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출신 비대위원장이 수평적 당정 관계 만들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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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를 바탕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에 추대할지를 조만간 결정키로 했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대표직을 수행할 비대위원장을 결정하면서 이런 개인 이미지부터 먼저 따지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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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의견을 수렴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를 바탕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에 추대할지를 조만간 결정키로 했다. 김기현 전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한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은 사실상 당 대표다. 내년 총선 공천권을 갖고, 선거운동을 총지휘하며 당을 이끌어야 한다. 때문에 총선에서 이기려면 차별화된 참신한 이미지가 필요하다는 찬성론과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을 충실히 이행할 검찰 출신이 비대위를 맡아서는 중도층의 반감을 살 뿐이라는 반대론이 당내에서 팽팽하게 맞붙고 있다.
한 장관이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여성과 젊은층 등에게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음은 분명하다. 지난 정권에서 미운털이 박혀 한직을 전전하다 정권교체 후 법무부 장관에 깜짝 발탁됐지만 원칙적인 업무 처리로 능력을 인정받았고, 대중적 인기까지 얻었다. 그러나 집권여당의 대표직을 수행할 비대위원장을 결정하면서 이런 개인 이미지부터 먼저 따지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은 알겠지만 한 장관이 국민의 뜻을 수렴하고 당을 이끌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보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윤석열정부는 검찰 공화국이라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야당은 인사 때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대통령실과 행정부 요직을 선후배 검사들로 채운다는 논평을 쏟아냈다. 이번 총선에서는 검사 출신이 대거 공천을 받아 유리한 지역구를 차지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게 된다면 이런 비난에 동의하는 유권자가 더욱 많아질 것이다.
지금 국민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정치의 혁신이다. 진영 논리에 빠져 벌이는 무분별한 정쟁을 중단하고 허약해진 국가 체질을 바꾸는 데 힘을 모으라는 게 보수와 진보를 막론한 절박한 요구다. 이를 위해서는 공천권자에게 맹종토록 강요하는 잘못된 당 시스템부터 바꿔야 한다. 막말을 해도 공천권자의 눈에 띄면 된다는 식의 저급한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민의힘이 합리적 중도층의 지지를 얻으려면 대통령의 눈치만 살피는 정당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는 게 급선무다. 당 비상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의 아바타’라는 말까지 나온 한 장관이 이 역할을 제대로 할지 의문이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더 많은 표를 얻고 싶다면 지금의 수직적인 당정 관계를 수평적 관계로 바꾸겠다는 의지부터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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