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막전막후]HMM 인수전…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늦어진 이유는
하림-동원 2파전 속 '불공정 논란'
"수정제안은 적법한 입찰 절차"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이 6조4000억원에 국내 최대 해운사 HMM을 품었다. 본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하림그룹을 HMM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18일 발표했다. 매각 대상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57.9%(3억9879만156주)다.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맺고, 기업결합 심사 등을 거쳐 내년 초 인수 작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뛰어든 하림그룹은 인수 희망가로 6조4000억원 안팎을 써냈다. 동원그룹의 인수가를 근소한 차이로 앞선 것으로 전해진다. 매각 측은 인수 희망가를 비롯해 자금조달 계획과 인수 뒤 경영계획 등을 종합 평가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하림-동원 2파전 속 뜨거운 '불공정 논란' 진실은?
이번 HMM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당초 시장의 기대보다 조금 늦어졌다. 하림그룹이 본입찰에 앞서 요구한 조건이 논란이 돼서다. 산은은 본입찰에 앞서 인수 후보자들에게 SPA 초안을 보내면서 ▲HMM 인수 뒤 지분 5년 보유 ▲연간 배당금 3년간 5000억원 제한(총 1조5000억원) ▲사외이사 지명권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자가 HMM이 보유한 10조원대 현금성 자산을 유용하거나, 단기적으로 주가를 올리고 지분을 되파는 '먹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주문으로 해석된다.
이 조건을 수용한 동원그룹과 달리 하림그룹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한 JKL파트너스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선 5년 보유 조건에서 제외하고, 산은과 해진공이 이번에 매각하는 주식과 별개로 보유한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3년간 주식으로 전환하지 말아 달라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사실이 새어 나오자 경쟁사인 동원그룹이 불공정하다면서 반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입찰 시 '마크업(Mark up, 수정 제안)'을 필수적인 절차로 본다. 일반적으로 매각 측이 SPA 초안을 인수후보자에 보내면 후보자들은 수정 제안을 해서 다시 보낸다. 매각 측에서는 후보자들이 제시한 가격과 수정 제안까지 포함해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하림 측의 요구에 대해 불공정성 여부를 논하기에는 수정 제안을 하는 것은 인수 후보자의 당연한 권리다.
일각에선 하림-JKL컨소시엄이 이번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 수정제안을 모두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하림그룹-JKL컨소시엄에서 딜을 주도한 JKL파트너스 핵심 관계자는 "수정 제안을 포함해 응찰한 이후에는 매각 측과 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우리가 추가로 계속 요구한 것처럼 비쳤지만 평가받는 입장에서 추가적인 요구를 하기 어렵고, 이는 일반적인 M&A 절차상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입찰 과정에서 인수 후보자들은 매각 주관사를 통해서 충분히 초안에 대한 마크업을 한다. 마크업을 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서는 협상 시 논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매수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원하는 것을 다양하게 기재할 수밖에 없다. 단 입찰에 응한 이후 매각 측과 추가적인 접촉은 전혀 없었다는 게 하림그룹-JKL컨소시엄측 주장이다.
그는 "마크업을 경쟁자 측에서 요구를 안 했다면 그냥 받아들인 것이고, 우리는 권리를 주장한 것"이라며 "원하는 것을 제시할 기회는 공정하게 둘 다 부여받았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그는 "매수인 입장에서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급하면서 계약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 협상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딜을 주도한 하림 측 핵심 관계자 역시 "입찰에 응한 이후로는 매각 주관사 측과 일체 접촉한 적이 없다"며 "입찰 과정에서 공식적인 제안을 한 이후로는 전혀 커뮤니케이션이 없었다"고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만큼 향후 계약체결을 위한 협상 과정에서 수정 제안을 포함한 모든 사항이 다시 협상의 테이블이 오르게 되고, 수정 및 철회도 가능해진다.
업황 침체 우려‥HMM 영업익, 10조원서 5000억원대로 뚝↓
해운업황 침체와 그동안 투입된 공적자금의 규모를 고려할 때 최종 인수자 선정까지 불협화음 없이 매듭을 잘 지어져야 한다는 게 업계의 바람이다. 당장 눈앞에 실적이 가파르게 꺾이고 있다.
지난해 9조9500억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HMM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는 5640억원이다. 전년 대비 94.3% 감소한 수치다. 이는 글로벌 업황 침체와 해운사 간 '치킨게임'이 심화한 탓이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4.19% 늘어난 8조7510억원의 매출을 전망하고 있지만,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3712억원으로 올해보다 34.19%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96.26% 감소한 수치다.
류재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의 시황 반전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며 "공급과잉으로 인해 수급이 나아지지 않았고 수요가 추가로 개선되기보다는 공급 압력에 따라 시황은 하락 압력을 지속해서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HMM 매각이 늦어지면 제값을 받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침체가 본격화하기 전 HMM 매각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HMM의 시가총액은 12조원 수준이다. 산업은행이 그동안 HMM에 투입한 공적자금은 7조원대로 추산된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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