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정유업계 "비산유국 '비애' 되풀이 우려…'친환경 원료' 정부 지원 절실"

오수진 2023. 12. 1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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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산업통상자원부 ‘2023 석유 컨퍼런스’ 개최…국내 업계 관계자 토론
정유사 "원료 수급 제한, 막대한 투자비 등 투자 제약 많아 사업 전개 어려워"
韓, 다른 나라 대비 정책 부실…"친환경 원료 활용 가능한 제도적 근거 마련해야"
18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석유산업의 신성장 전략과 친환경연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2023 석유 컨퍼런스’에서 토론자들이 Q&A를 진행하고 있다. ⓒ데일리안 오수진 기자

친환경 시대를 맞아 생존 위기에 내몰린 정유산업이 미래 전략 수립에 분주해졌다. 각국의 탄소중립 정책 기조가 글로벌 정유 감소를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수립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가장 보편적인 대응 방안으로 ‘친환경 연료’가 제시되고 있으나, 한국의 경우 제도적 장치가 미비해 관련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김철현 HD현대오일뱅크 중앙기술연구원 상무는 18일 서울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석유산업의 신성장 전략과 친환경연료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2023 석유 컨퍼런스’에서 “모든 분야에서 석유 수요가 감소되게 시작했다”며 “유럽의 정유사들은 이미 2010년 이후 CDU 가동율을 13%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유럽은 탄소중립을 위한 각국 정책에 가장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친환경 연료와 관련해서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앞서게 됐다. 유럽은 우선적으로 바이오연료 활용을 시작으로 이후 재생합성원료(E-Fuel) 시장에 진입하겠단 전략을 갖췄다. 미국, 아시아 등등 타국 정유사에서도 이와 동일한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김 상무는 “메이저 정유사들은 기존 공정을 전환하거나 신설하고, 연구개발 및 실증단계를 거치고 있다. 이후 추후 시설 투자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들 대비 대응이 늦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김 상무는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친환경 연료 투자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김영대 SK이노베이션 그린성장기술팀장은 현재와 같이 우리나라가 비산유국의 비애를 다시 겪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한국 정유사들도 전세계적인 탄소 감축 기조에 따라 ‘친환경’ 사업을 전개하고 있긴 하다. 특히 상승세를 탄 글로벌 활동량으로 항공유 수요가 갈수록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대다수의 정유사들은 지속가능한 항공유(SAF) 생산에 뛰어든 상태다. 주로 재활용원료를 혼합 정제하는 ‘혼합 투입(Co-Processing)’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김 팀장은 “국내 3대 정유사가 많이들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고, 조만간 사업화가 실현되지 않을까 싶다”며 “SK에서도 내년 하반기 정도에는 작게 프로세싱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막대한 투자비’들지만 ‘정부 정책’은 미비

친환경 연료 사업 추진에 있어 가장 우려되는 요소로는 ▲원료 수급 제한 ▲막대한 투자비 ▲관련 정책 미비 등을 꼽았다.

친환경 연료는 천문학적 투자비가 드는 것은 물론 현재로서 경제성도 좋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우리 나라의 경우 지리적 조건도 좋지 않아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요만큼 공급량이 따라가기 힘들 수도 있단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김 상무는 “우리나라는 친환경 원료를 수급하는 데 있어서도 지리적 조건도 좋지 않다. 바이오 원료는 기존 석유 원료와 경제성 측면 비교할 때 경제성이 나쁘더라도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원료 수급 제한이 있다”며 “이로 인해 E-Fuel을 해야하는데, E-Fuel 경우 경제성이 굉장히 좋지가 않다”고 설명했다.

정영광 에쓰오일 신사업부문장은 “모든 정유사들이 Co-Processing을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도 내년부터 이를 하려 하고 있고, 별도 전용 공장을 지으려고 검토 중이지만, 많이 언급된 것처럼 원료조달 한계와 투자비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지와 함께 민·관 협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상무는 “유럽과 일부 국가에서는 의무혼합제를 발표해 그나마 수요 예측이 가능하지만, 우리는 정확한 수요 예측이 안된다”며 “반면 투자금액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규모보다 훨씬 커 기업 측면에서 굉장한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망은 분명 친환경 쪽으로 갈 것으로 누구나 예상하나, 과연 수요가 얼마나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기업 측면에서는 과감한 투자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정 부문장은 “투자를 검토하는 입장에서 지금도 해외 기관이나 다른 국가에서 규제가 발표되는 것을 보면 우리가 대응이 늦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이에 맞게 투자를 유치하려면 기준이 정해져야하는데 이런 부분이 확실치 않다는 게 어렵다”고 언급했다.

김 팀장은 “바이오원료는 유감스럽게 한국에서 확보가 쉽지 않다. 중국이나 동남아에 집중돼있기에 제도적인 부분이 좀 더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환경 사업의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스타팅 포인트(시작점)’가 가장 중요할 것이란 의견이 제시됐다.

김 팀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이 사업을 장기적으로 보고 있지만, 이제 시작하는 스타팅포인트가 중요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우리가 SAF를 관심 있게 봤던 이유도 초기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투자를 한다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투자된 것들 대부분이 활용되고 효율화될 수 있게 진행하는 게 가장 첫 번째”라며 “바이오원료 수급을 위해서는 빨리 사업을 시작해 현재 관련 사업을 하는 회사들과 재빨리 손을 잡는게 탄력적이지 않을까 싶다.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각 기관, 업체들과 긴밀한 협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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