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기' 고발당한 증권사...개선 약속한 금투업계
[한국경제TV 조연 기자]
<앵커> 올해 각종 악재를 겪고 있는 증권사들이 이번에는 수천억원대의 '채권 돌려막기'로 고객의 수익률을 눈속임해온 것이 드러났습니다.
미래에셋과 하나, NH투자증권 등이 채권형 랩과 신탁에서 불법 자전거래를 해오다 무더기로 적발됐는데 수익만 중시하는 관행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증권업계는 신뢰 추락이라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정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조연 기자입니다.
<기자> 그동안 '업계 관행'이란 명분 아래 암묵적으로 이뤄졌던 '채권 돌려막기'에 대해 금융당국이 칼을 빼들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5월부터 진행된 채권형 랩·신탁 검사 결과 총 9개 증권사에서 불법 자전거래로 고객의 계좌 손실을 다른 고객 계좌로 전가한 사실이 다수 적발됐다고 밝혔습니다.
랩어카운트와 채권형 신탁은 고객의 여윳돈을 3~6개월 단기로 증권사가 맡아 운용하는 상품으로, 주로 법인 고객들이 이용해왔습니다.
증권사 금융상품 판매실적에서도 파생결합증권 다음으로 매출 비중이 크다보니, 증권사들은 더 높은 금리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상품 만기보다 긴 고위험 장기 채권에 투자(미스매칭 전략)한 뒤 이를 다른 증권사와 서로 비싸게 팔고 되사준 것(파킹&자전거래)입니다.
A증권사는 지난 1년여간 총 6천여회, 금액 규모로는 5천억원이 넘는 손실을 고객 간 전가했고, B증권사는 목표수익률 달성이 어려워지자 자체 자금으로 손실을 메꾸기도 했습니다.
자본시장법 상 증권사가 투자자에게 일정한 이익을 보장하거나 사후 제공하는 것은 금지되고 있지만, '큰손'인 법인 고객을 잡기 위한 편법이었습니다.
금감원은 9개 증권사의 운용역 30여명에 대해서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다고 보고 주요 혐의 사실을 수사당국에 제공할 방침입니다.
또 앞서 "증권사들의 불법적 영업관행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최고경영자에게 있다"고 의지를 드러낸 만큼, 일부 증권사 CEO는 감독 소홀, 위법행위 묵인 등의 혐의로 징계처분을 피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옵니다.
주가조작과 전산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벼랑에 내몰린 금융투자업계는 '미스매칭 운용'과 '장부가 평가' 관행 등 문제가 되는 투자 구조를 바꾸고 내부통제 강화에 나서겠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 최근 발생된 일련의 사건사고들로 인해 지금 우리는 다시 한번 신뢰 회복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시점을 맞이했습니다. 끊임없는 내부통제 역량 강화 노력을 통해 사고 방지와 투자자 권익 보호에 더욱 힘쓰도록…]
금감원은 이번에 확인된 위법 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 협회와 증권업계가 협의해 객관적인 가격 산정과 적법한 손해배상 절차 등을 거쳐 환매가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한국경제TV 조연입니다.
조연 기자 ycho@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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