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안나의 행복한 북카페] 나를 위한 하이파이브
타임머신이 꼭 하나 특별한 때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면, 어디로 가고 싶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때 그 일’이 일어나기 바로 전으로 가고 싶다고 말할까. 그때 그 순간은 기억으로 박제되고, 한 사람 전체로서의 인생이 아닌, 한 정지화면으로 압축 저장된다.
기억은 영원한 현재다. 진실은 사실적 진실과 감정적 진실로 분열된다. 옳은 것과 정확한 것이 다를진대, 기억의 왜곡이 보태지면 자신과도 타인과도 공존할 수 없는 괴물이 태어난다. 10년 전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사람이듯 타인도 그러할 텐데, 가장 강력한 그 순간의 기억으로 평생이 결정된다.
“나는 매일 벽돌벽을 쌓았다. 뿌듯한 마음으로 멀리서 보니, 아뿔싸 중간에 딱 두 개가 비뚤어졌다. 허물고 다시 쌓고 싶은 벽이다. 숨고 싶다. 그때 누군가 와서 아름다운 벽이라 한다. 잘못 놓인 벽돌 두 장 좀 보라 하니, 나머지 998개의 벽돌이 너무 훌륭하다고 한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아잔 브라흐마, 2013)에 나오는 스님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자주 잘못된 벽돌 두 장 때문에 998개의 온전함을 잊고, 타인과의 관계나 자신을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
진실은 사실을 안다는 것이 아닌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이다. 우리가 박제된 기억 조각에서 벗어나 전체로서의 나와 타인을 알게 된다면 세상은 훨씬 살만할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타인을 영원히 용서하지 못하거나, 자기 비난이라는 감옥에서 자기 용서를 거부하는가. 인간은 누구에게나 잘못 놓인 벽돌 두 장이 있다. 살아냄은 용서받고, 박수받을 자격이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는 모두 완벽할 수 없고 틀릴 수 있다. 오래된 하와이식 호오포노포노 치유법처럼 나에게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용서하세요. 사랑합니다”라고 말해보라. 기억에서 해방되어 내 안에 평화가 온다. 아침저녁, 거울 속 나를 향해 손바닥을 펼쳐 하이파이브! 나를 위한 양손 하이파이브!
이안나 성형외과 전문의·서점 ‘채그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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