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돈 보내래""제가 경찰입니다"…ATM 앞 실랑이의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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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경찰이랑 통화하는겨.""어르신, 제가 경찰이라니까요."
통화 상대인 '경찰'에게 거액의 돈을 보내려는 노인을 발견한 한 남성이 자신도 '경찰'이라며 송금을 막고 나선 것이다.
이 경찰관은 수상한 통화를 하는 노인을 보고 보이스피싱임을 직감, 피해를 막아냈다.
경찰청은 지난 6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히며 시민들에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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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경찰이랑 통화하는겨."
"어르신, 제가 경찰이라니까요."
충북 진천의 한 은행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서 남성 두 명이 이 같은 대화를 하며 실랑이를 벌였다. 통화 상대인 '경찰'에게 거액의 돈을 보내려는 노인을 발견한 한 남성이 자신도 '경찰'이라며 송금을 막고 나선 것이다.
알고 보니 전화를 건 '경찰'은 보이스피싱범이었고, 송금을 말린 남성은 교대 근무를 마치고 개인적 용무를 보기 위해 ATM을 찾은 진짜 경찰관이었다. 이 경찰관은 수상한 통화를 하는 노인을 보고 보이스피싱임을 직감, 피해를 막아냈다.
18일 경찰청에 따르면 사연의 주인공은 충북 진천경찰서 초평파출소의 진해성 경위다. 진 경위는 지난 8월1일 오전 10시 교대 근무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돈을 찾으려고 ATM기에 갔다가 우연히 한 노인이 통화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당시 상황은 은행 폐쇄회로(CC)TV에 담겼는데, 이를 보면 진 경위 옆에서 한 노인이 통장을 펼친 채 휴대전화 넘어 누군가로부터 지시받고 송금을 시도했다. 통화 내용을 듣고 이를 수상히 여긴 진 경위는 노인을 톡톡 친 뒤 "위험한 전화 같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 노인은 통화 상대가 경찰이라며 진 경위의 말을 무시했다. 보이스피싱범이 "통장이 범죄에 연루됐으니 돈을 보내주면 지켜주겠다"고 한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것이다.
보이스피싱임을 확신한 진 경위는 노인의 통장을 뺏어가며 말리려 했지만, 노인은 진 경위의 말을 믿지 않았다. 되레 더 큰 돈을 찾기 위해 아예 은행 안으로 들어갔다. 진 경위는 노인을 따라 들어간 후, 직원에게 노인이 보이스피싱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렸다. 은행 직원은 곧바로 출금해주지 않고 시간을 끌었고, 그사이 다른 직원이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제복 차림의 경찰관들이 현장에 출동하면서 상황은 일단락됐다. 출동한 경찰은 노인에게 "수사기관은 절대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한 뒤 노인 휴대전화에 깔린 악성 앱을 지웠다. 덕분에 노인은 재산을 지킬 수 있었다. 진 경위는 비번일에 농사일을 하다가 현금을 찾으려고 ATM에 들렀다가 이 같은 상황을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근 쉬는 날 유모차를 끌고 집 앞에 나왔던 경찰관이 보이스피싱 피해자를 발견해 추가 피해를 막은 일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경기 수원남부경찰처 광교지구대 소속 유창욱 경사는 휴무일이던 지난 10월29일 오후 6시30분께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화성시 봉담읍 자택 앞에 산책을 나왔다가 수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한 젊은 남성이 편의점 앞 벤치에 앉아 다량의 기프트카드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를 눈여겨본 유 경사는 20여 분 뒤 같은 남성이 또 다른 편의점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범죄와 연루됐음을 직감해 유모차를 끌고 편의점 안까지 따라 들어갔다. 이 남성은 마침 같은 기프트카드 200만원어치를 구매하려 했다.
유 경사는 경찰임을 밝힌 뒤 이 남성에게 구매 이유를 물었다. 그는 "검찰 관계자가 전화로 사기 범죄의 공범으로 의심되니 계좌가 동결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기프트카드를 사서 코드를 보내라고 했다"고 털어놨고 심지어 이미 150만원어치의 기프트카드를 사 코드를 전송한 상황이었다. 보이스피싱임을 확인한 유 경사는 A씨의 추가 구매를 막은 뒤 즉시 112에 신고했다.
유 경사는 "처음엔 이 남성을 보이스피싱 인출책으로 의심해 뒤를 쫓았는데 확인해보니 피싱 일당으로부터 피해를 보는 중이었다"며 "아이와 함께 있었지만, 범죄에 연루됐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을 그냥 지나칠 순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지난 6일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밝히며 시민들에게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한 주의를 당부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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