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분열에도 손 놓아”…이재명 ‘안한다 리더십’ 비판 커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영화 ‘길 위에 김대중’ 시사회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만났다. 그러나 이낙연 전 대표와의 회동은 결국 불발됐다. 이 대표는 오후 2시, 이 전 대표는 방송 출연을 이유로 오후 7시 시사회에 각각 참석하면서다.
이 대표는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시사회 사전환담에서 김 전 총리를 만난 직후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와 민생경제 후퇴, 퇴행을 막는 것”이라며 “백지장도 맞들어야 하는 상황이라서 모두가 힘을 합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이 자리에서 “당을 위해 더 큰 폭의 행보를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 대표 측은 김 전 총리와는 20일, 정세균 전 총리와는 28일 따로 독대를 추진 중이다. 이 전 대표와의 회동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런 행보를 놓고 이 전 대표를 고립시키기 위한 의도란 해석이 많다. 당 일각에선 이 대표가 김건희 여사 특검법으로 윤석열 정부를 압박하면서 ‘검찰 때리기’로 지지층을 결집하려 할 뿐 당내 통합에는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갈등 해결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무위(無爲) 리더십’이란 불만이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분열의 과정을 손 놓고 지켜만 보는 당 지도부의 수수방관 태도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 대표가 이 전 대표는 물론 비주류 모임인 ‘원칙과 상식’도 당장 만나라”고 촉구했다.
선거제 개편 등에 이 대표가 침묵하는 것도 논란이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마지막 정무수석을 지낸 이철희 전 의원은 CBS 라디오에서 “여당이나 대통령이 잘못할수록 야당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 (당 대표가) 그걸 감당할 수 있는 뭔가 내용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 부분은 지금까지는 굉장히 좀 소홀하다”고 쓴소리했다.
이런 가운데 친명계 인사들은 원내·외를 가리지 않고 이 전 대표를 격하게 비난했다. 원외 조직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국회에서 이 전 대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헛된 정치적 욕망으로 민주당의 이름에 먹칠했다” “민주당의 역사를 부정하고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모욕한다” 등 원색적 비난을 가했다. 기자회견에 배석한 강득구 의원은 이 전 대표를 “윤석열 정권의 앞잡이”로 부르며 “최소한의 양심과 명분을 안다면 정계를 은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선 의원들은 이날도 이 전 대표를 비판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여기엔 민주당 의원 167명 가운데 117명(70.1%)이 서명했다. 이른바 조·추·송(조국·추미애·송영길) 신당에 침묵하던 민주당이 이 전 대표를 향해선 유독 격한 비난을 퍼붓는 모습에 당내 일각에선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비명계 의원은 “친명계는 친명계대로 비명계는 비명계대로 연판장에 이름을 올려 ‘이재명 편’이라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하는 게 안타깝고 서글픈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친명계를 자임하는 원외 후보들은 각종 논란에도 총선 출마 채비를 마쳤다.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을 옹호해 논란을 일으켰던 남영희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지난 16일 총선 후보자 적격 판정을 받은 뒤 이날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1997년 남총련 의장 시절 ‘고문치사’ 사건 유죄 판결로 적격 판정이 취소된 정의찬 당 대표 특보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상태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정작 통합을 위해 가장 쉬운 일도 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문희·정용환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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