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공권력 비웃는 반달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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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이나 미술품을 파괴, 훼손하는 반달리즘(vandalism)이란 용어는 프랑스 혁명 때 나왔다.
1794년 성난 군중이 가톨릭교회 건축물과 예술품을 파괴하는 걸 본 투르 앙리그레구아 주교가 5세기 반달족의 로마 침략에 빗대 이같이 불렀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반달리즘은 9세기 유럽의 가톨릭 성상 파괴 행위나 남미를 침략한 유럽 정복자들의 신전 파괴 등 주로 전쟁이나 종교갈등, 왕조교체 같은 대격변기에 횡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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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이나 미술품을 파괴, 훼손하는 반달리즘(vandalism)이란 용어는 프랑스 혁명 때 나왔다. 1794년 성난 군중이 가톨릭교회 건축물과 예술품을 파괴하는 걸 본 투르 앙리그레구아 주교가 5세기 반달족의 로마 침략에 빗대 이같이 불렀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반달리즘은 9세기 유럽의 가톨릭 성상 파괴 행위나 남미를 침략한 유럽 정복자들의 신전 파괴 등 주로 전쟁이나 종교갈등, 왕조교체 같은 대격변기에 횡행했다. 통치 수단으로 반달리즘을 동원한 사례도 많다. 고대 중국에서 진시황의 분서갱유가 대표적이다. 조선 최고의 성군 세종은 역대 고려왕과 왕비의 초상화와 기록을 불태우고 불교 유적을 파괴하는 데 앞장섰다. 신라 태종무열왕릉비가 사라진 건 조선 유생들이 벼루를 만들기 위해 고품질 석재로 만든 비석을 난도질했기 때문이라고 퇴계 이황이 폭로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20세기 들어 반달리즘 주요 타깃은 유럽 등지의 미술작품들이다. 이 가운데 루브르에 소장된 모나리자는 명성만큼이나 가장 많은 수난을 당했다. 지난해 10월엔 ‘Just Stop Oil’이라는 환경단체 회원들이 유럽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미술품에 연쇄 테러를 가하는 등 환경운동 수단으로 반달리즘이 동원되기도 한다. 범죄학~형사정책학은 반달리즘을 ‘정신적 성숙이 신체적 성숙을 따르지 못하는 부적응적 심리 상태에서 나타나는 문화 거부와 폭력적 반항 행위’로 정의한다. 기원전 356년 그리스 에페소스의 헤로스트라투스란 사람이 “악행으로 후세에 이름을 남기겠다”며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에 불을 지른 게 이 정의에 맞는 사건이자 반달리즘의 효시다.
지난 16일 경복궁 담벼락 40여m가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됐다. 더 어이없는 건 경찰 수사 와중임에도 공권력을 비웃듯 17일 밤 같은 곳에서 모방 의심 낙서테러가 일어났다는 점이다. 경찰은 문화재 순찰을 강화했지만 짧은 틈을 이용해 범행이 이뤄져 막지 못했다고 항변한다. 신고를 당부한다며 문화재 보존 책임을 시민에 돌렸다.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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