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글로벌 무역전쟁 와중 3개월 만에 교체된 주무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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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판 IRA에 한국 전기차는 한 종만 보조금 대상
높아지는 보호무역 장벽 맞아 컨트롤타워 부재 우려
프랑스가 최근 ‘프랑스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녹색산업법 개편안 시행에 들어갔다. 전기차의 생산뿐 아니라 운송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의 탄소배출량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 후 대당 5000~7000유로(700만~10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번에 명단에 오른 전기차 78종 대부분이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브랜드로 채워졌다. 프랑스에서 멀리 떨어진 아시아 국가 등에서 수출하는 전기차는 해상 운송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한다는 이유로 대부분 불이익을 당했다.
한국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포함된 현대차 코나는 체코 공장에서 생산된 덕에 가까스로 탈락을 면했다. 반면에 기존 보조금을 받아 온 기아차 니로 EV·쏘울 EV 등은 유럽에서 생산하지 않아 모두 제외됐다. 유럽 현지 생산 여부가 보조금 수혜를 가른 셈이다.
프랑스 정부가 탄소 배출 등 친환경 정책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자국 전기차 산업을 보호하려는 무역 장벽 쌓기가 사태의 본질이라는 건 명확하다. 심각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번 프랑스판 IRA 개편은 보호주의로 치닫는 글로벌 교역 환경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미국에 이어 프랑스가 노골적으로 자국 중심의 제조업 공급망 개편에 나선 데서 알 수 있듯 자국 보호주의의 전 세계적 확산은 시간 문제다.
글로벌 자유무역에 힘입어 수출 경쟁력으로 성장한 한국으로선 치명적 위기다. 미·중 패권 경쟁을 비롯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쟁이 격화하면서 무역 장벽이 점점 높아지는 이 엄중한 현실에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현 정부의 대응은 매우 실망스럽다. 프랑스판 IRA 명단이 지난주 공개되자 한국 통상 당국은 뒤늦게 프랑스 측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프랑스가 녹색산업법을 예고한 게 지난 5월이다. 산자부는 8월 한국무역협회 등 민간과 함께 프랑스 정부에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가능성을 언급하며 재고를 요청하는 의견서를 냈다. 하지만 이 조치 외에 정부가 어떤 전략으로 프랑스 정부 설득에 노력했는지를 묻고 싶다.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고작 임기 시작 3개월 만에 총선에 차출하고, 그 후임을 통상교섭본부장으로 돌려막기 하면서 통상 관련 컨트롤 타워의 혼선과 부재만 불러온 것처럼 보이니 하는 말이다. 이러니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민생은 챙기지 않고 마음이 콩밭(총선)에 가 있다”고 비판해도 달리 변명할 말이 없는 게 아닌가. 지금이라도 급변하는 보호주의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처하는 한편 각국 움직임을 예의주시해 적시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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