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의 마켓 나우] 블록체인의 ‘야누스적 순간’
곧 새해다. 1월을 뜻하는 재뉴어리(January)는 야누스(Janus)에서 나왔다. 그리스에서 수입된 신(神)이 아니라 로마 고유의 신이었던 야누스는 얼굴이 둘이었다. 두 얼굴은 시종(始終), 출입, 안팎, 앞뒤, 관문, 전환, 과거와 미래를 상징했다. 기원전 3세기 주화를 장식했던 야누스는 화폐의 역사에 막 데뷔한 블록체인의 입지를 상징한다. 현재 블록체인은 과거 가상자산시장의 혼탁함을 정리하면서 미래 혁신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결정적인 ‘야누스적 순간’에 서 있다.
먼저 과거의 정리와 반성이다. 최근 한글과컴퓨터 회장의 아들이 아로와나토큰의 시세조종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아로와나토큰은 한컴 계열사인 블록체인 전문기업 한컴위드가 지분을 투자한 가상자산으로 2021년 4월 20일 상장한 지 30분 만에 최초 거래가인 50원에서 1075배 5만3800원까지 치솟아 당시 시세조종 의혹이 파다했다. 그간 논란을 빚은 가상자산이 아로와나토큰뿐이겠는가? 다행히 내년 7월 시행예정인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과 감독규정 제정안이 지난 11일 입법 예고됐다. 이 법이 성공하면 글로벌 가상자산시장의 규율체계에서도 모범이 될 것이다.
동시에 블록체인은 미래금융의 혁신적인 전환 가능성을 제시한다. 디지털 화폐를 주제로 14·15일 기획재정부·한국은행·금융위원회·국제통화기금(IMF)이 공동주최하는 국제 콘퍼런스가 서울에서 열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경제의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도입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내년 예정된 2단계 CBDC 파일럿테스트에서는 일반인 대상으로 예금토큰을 활용한 실거래 테스트도 예정돼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또한 첨단기술을 이용해 효율성·상호운용성·접근성이 뛰어난 금융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임을 분명히 했다.
블록체인 커뮤니티와 가상자산 시장에서 한국의 글로벌 영향력은 이미 상당하다. 블룸버그 등 매체에 따르면 11월 원화가 가상자산 시장에서 달러를 누르고 가장 거래량이 많은 법정통화가 됐다. 9월부터 현재까지 비트코인 거래에서 원화 거래량은 17%포인트 증가한 41%, 달러 거래량은 11%포인트 감소한 40%로 집계됐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상승에 국내 투자자들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된다. 국내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을 미래 혁신에 대한 추진력으로 승화해야 한다. 과거를 청산하기 위한 제도적 기틀이 갖춰지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파일럿테스트가 준비 중인 지금이 블록체인의 야누스적 순간이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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