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소속, 시사라디오 진행 못 시켜" KBS 임원·간부들 인식?

이경태 2023. 12. 1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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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언론노조 소속 인사는 KBS 시사 라디오 방송 진행자로 쓸 수 없다'는 내부 녹취록이 18일 공개됐다.

소속 노조를 이유로 업무에 차별에 둔다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비판과 함께 사실상 방송법과 KBS 편성규약을 어긴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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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록 공개한 고민정 "좌표 찍고 마녀사냥, 편성규약 정면 위배"... 박민 "조사는 해보겠다"

[이경태 기자]

 18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KBS 박민 사장이 자리에 앉아 있다. 2023.12.18
ⓒ 연합뉴스
'민주노총 언론노조 소속 인사는 KBS 시사 라디오 방송 진행자로 쓸 수 없다'는 내부 녹취록이 18일 공개됐다. 소속 노조를 이유로 업무에 차별에 둔다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비판과 함께 사실상 방송법과 KBS 편성규약을 어긴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한 'KBS1라디오 부서회의' 녹취록에 따르면, 한 간부가 "지금 이 체제에서, 사실은 제가 까놓고 얘기할게요. 이렇게 하드한 시사에 '2노조(민주노총 언론노조 KBS 본부) 진행자를 쓰는 건 아니다'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는 거든요. 임원 이하, 간부 사이에"라고 발언했다.

민주노총 언론노조 KBS 본부 소속 직원이 라디오 진행자로 거론되자 한 말이었다. 프로그램 제작진은 이에 "노조가 다르다는 이유로 이렇게 (진행자로는) 좀 어렵다고 얘기하시는 것은 업무나 기회에서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라며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거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항의했다.

박민 KBS 사장은 녹취록에 대한 사실확인이 우선이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런 지시나 발언이 있었는지 (사실로) 전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녹취만 틀면서 무조건 조치하라는 건 합당하지 않다. (해당 발언을 한) 그 분이 누구인지도 모르고"라면서 "지금 (녹취록이) 나왔으니 확인해보겠다. 조사해보겠다"고 답했다.

"'더 라이브' 폐지 누구와 논의했냐" 질문에 답변 가로막은 박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은 10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모습.
ⓒ 남소연
 
고민정 의원은 박민 KBS 사장 등을 대상으로 시사프로 '더 라이브' 폐지 및 9시 뉴스 앵커 교체 등에 대해 제대로 된 편성회의를 거쳤는지도 따졌다.

그는 "방송법 4조 2항은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하여 어떠한 규제나 간섭도 할 수 없다'고 돼 있고 KBS 방송규약은 '취재 및 제작 책임자는 방송의 적합성 판단 및 수정과 관련해 실무자와 성실히 협의하고 설명해야 한다'고 돼 있다"면서 "방송법 등을 위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박민 사장은 어떻게 조치를 취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박 사장은 "편성규약 위반의 주체가 누구인지, (위반) 내용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조치를 말하나)"라면서 "편성규약에 규정된 내용을 위반했다는 게 명백히 확인돼야 징계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런 문제가 제기되면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박민 사장은 편성본부장에게 '더 라이브' 폐지와 관련한 회의에 배석한 인사의 직책을 묻는 고 의원의 질문에 "구체적인 건 답하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상임위 관할 기관장이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차단하는 이례적인 경우였다.

즉각 고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의 반발이 잇따랐다. 고 의원은 "국회의원의 질문에 사장이 답하지 말라고 지시를 내리는 게 말이 되나. (박민 사장이) 과방위원장이냐"며 사과를 받아낼 것을 촉구했다. 하지만 회의 진행을 맡고 있던 여당 간사 박성중 의원은 박민 사장에게 사과 대신 발언 기회를 줬다.

박민 사장은 "(편성본부장의) 그 답변 자체가 방송법과 편성규약에 위반될 수 있다"며 "프로그램 개편, 진행자 교체 등은 편성 책임자들이 결정하는 것인데 그걸 누가 했냐고 외부에서 물어서 답하면 해당 담당자들이 어떻게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겠나.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에 고민정 의원은 해당 녹취록을 거론하면서 "좌표를 찍고 마녀사냥을 하면서 KBS 편성규약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중이다.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 것을 알아라는 발언도 나온다"고 질타했다. 아울러 "박민 사장이 편성본부장 등에게 어떤 조치를 취하는지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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