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 73분 날았다…"화성-18형 세번째 발사 성공 가능성"

이근평, 김하나 2023. 12. 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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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8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고체연료를 기반으로 한 화성-18형으로 추정된다. 올해에만 화성-18형을 세번째 시험발사한 셈인데, 미사일의 본격적인 성능 개량과 신뢰성 제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지난 7월 12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8형'을 시험발사했다고 1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김정은 당 총비서가 발사를 현지지도했다고 전했다. 노동신문


고체연료 ‘화성-18형’ 세 번째 시험발사 가능성


이날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국가안보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위원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경고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소위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데 이어 고체연료 사용 ICBM을 발사해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고 강력히 규탄했다.
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이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합참 청사 브리핑룸에서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북 경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NSC가 ‘고체연료 기반 ICBM’으로 규정한 건 이날 발사한 미사일을 화성-18형으로 보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재로선 화성-18형이 북한이 공개한 유일한 고체연료 기반 ICBM이다.

올해 처음 존재를 드러낸 화성-18형은 앞서 두 차례 시험발사가 이뤄졌다. 지난 4월 13일 북한이 처음으로 화성-18형을 시험발사했을 때 군 당국은 미사일이 1000㎞를 날아가면서 정점고도는 3000㎞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했다. 기본적인 기술 수준을 시험했다는 의미다.


사전 징후 탐지 어려운 고체연료…추력 신뢰성 확보에 주력


이후 북한은 성능을 크게 끌어올렸다. 지난 7월 12일 이뤄진 화성-18형 두 번째 시험발사에서 북한은 “미사일이 정점고도 6648.4㎞, 비행거리 1001.2㎞, 비행시간 4491초(약 75분)를 기록했다”며 1차 발사 때와 달리 세부 수치를 공개했다.

당시 정점고도와 비행시간은 역대 북한 ICBM 발사 중 최고 기록이었다. 정상각도로 발사하면 1만5000㎞를 날아가 미 전역을 사정권에 넣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한·일 군 당국의 발표를 종합하면 이번 미사일도 약 73분 간 비행하는 등 2차 발사 때와 비슷한 성능으로 시험발사에 성공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미가 화성-18형에 주목하는 이유는 북한의 첫 고체연료 ICBM으로서 지니는 위협 능력 때문이다. 고체연료 미사일은 연료와 산화제를 섞어 고체화하는 과정이 까다로워 액체연료보다 개발이 어렵지만, 연료를 실은 채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다. 또 지하 시설에 숨겨놨다가 유사시 꺼내 즉각 발사할 수 있어 한·미로서는 발사 징후 포착이 그만큼 어려울 수밖에 없다.


추력 기술 확보 후 재진입·다탄두 기술로 나아가나


북한이 지난 7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의 시험발사를 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
군 안팎에선 북한이 ICBM의 추력을 검증하기 위해 화성-18형 등의 추가 시험발사에 나선 뒤 조만간 ICBM 관련 나머지 기술을 본격적으로 확보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대기권 재진입 기술과 다탄두(MIRV)·후추진체(PBV) 기술이 대표적이다.

대기권을 벗어난 ICBM이 목표 지점을 타격하기 위해서는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섭씨 1만도의 고온을 버텨야 한다. 또 하나의 ICBM에 여러 핵탄두 또는 위장용 탄두를 실어 목표물 근처까지 보낸 뒤 탄두들을 분리·비행시키려면 MIRV·PBV 기술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 북한은 아직 이런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사일 전문가인 권용수 국방대 명예교수는 “ICBM의 정확성, 생존성과 직접 관련 있는 MIRV 기술 완성에 대한 다양한 시험발사 시도가 내년에 있을 것으로 본다”며 “화성-17·18형 등 ICBM의 실질적 전력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단거리·ICBM 번갈아 쏘기…전략·전술 운영 능력 키운다


북한이 탄도미사일의 작전 능력을 발전시키는 정황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은 전날(17일) 오후 10시 38분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쏘고 약 10시간 만에 ICBM을 발사했다. 이를 두고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ICBM을 번갈아 쏘며 탄도미사일의 전략과 전술적 운영능력까지 키우려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사시 발 빠르게 목표물에 적합한 탄도미사일을 꺼내 한국군뿐 아니라 본토에서 오는 미군의 증원 전력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이 한·미·일 대북 공조를 염두에 두고 잇따른 도발을 기획했다는 시각도 있다. 한·미·일이 이번 달 실시간 미사일 경보정보 공유를 정식으로 가동하기에 앞서 ‘떠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합참은 이날 “한·미·일은 공동 탐지 및 추적할 수 있는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며 “발사된 북한 탄도미사일 경보정보는 한·미·일 3자간 긴밀하게 공유됐다”고 강조했다.

또 미군은 북한이 ICBM을 발사하는 시간에 맞춰 동해 상공에 핵심 정찰기 RC-135S ‘코브라 볼’을 띄웠다. 전세계에서 미군만 3대를 운용하는 코브라 볼은 고성능 전자·광학 장비를 갖추고 있어 탄도미사일의 전자 신호와 궤적을 추적하는 데 특화돼 있다. 이와 관련, 일본을 방문 중인 존 아퀼리노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ICBM 발사징후를 사전 탐지해 한·미·일이 이틀 전 함정을 움직여 방어 태세를 강화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미 공군은 핵탐지정찰기도 추가로 실전 배치했다. 미 네브래스카주에 있는 오펏 공군기지는 이날 홈페이지에서 세 번째 WC-135R ‘콘스턴트 피닉스’가 운용 부대에 전달됐다고 공개했다. 해당 정찰기는 대기의 방사성 물질을 수집하는 등 핵 활동을 추적한다. 미국이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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