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동성혼 금지하는 헝가리, 학교 성교육도 막아

유경진 2023. 12. 1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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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거장 캠페인] <22> 헝가리 등 동유럽 국가에선
2021년 7월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퀴어 행사 현장. 행사 참가자들이 동성애에 비판적인 헝가리 정부를 규탄했지만 정부는 동성혼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다. 국민일보DB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의 주요 매체들은 올 초 데이비드 프레스먼 주헝가리 미국대사의 부임을 두고 미국과 헝가리 양국의 외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레스먼 대사가 동성애자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동성 배우자 사이에 두 자녀를 두고 있다.

헝가리 국영 언론은 당시 프레스먼 대사를 “마담(프랑스어로 기혼여성을 의미하는 단어) 앰배서더”라고 지칭하면서 “미국이 헝가리를 외교적으로 도발했다”며 꼬집었다. 수도 부다페스트 미국대사관 인근 다뉴브 강에는 프레스먼 대사를 비난하는 문구가 적힌 해골 깃발이 걸리기도 했다. 헝가리가 이토록 격한 반응을 보이는 데는 동성간의 결혼(동성혼)을 법적으로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성애 반대는 ‘혐오’가 아니다

보수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지난해 4월 4연임에 성공한 직후 승리 연설에서 “기독교 민주주의와 보수, 애국 정치의 승리를 전 세계가 목격했다”고 밝혔다.

2010년부터 재임 중인 오르반 총리는 헝가리 역대 총리 중 최장수 임기를 이어가고 있다. 개혁주의 기독교 성향의 신자로 알려진 그는 동성애와 트랜스젠더 등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헝가리는 2021년 6월 일명 ‘아동보호법’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의 골자는 학교 성교육이나 18세 이하 미성년자 대상의 영화와 광고 등에서 동성애 묘사를 법적으로 금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2020년에는 결혼을 ‘한 남자와 여자 사이의 제도’로 인정하고, 동성 커플의 자녀 입양을 금지하는 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자녀 입양 또한 이성 부부만 할 수 있다. 아울러 18세 이하 미성년자 대상의 영화와 광고 등에서 동성애 묘사를 금지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했다. 이를 놓고 인권 단체들은 “해당 법안은 성 소수자의 권리를 제한한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헝가리가 동성혼을 허용하지 않은 데는 기독교적 배경이 뛰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헝가리 종교 비율은 가톨릭(37.2%) 개신교(13.8%) 그리스정교(1.8%) 순이다. 기독교 비율이 절반을 넘는다.

이용희 (에스더기도운동 대표)교수는 17일 “국가가 법적으로 성경 자체를 부정하고 차별하도록 허용해서는 안된다”며 “성경은 동성애를 죄라고 말씀한다. 기독교와 교회가 동성애·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것이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성혁명, 동유럽 vs 서유럽

대부분의 서유럽 국가가 동성혼을 합법화한 것과 달리 동유럽 국가는 비교적 동성혼에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지난 9월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 불가리아 정부에 대해 “유럽인권협약에 보장된 사생활 및 가족생활에 대한 존중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불가리아는 동성 결혼을 허용하지 않으며, 해외에서 이뤄진 동성 결혼 역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정일권 전 숭실대 기독교학대학원 교수는 “현재 유럽은 둘로 나뉘어 성혁명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독일을 중심으로 ‘독일 68성혁명’ 운동이 전개됐지만 이는 소아성애를 부추기고 건강한 성 가치관을 무너뜨리는 구시대적 유물”이라며 “포스트 모더니즘과 같은 이념 또한 기독교적 가치관을 훼손하는데 앞장서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 동성애를 옹호하는 인권·시민단체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동성혼을 반대하는 국가의 이같은 결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동성혼 반대, 출산율 증가

헝가리는 최근 10년간 지속적으로 출산율이 증가하고 있다. 유럽연합(EU)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Eurostat)가 지난 3월 발표한 국가별 출산율 통계에 따르면 헝가리의 2021년 합계출산율은 1.61명을 기록했다. EU 평균인 1.53명보다 0.08명 높다. 10년 전인 2011년 1.23명, 2019년 1.55명, 2020년 1.59명을 기록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가 눈길을 끈다.

루마니아(1.81명) 슬로바키아(1.63명) 불가리아(1.58명) 등도 최근 10년 출산율이 일제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들 국가는 모두 동성혼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한편 동성혼을 허용한 국가 중 일부를 제외하고는 출산율이 하락했다. 이는 헝가리 정부가 파격적인 출산정책을 펼친 영향도 있지만 국가적으로 동성혼을 받아들이지 않은 결과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정 교수는 “동성애는 초저출산과 인구소멸의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동성애는 쾌락주의와 성경의 가르침과 정반대되는 가치를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동성혼을 허용하지 않은 국가와 받아들인 국가의 출산율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며 “기독교 전통 위에 바로 서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회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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