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세척 후 레이저 쏜다…경복궁 낙서 테러, 어떻게 지우나
주말새 발생한 스프레이 낙서 테러로 훼손된 경복궁 담장은 어떻게 복구할까. 문화재를 노린 중대범죄가 연이틀 발생하면서 복구 방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과학센터와 국립고궁박물관의 문화유산 보존처리 전문가 20여명은 지난 16일부터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화재청은 돌담을 물들인 울긋불긋한 스프레이를 제거하는 데엔 약품과 각종 장비가 동원된다고 설명했다.
먼저 약품을 이용해 물리적인 방법으로 오염물질을 제거한 뒤 레이저 장비로 표면을 미세하게 태워 남아 있는 흔적들을 최대한 지우는 방식으로 복구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약품 등을 써서 표면을 스팀 세척하는 것을 우선하고 있지만, 락카 색이 빠르게 흡수된 부분은 도드락 장비를 이용해 표면을 살짝 다듬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으로 다듬은 돌을 이가 달린 네모난 망치로 두들겨 다듬는 것을 도드락다듬이라고 하는데, 가장 고운 면을 다듬는 석재 가공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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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 다듬는 수준…물리적 손상 주지 않아"
실제 공개된 복구작업 사진 속엔 전문가들이 끝이 뾰쪽한 장비로 돌담을 쪼는 듯한 모습이 담겨 있다. 이때문에 일각에선 담장의 더 손상되는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문화재청은 "돌을 쪼아내 물리적으로 손상을 주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도드락 다듬'이라고 해서 마치 망치로 돈가스 고기를 넓게 펴듯, 넓적한 망치로 담장 표면을 고르게 다듬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일반적인 석조 유물 오염 때 복원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행여 돌담을 다듬으면 색깔 차이가 생기지는 않을까. 이 역시 기우라고 문화재청은 답했다. "오래전 조성된 담장이라 그간 표면뿐 아니라 내부까지 색깔이 침윤해서 걷어내도 의외로 별로 차이가 안 난다"는 것이다. 다만 "그래도 뚜렷이 차이 날 경우엔 색조 보정도 고려한다"고 덧붙였다.
작업 기간은 최소 일주일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2차 낙서가 발생한 탓에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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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m 넘는 구간에 두 차례 '낙서 테러'
한편 지난 16일 오전 1시 50분쯤 경복궁 담벼락에서 낙서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주변 담장에 누군가 스프레이를 이용해 '영화 공짜' 'OO티비' 등을 문구를 휘갈긴 것. 낙서 테러는 영추문 좌측 3.85m, 우측 2.4m구간과 박물관 좌우 38.1m에 이르는 광범위한 구간에 걸쳐 이뤄졌다.
문화재청이 긴급 복구에 나섰지만 이튿날인 17일 오후 10시 20분쯤 또 다시 새로운 낙서가 발견됐다. 기존에 훼손된 경복궁 서쪽의 영추문 좌측으로, 가로 3m, 높이 2m 규모의 낙서였다. 해당 낙서를 한 용의자는 이날 경찰서에 자진 출석했다.
17일 범행 용의자, 경찰 자진 출석
용의자 20대 남성 A씨에게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가 적용돼 처벌될 방침이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사적 등 지정문화유산에 글씨, 그림 등을 쓰거나 그리거나 새기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어길 시 원상 복구를 명하거나 관련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구체적 범행 경위와 공범이 있는지, 앞서 발생한 첫번째 낙서 사건과의 관련성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 '스프레이 낙서'가 어떠한 허가 없이 문화유산 보존에 심각한 영향을 준 행위로 보고 관련 법률과 처벌 기준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조선 왕조의 법궁(法宮·임금이 사는 궁궐)이었던 경복궁은 1963년 국가지정문화재(문화유산) 사적으로 지정됐다. 영추문의 좌·우측 부분 등 담장 전 영역도 사적 지정 범위에 포함된다.
현예슬 기자 hyeon.yese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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