 날의 담당 법관이 심리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유 부장판사는 영장전담 판사 3명 중 사법연수원 기수가 가장 빠른 선임이다. 대전 출신인 그는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39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광주지법 순천지원, 대법원 재판연구관,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쳐 올해 2월부터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로 근무 중이다.
부임 직후 검찰이 대장동 의혹 관련 배임 등 혐의로 이재명 대표의 1차 구속영장을 청구했을 때 담당 법관으로 지정됐지만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돼 별도로 심리하지 않고 기각했다.
지난 9월 검찰이 청구한 이 대표의 구속영장 심문 역시 유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 2차 영장은 국회 문턱을 넘었고 이 대표를 상대로 9시간 넘는 심문을 마친 뒤 7시간을 고심한 끝에 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유 부장판사는 이례적으로 긴 892자 분량의 사유를 통해 기각 근거를 설명했다.
이후 서초구 대법원 앞에는 근조화환과 유 부장판사의 얼굴 사진이 박힌 대형 비방 현수막이 한 달 넘게 세워지는 등 비난과 공격이 쇄도했다. 법원행정처가 이를 게시한 시민단체를 옥외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서야 자진 철거됐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직권남용으로 그를 고발하기도 했는데 검찰은 혐의 없음이 명백하다며 조사 없이 각하 처분했다. 여권에서 유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을 언급하는 일도 있었다.
유 부장판사는 이날 송 전 대표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피의자를 구속하려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증거인멸 또는 도주 염려가 있어야 한다.
검찰은 영장심사에서 송 전 대표가 수사 과정에서 증거를 은닉하고 관계자를 회유한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귀국할 때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폐기하고 산 지 일주일가량 된 ‘깡통폰’을 검찰에 제출한 점, 차명 휴대전화를 이용해 사건 관계자들과 접촉하며 수사 동향을 파악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또 송 전 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조달 창구로 검찰이 지목한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지난해 11월 교체됐고, 이와 관련해 송 전 대표 보좌관이었던 박용수씨가 선제적인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는 점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송 전 대표는 그동안 증거인멸 의혹과 관련해 비난받을 만한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휴대전화는 프랑스 대학에서 제공한 현지 폰을 사용하다가 입국하면서 바꿨을 뿐이고 먹사연 하드디스크는 정기적인 교체의 일환이었다는 게 송 전 대표의 주장이었다.
유 부장판사는 이날 송 전 대표의 혐의를 두고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 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했다. 송 전 대표는 그동안 ‘검찰이 위법한 별건 수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거듭했는데 법원이 잠정적으로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인정해준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앞서 유 부장판사는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먼저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 송 전 대표의 전직 보좌관 박용수씨 등은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무소속 이성만 의원에 대해선 “수사 내용 및 피의자의 관여 경위, 관여 정도 등에 의할 때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한 바 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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