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CBM에 "한미일 공동대응 적극 추진"…심리전 재개 준비도 본격화

박현주, 김하나 2023. 12. 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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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준비 동향을 사전에 포착한 한ㆍ미ㆍ일은 북한이 18일 실제 도발을 감행하자 즉시 단합된 대응에 착수했다. 국내적으로는 '북한이 가장 아파하는 압박 수단'으로 꼽히는 대북 확성기 등 심리전 재개 준비는 물론 북한 수뇌부에 대한 참수작전 훈련 공개 검토도 거론된다.


"3국 공동대응 적극 추진"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체계를 활용해 한ㆍ미ㆍ일의 공동대응을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우리 영토와 국민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즉시 압도적으로 대응하라"면서다.
18일 북한이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자 개최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발언하는 모습. 대통령실.

실제 북한의 도발 직후 안보실장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급에서 3국 간 통화가 이뤄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조태용 실장,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아키바 다케오(秋葉剛男) 일본 국가안보국장 간 협의에서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협의에 대한 공약'에 따라 신속하게 논의가 이뤄졌음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3국 간 '협의에 대한 공약'은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위협에 대해 3국이 신속하게 협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또 "3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협력, 대북 독자·다자 제재 공조, 군사 분야 공동 대응, 북한 악성 사이버 활동 대응, 불법 외화벌이 차단 등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모습. 왼쪽부터 윤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연합뉴스.


"北, 도발로 안보 저해"


외교부도 이날 "북한의 전술핵 등 불법 핵 개발과 핵 선제 사용 위협이 역내 평화와 안전을 저해하는 근본 원인"이라며 "이는 한ㆍ미ㆍ일과 국제사회의 대북 공조를 더욱 강화해 북한 스스로 안보를 저해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북한의 중대 도발은 내년 6월까지 '한 몸'처럼 움직이는 확장억제 체제를 만들겠다는 한ㆍ미 구상에 더욱 동력을 실어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MBN에 출연해 미 전략자산의 추가 전개와 관련, "수일 이내로 협의하고 있다"며 "전략자산 전개에 따른 한미훈련, 한미일 훈련까지 염두에 두고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한ㆍ미ㆍ일 3국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9월, 지난달에 이어 추가적으로 연쇄 독자 대북 제재도 준비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추가 제재를 포함해 다양한 외교적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자금원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시도로, 정부는 뜻을 같이하는 국가의 대북 독자 제재가 중첩·교차하면 유엔 안보리 제재에 버금가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북한이 동해상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한 18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공군 오산기지에 F-16 전투기들이 이륙 대기를 하는 모습. 연합뉴스.


'트리거 조항'도 무력화


3국이 연쇄 제재에 힘을 쏟는 건 북한의 ICBM급 도발에도 무력한 안보리의 현실과 맞닿아있다. 유엔은 2017년 11월 북한의 ICBM '화성-15형' 발사에 대응해 채택한 결의 2397호에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쏠 경우 대북 원유·정유 반입을 더욱 제한하도록 결정한다"(28항)는 내용의 이른바 '트리거(trigger·방아쇠)' 조항을 명시했다. 방아쇠가 당겨지듯 북한의 ICBM 도발에 자동적으로 즉각 적용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에서 공개적으로 북한을 비호하면서 올해만 5차례에 달하는 ICBM 도발에도 트리거 조항은 단 한 번도 현실화하지 못했다. 사실상 의무 조항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발동을 위해선 추가 결의 채택이 필요하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유엔 안보리는 북한의 ICBM 발사와 관련해 조만간 긴급 회의를 소집할 예정이지만, 지난 2년간 앞선 회의와 마찬가지로 언론 성명 등 가장 낮은 수준의 결과물 도출도 없이 빈손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관련해 소집된 유엔 안보리 긴급회의. 유엔 웹티비 캡처.


심리전 준비 본격화하나


가장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안보리가 움직이지 않는 가운데 정부가 자체적으로 확성기 등 대북 심리전을 조만간 재개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2010년 천안함 폭침, 2015년 목함 지뢰 사건, 2016년 4차 핵실험 등 북한의 중대 도발 시 맞대응으로 대북 확성기를 다시 설치하거나 방송을 재개했다. 현재 비무장지대(DMZ) 내 확성기는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에 따라 모두 철거됐지만, 언제든 다시 설치할 수 있도록 시설 점검은 완료했다고 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심리전 재개 관련 법률 검토를 사실상 마치고 "필요 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남북관계발전법',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은 ▶확성기 방송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 ▶대북전단 살포를 형사 처벌 대상으로 정했는데, 확성기 방송 재개를 염두에 두고 유권 해석을 이미 거쳤다는 뜻이다.

2018년 5월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 소초 장병들이 1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 내 설치된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는 모습. 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이와 관련, 확성기 방송을 금지한 조항의 법적 근거는 ‘납북 합의 준수’인데, 같은 법에서 대통령이 남북합의서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정부가 선제적으로 남북합의를 무력화하는 데 대해서는 정치적 부담은 물론 법적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사시 김정은 등 북한 수뇌부 제거 작전에 나서 이른바 ‘참수부대’로 불리는 특수임무여단의 훈련 장면을 공개할 수도 있다. 신 장관은 이날 MBN에서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한다는 참수작전 훈련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참수(작전 훈련)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도 "옵션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주한미군은 트위터에 최근 주한 미 특수작전사령부의 그린베레(Green Beret)와 네이비실(Navy SEAL)이 한국 특수전사령부 등과 함께 2주간의 연합 훈련에 참가한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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