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익의 이코노믹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가고, 저물가·저금리·저환율 온다

2023. 12. 1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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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미국경제 전망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지난 2년 세계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삼고’(三高)에 시달렸다. 그러나 2024년 경제의 화두는 삼고보다는 ‘경기침체’일 것이다. 삼고의 원인을 제공했던 미국 경제 중심으로 살펴보자.

소비 위축으로 물가상승률 하락

지난해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0%로 1981년(10.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서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2월 0.00~0.25%였던 연방기금금리 목표 수준을 올해 7월에는 5.25~5.50%까지 급격하게 인상했다. 미국이 이처럼 금리를 올리자 돈이 미국으로 몰려들 것이라는 기대로 달러 가치가 급등했다. 2022년 9월에는 달러지수가 2021년 말보다 20%나 올랐다.

「 GDP 70% 차지하는 소비 위축
Fed 급격 긴축, 물가상승률 둔화

성장률 떨어지고 주가 조정 전망
미 경제 좋지만 급변 여지 있어

금리 내리면 달러도 약세 돌아서
선제적 구조조정해야 기회 잡아

이렇게 고물가→고금리→고달러 순서로 진행되었던 ‘삼고 시대’는 마무리되고 있다. 우선 물가 상승률이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8%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는 4%, 내년에는 2%대 중반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물가상승률이 떨어지는 이유를 수요 측면에서 찾을 수 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69.1% (2022년 기준)로 절대적으로 높다. 2024년에는 소비 증가세가 둔화하거나 감소하면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소비 둔화 요인을 살펴보자.

정근영 디자이너

첫째, 지난해 미국 가계저축률이 3.3%로 금융위기 직전 해였던 2007년(2.5%) 이후 가장 낮았다. 미국 가계의 소비지출 증가 속도가 소득 증가보다 높았다는 의미이다. 올해 들어서 10월까지 저축률이 4.8%로 오르고 있다. 이제 가계가 소비를 상대적으로 줄이고 있는 것이다.

둘째, 소비의 주축 역할을 하는 중간가구 소득 감소가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9년에 7만8250달러였던 중간가구 실질소득이 2022년에는 7만4580달러로 4.7% 줄었다. 2023년에도 물가보다 낮은 임금 상승률로 실질소득이 줄었을 것이다.

셋째, 가계 이자 부담이 늘어난 것도 소비 위축 요인이다. 금리 하락으로 2021년 3월에는 가처분소득에서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2%였으나, 2023년 10월에는 2.8%(2010년 1월~ 2023년 9월 평균은 1.9%)로 늘었다. 그만큼 소비 여력이 줄었다는 의미이다.

넷째, 가계의 금융자산 감소도 앞으로 소비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021년 말 118조255억 달러였던 금융자산이 올해 3분기에는 112조4238억 달러로 줄었다. 소비가 감소하면 기업 매출과 이익이 줄고 주가가 내려가면서 금융자산 감소 폭은 더 확대될 수 있다.

Fed의 ‘샤워실의 바보’ 같은 통화정책

전 시카고대학 교수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였던 밀턴 프리드먼은 ‘샤워실의 바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샤워실에서 갑자기 물을 틀면 차가운 물이 나오기 마련이다. 샤워실의 바보는 수도꼭지를 더운물 쪽으로 돌려버리고, 뜨거운 물이 나오게 된다. 샤워실의 바보는 깜짝 놀라 수도꼭지를 찬물 쪽으로 돌리게 되고, 다시 빙하수가 나오게 되며 위에 언급한 과정을 반복한다.’ 최근 Fed의 통화정책은 샤워실의 바보와 유사하다.

정근영 디자이너

피셔의 화폐수량설에 따르면 적정 통화증가율은 물가상승률과 실질 GDP 증가율의 합에서 유통속도 변화율을 뺀 것이다. 통화 지표로는 보통 광의통화(M2), 물가 지표로는 소비자물가지수가 사용된다. 이들 지표를 1971~2019년 통계로 분석해보면 미국 M2 증가율의 평균은 실질 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합의 평균과 같았다. 이런 의미에서 실제 M2 증가율이 실질 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합을 초과할 때는 Fed가 통화를 과잉 공급했고, 그 반대의 경우는 과소 공급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20년 코로나19로 미국 경제는 심각한 침체에 빠졌다.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Fed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통화공급을 늘렸다. 2020년 2분기에는 실제 M2 증가율이 적정 증가율보다 28.5% 포인트 높았다. 20% 포인트 이상의 통화공급은 2021년 1분기까지 지속했다. 이런 과잉 통화공급이 시차를 두고 물가상승을 초래했다. 2022년 2분기 소비자물가가 전년동기 대비 8.6%나 상승하면서 1981년 4분기(9.6%)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Fed의 통화정책 목표는 고용 극대화와 더불어 물가안정이다. 물가상승률이 이처럼 높아지다 보니 연준은 2022년 3월부터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는 등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올해 1~3분기에는 M2 증가율이 적정 증가율보다 10.3% 포인트 밑돌았다. 연준이 수도꼭지를 뜨거운 물에서 차가운 물로 급작스럽게 돌려버린 셈이다.

이런 Fed 통화정책이 물가 상승률을 둔화시키고 있다. 2000년 이후 통계로 분석해보면 Fed 통화정책은 7분기 정도 시차를 두고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분석되었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낮아지기 시작했고 올해 하반기에는 3%대 안팎까지 떨어지고 있다. 시차 효과를 고려하면 내년에는 물가상승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급격한 통화공급 감소는 4분기 정도 시차를 두고 경제성장률도 둔화시켰다. 또한 주가에도 중대 영향을 주었다. 최근 10년 통계로 분석해보면 통화공급이 4분기 정도 시차를 주고 주가지수(S&P500)에 최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Fed의 샤워실의 바보 같은 통화정책이 내년에는 경기침체와 더불어 급격한 주가 조정을 초래할 수도 있다.

내년 2분기 미 금리 인하 시작될 수도

지난 10월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5%대에 접근하면서 2007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최근에는 4.2% 안팎으로 낮아졌다. 시장금리에는 미래의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내포되어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이 소비 중심으로 대폭 낮아지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 이런 수요 위축과 더불어 Fed의 긴축적 통화정책으로 물가상승률이 더 낮아질 전망이다. 내년 상반기에 이런 기대가 현실화하면 시장금리는 한 단계 더 하락할 수 있다.

Fed도 내년 2분기부터는 연방기금금리를 낮출 수 있다.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둔화로 적정금리 수준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적정금리를 추정하는 하나의 방법이 ‘테일러 준칙’이다. 실제 GDP가 잠재 수준을 넘어서거나 실제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웃돌 때 적정금리 수준이 올라가고, 그 반대의 경우 금리 수준이 낮아진다. 올해 4분기부터 미국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다. 내년에는 실제 GDP가 잠재 수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소비자물가상승률도 점차 2%에 접근해갈 것이다. 필자가 이 준칙을 활용하여 적정 연방기금금리를 추정(실질금리는 1990~2022년 평균을 사용)하면 올해 4분기가 4.6%로 현재 5.25%보다 낮다.

올해 마지막이었던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는 아직도 고용이 견조하고 물가상승률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내년 상반기 경제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매우 탄력적이다. 2020년 코로나19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기업들이 그해 3~4월 고용을 2194만 명이나 줄였다. 그 이전 거의 10년 동안 늘었던 일자리를 단 두 달 사이에 줄여버린 셈이다. 소비가 위축되면 기업 매출과 이익이 줄어들면서 기업들이 곧바로 고용 감축에 나설 수 있다.

달러가치 중장기적 하락 가능성 커

10년 국채수익률과 달러지수는 동행하고 있다. 시장금리 하락은 달러지수 하락을 의미한다. 달러지수를 결정하는 근본적 요인을 고려할 때도 달러 가치는 중장기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중장기 전망에 따르면 미국 GDP가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25.4%에서 2028년에는 24.0%로 줄어든다. 세계 GDP에서 미국 비중 축소는 곧 달러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여기다가 미국의 대내외 불균형도 심화하고 있다. 올해 2분기에 연방정부 부채가 GDP의 120.6%로 매우 높다. 미국의 대외순부채도 GDP의 67.2%로 10년 사이에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세계 중앙은행의 외화보유액 가운데 달러 비중도 2000년 71.1%에서 올해 2분기에는 58.9%로 줄었다.

‘삼고(三高)’ 해소는 다른 측면에서 경기침체를 의미한다. 이 경우 기업수익이 줄면서 주가도 하락할 수 있다. 기업이나 개인은 선제적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해야 한다. 비효율적 자산 매각을 포함해서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한 기업은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 적정한 현금을 가진 개인은 주식시장에서 부(富)를 늘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2024년은 탄력성(resilience) 있게 대응하는 기업이나 개인에게 도약의 한 해가 될 것이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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