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때 지도부, 한동훈 지지 앞장…“새 권력에 줄 서나”
요즘 국민의힘에서는 “김기현 전 대표가 떠난 뒤 그와 함께 활동하던 지도부 인사의 변신이 놀랍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 13일 김 전 대표의 대표직 사퇴 이후 ‘한동훈 추대론’에 불이 붙었는데 그 중심에 김기현 지도부가 있어서다.
대표적인 스피커는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이다. 그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롭고 젊은 리더십, 강하고 스마트한 변화를 촉구한다”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밀자고 주장했다. 그는 YTN라디오에서는 ‘한동훈 추대론’을 북한 김주애 세습에 비견한 비주류 김웅 의원을 향해 “싸가지가 없다”고 몰아세우기도 했다. 김병민 최고위원 역시 ‘한동훈 추대론’을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그는 지난 15일 KBS라디오에서 “한 장관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지도부 중 추대론을 가장 먼저 꺼냈다.
둘은 김기현 전 대표 사퇴에 대해서는 “혁신을 적당히 봉합하려다 보니 여론이 철퇴를 가할 수밖에 없었다”(김병민),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장예찬)고 말했다. 이런 입장에 대해 당내에선 “김 전 대표 사퇴는 결국 지도부 전체의 책임인데 남일 대하듯 한다.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석기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그는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한 장관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대비되는 인물이기 때문에 검사 출신이지만 괜찮다”며 ‘한동훈 대세론’을 띄웠다. 김 전 대표가 임명한 김성원 여의도연구원장은 같은 자리에서 “한 장관을 삼고초려해서 모셔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런 집단적 ‘한동훈 밀어주기’는 이들이 처한 정치적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들은 비대위가 출범하면 일단 최고위원 혹은 임명직 당직자 자리를 잃는다.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은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옹립하면 공신(功臣)이 되는 사람도 나오지 않겠느냐. 새로운 권력에 먼저 붙겠다는 의도일 거라는 당내 의견도 많다”고 했다. 김 전 대표 사퇴 이틀 뒤 일사불란하게 ‘한동훈 추대론’이 나오는 데 대해 한 중진 의원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이철규 의원이 한 장관을 물밑에서 밀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이 새 비대위원장을 선임하게 되면 11번째 수장이 나온다. 2020년 9월 국민의힘 출범 후 김종인 비대위원장→주호영 대표 권한대행→김기현 대표 권한대행→이준석 대표→권성동 대표 직무대행→주호영 비대위원장→권성동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및 대표 권한대행→정진석 비대위원장→김기현 대표→윤재옥 대표 권한대행으로 수장이 바뀌어 왔다. 평균 수명이 3.4개월에 불과했다. 정치권에선 “간판만 세워놓고 책임을 떠넘기는 국민의힘 고질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보수 진영을 보면 대표 리더십보다는 대통령 의중에 따라 중대한 결정이 이뤄져, 대표의 정치적 공간이 협소했던 점이 고질적인 한계”라고 진단했다.
김효성·김준영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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