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컷 미녀가 103년 전통 깼다…'미스 프랑스' 우승자 논란
프랑스 미인대회 ‘미스 프랑스’에서 최초로 짧은 머리(숏컷) 우승자가 나왔다. 일각에선 전통적인 여성미의 기준을 무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열린 미스 프랑스 결선에서는 이브 질(20·Eve Gilles)이 우승 왕관을 썼다. 질은 인도양에 위치한 프랑스령 섬 레위니옹 출신의 수학 전공 대학생이다.
참가자들 사이에서 그의 검고 짧은 머리가 특히 눈에 띄었다. 정당한 절차를 거쳐 프랑스 최고 미인으로 뽑혔지만, 온라인에선 질의 외모를 두고 의외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103년 대회 역사상 짧은 머리의 여성이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부 ‘전통주의자’들은 질의 우승이 대회가 요구하는 미의 기준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과거 우승자들을 보면 길고 찰랑거리는 머리, 풍만한 몸매, 큰 키를 가진 여성들이 주를 이뤘다.
모두 여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다양성이라는 진보적 정체성을 강요하는 ‘워크’(woke)를 염두에 두고 질을 뽑았다는 것이다. 워크는 ‘깨어있음’, ‘각성’ 정도로 번역되는 신조어로, 보수 진영에서 ‘정치적 올바름’ 이슈에 과잉반응하는 이들을 비꼬는 의미로 쓰인다.
이날 대회는 프랑스 전역에서 700만명이 시청했다. 대중 투표는 우승자 선정에 50% 비중을 차지했다.
엑스(X·옛 트위터)의 한 이용자는 “그녀는 미스 프랑스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의 머리 스타일에는 관심이 없지만, 중성적인 몸은 확실히 ‘워크’로 작용하는 게 분명하다”고 썼다.
방송인 장마르크 모란디니는 “(질이) 몸매가 빈약하고 마른 체형과 짧은 머리로 인해 폭력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당사자 질은 결승 전 자신의 외모에 대한 비판이 일자 직접 모범을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더는 어린 소녀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며 “하지만 나는 말괄량이는 아니다. 여자라고 느낀다”고 했다.
질은 자신을 향한 비판에 “누구도 당신에게 당신이 누구라고 지시할 수 없다. 우리는 긴 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여성들에 익숙하지만, 나는 짧은 머리에 중성적, 좀 더 남성적인 외형을 선택했다. 나는 우리가 매일 참아야 하는 신체적 수치심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우리 모두 불완전함을 갖고 있다”고 반박했다.
미인대회는 1970년대 중반 이후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강요한다는 공격을 받아왔는데, 주최 측은 이번 대회 우승이 다양성의 승리라며 높이 평가했다.
이를 의식해 주최 측은 지난해 지원자를 24세 이상의 미혼이며 출산 경험이 없어야 한다는 규정을 폐지했다. 트랜스젠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미인대회도 열었다.
하지만 여전히 미스 프랑스에 참가하려면 키가 5피트 7인치(약 170㎝)이어야 한다. 미스 프랑스 선발 후 1년간은 체중을 늘리지 않고 헤어 스타일을 바꾸지 않으며 문신이나 피어싱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도 해야 한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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