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파 짓눌린 중국 경제, 회생 기미가 안 보인다
무디스, 국가신용등급 전망 하향 조정
BOA “부동산 침체 수년간 지속될 것”
중국 경제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헝다 사태’ 등 연이은 ‘부동산 위기’에 지방 정부 부채와 소비 심리 위축까지 맞물리며 경기 회복이 요원한 것 아니냐는 부정적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증시도 이런 상황이 반영돼 계속 내리막길이다. 최근 내년 긴축 종료를 시사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에도 상해종합지수 등은 조용한 모습이다.
18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11월 소매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증가했다. 소매판매는 백화점, 편의점 등 다양한 유형의 소매점에서 물건이 판매된 수치다. 11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4월(18.4%), 5월(12.7%)에 비해서는 낮았지만 8월(4.6%)과 9월(5.5%), 10월(7.6%)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고 있음을 뜻한다. 로이터통신은 “소매판매 증가 폭이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기는 했지만 중국이 최근 내놓은 경기부양책이 경제 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신호를 추가해줬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국제 금융 시장에서 중국 경제가 조기에 회복할 것이란 확신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5일 중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2024~2025년 중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올해 성장률 목표치(5.0%)보다 낮은 4.0%로 예상했다. 무디스는 중국 지방 정부와 국영기업 부채 문제, 부동산과 금융 위기, 경제성장률 저하 등을 신용등급 전망 하향 이유로 꼽았다. 미국의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중국의 부동산 침체가 수년간 지속할 것이며 중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 회복도 시간이 걸리리라 전망했다.
중국 경제를 흔드는 가장 큰 요인은 2년 전 불거진 중국의 부동산 기업 문제다.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은 2021년 12월 처음으로 227억 달러(약 30조원) 규모의 달러화 채권을 갚지 못했다. 중국의 3대 부동산 기업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도 만기가 예정된 채권 이자를 지난 10월까지 내지 못했다. 주요 부동산 기업들이 잇따라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황에 빠지며 중국 부동산 시장에 대한 건전성 우려가 커졌다.
중국 부동산 기업의 위기는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권의 위기로 이어졌다. 여기에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중국인들의 소비 심리도 위축되면서 GDP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지 않다. 중국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GDP의 2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국외자본 조달을 위해 홍콩 증시에 상장했던 헝다, 비구이위안 등이 고점 대비 90% 이상 폭락하면서 H지수 급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잠재성장력에도 못 미치는 ‘디플레이션 갭’이 발생하면서 중국이 기존에 성장 동력으로 삼았던 제조업과 소비가 흔들렸다”며 “중국 증시가 받아오던 프리미엄이 크게 훼손된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증시는 내년에도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만 대부분 월가 은행은 2024년을 전망하면서 중국 증시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실패로 귀결됐던 강세장 예상이 똑같이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홍콩 증시는 변동성이 커 한 가닥 희망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 연구원은 “분위기만 돌아서면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 ‘녹인’(knock-in) 구간 회복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홍콩 증시의 거래대금이 코로나19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져 심리적 하단에 도달했다는 희망 섞인 분석도 있다.
내년 중국 경제의 가장 큰 변수로 부동산 위기의 여파와 1월 대만 총선, 11월 미국 대선 등이 꼽힌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부동산 기업의 추가적인 디폴트를 막아야 경기 회복이 가능하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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