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도 참전했다…스마트폰부터 노트북까지 ‘AI 칩’ 전쟁
‘PC의 두뇌’로 불리는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점유율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인텔이 인공지능(AI) 칩 전쟁에 뛰어들었다. 인텔은 PC 전용 x86 아키텍처(설계방식)를 통해 40년 넘게 CPU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지켜왔지만, 최근 스마트폰 등 저전력 설계에 특화한 ARM 진영 프로세서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었다.
인텔코리아는 18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데이터센터용 5세대 제온 프로세서와 PC용 인텔 코어 울트라 등 차세대 제품을 국내 시장에 선보였다. 모든 제품에서 AI 처리 기능을 크게 끌어올린 게 특징이다. PC와 스마트폰에서 대화를 요약하고, 자동으로 최적의 답변을 제안하며 외국어 동시통역도 구현할 수 있다. 인텔은 이날 자사 칩이 탑재된 노트북으로 네트워크 연결 없이 생성형 AI를 통해 자동으로 음악을 작곡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능을 시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인텔의 칩을 탑재한 노트북 신제품을 나란히 공개했다.
스마트폰에서도 AI 칩은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다음 달 출시될 삼성 갤럭시S24 시리즈에 탑재될 AP 엑시노스2400의 키워드 역시 자체적으로 AI 기능을 구현하는 ‘온디바이스 AI’다. 퀄컴 역시 스마트폰용 스냅드래곤8 3세대와 PC용 스냅드래곤X 엘리트 칩을 공개했다. 모두 퀄컴이 처음으로 생성형 AI에 최적화해 설계한 제품이다.
인텔은 AI 반도체 시장의 선두주자 엔비디아를 겨냥한 AI 칩 출시도 공식화했다. 앞서 지난 14일(현지시간)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뉴욕에서 생성형 AI를 구동할 수 있는 ‘가우디3’ 시제품을 공개했다. 전 세계 AI 칩 시장을 휩쓸고 있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H100과 출시를 앞둔 AMD의 대항마 MI300X과 함께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노트북용 신형 CPU인 인텔 코어 울트라(메테오 레이크)를 통해 소비자 제품 시장 주도권 지키기에 나섰다. 인텔 측은 이전 세대 대비 전력 소모를 40% 줄이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전력 소모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칩 전체의 설계 방식을 바꿨다. 고성능에 방점이 찍힌 x86 계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변화다. 그동안 ARM 계열 프로세서는 저전력·저발열이라는 강점을 내세워 스마트폰을 넘어 노트북과 PC 시장으로 사용처를 확대해 왔는데, 이에 대해 인텔의 x86 계열이 본격적인 방어전에 나선 양상이다.
x86 계열 PC용 프로세서 점유율(올해 3분기 기준)은 여전히 90%에 달하지만 퀄컴·엔비디아 등이 잇달아 ARM 계열 프로세서 출시 및 개발에 나서며 x86의 입지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ARM 계열 프로세서가 PC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년 동안 2배 가까이 늘어났다. 애플은 지난 2020년부터 ARM 설계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칩을 맥북과 아이맥에 탑재하며 인텔의 아성을 넘보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칩 시대를 맞아 고성능(x86)과 저전력(ARM) 특화라는 각각의 확실한 영역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며 “내년은 PC와 스마트폰에 구현된 AI 서비스를 사용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가늠할 ‘AI 상용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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