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자금, 중국서 인도·브라질로… 신흥국 금융 질서 재편

심희정 2023. 12. 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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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증시 홍콩 추월, 시총 7위 올라
국내 투자자들, 브라질 채권으로 몰려


신흥국 금융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증시 자금이 인도, 브라질 등으로 옮겨가면서다. 인도 주식시장은 홍콩을 제치고 시가총액 세계 7위를 기록했다. 신흥국 그룹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내 희비가 뚜렷하게 갈리는 모양새다.

18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중국에서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이 시작된 건 지난해 초부터다. 외국인 증권자금은 지난해 2월부터 누적 7000억 위안(약 128조원) 이상 순유출됐다. 특히 주식자금은 연초 중국의 경제 재개방 기대로 잠시 유입세를 보였지만 지난 4월 이후 예상보다 부진한 재개방 효과와 부동산 시장 불안, 규제 위험 우려 등으로 다시 유출로 전환했다. 외국인의 대(對)중국 직접투자도 지난해 2분기부터 감소하기 시작해 올해 3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118억 달러(약 15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인도 증시 대표 지수인 니프티50은 올해 들어 17.9% 올라 8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세계거래소연맹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인도 국립증권거래소의 총 시가 총액은 3조9890억 달러(약 5162억원)로 세계 7위를 기록했다. 홍콩 주식시장의 시가 총액 3조9840억 달러(약 5156억원)를 넘어선 것이다. 홍콩의 주가지수인 항셍 지수는 올해 연간 16.6% 하락했다.

인도의 경제성장률은 6%대로 2%대인 한국의 3배 수준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인도가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8%로 고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도는 지난해 영국을 제치고 미국 중국 독일 일본에 이어 GDP 세계 5위에 올랐다. 2030년에는 세계 3위에 올라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2028년 인도 경제가 매년 6% 이상 성장하는 반면 중국은 3~4%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의 물가 상승률이 완화되는 점도 인도 주식시장에 자금이 유입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인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5.5%를 기록하며 인도 중앙은행의 목표 범위인 2~6% 내에 안착했다. 인도 중앙은행은 지난달 기준 금리를 6.5%로 동결했지만 물가 상승이 안정화하면 금리 인하를 단행할 전망이다. 노무라증권은 내년 8월부터 인도 중앙은행이 기준 금리를 총 1% 포인트 인하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브라질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 역시 올해 들어 22.4% 올랐다. 브라질 중앙은행이 선제적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증시로 자금이 몰린 결과다. 지난달 브라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50bp 인하하면서 3연속 인하를 결정했다. 브라질 기준금리는 12.25%로, 2022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내년 보베스파 지수가 11% 더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데이비드 베커 이코노미스트는 브라질이 내년에도 금리를 계속 인하할 것이며, 이에 따라 중국을 떠나 신흥국에 진출하는 투자자들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8년 정부 재정 위기로 신용등급이 강등됐던 브라질은 최근 신용평가사 S&P와 피치(Fitch)에서 잇따라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하면서 안정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P는 브라질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변경했다. 피치는 브라질의 국가 신용 등급을 ‘BB-’에서 ‘BB’로 상향 조정하고 전망 역시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피치는 “브라질 정부가 경제 및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개혁에 진전을 이뤘다는 측면에서 등급을 올렸다”고 밝혔다.

국내 투자자들은 브라질 채권으로 몰려들고 있다. 올해 1~5월 국내 투자자들의 채권 직접투자는 미국(64.5%)에 이어 브라질 비중이 28.0%로 높았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브라질 헤알화 국채(만기 2~3년 기준)는 올해 약 30%의 성과를 기록했다. 높은 이자수익과 환차익이 수익의 주 원천”이라며 “내년에도 단기 및 중기물 중심으로 헤알화 로컬 채권에 대한 투자는 긍정적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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