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에서 관리 받는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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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숙 기자]
지난 4월 처음으로 동네에서 골다공증 검사라는 걸 받았다. 골감소증이 시작됐다며 비타민D 주사를 맞거나 비타민제를 먹는 게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의사 선생님 앞에선 끄덕였으나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두 달 뒤 위내시경을 받으러 가는 김에 골다공증 검사를 또 신청했다. 이건 다른 병원이다. 그때보다 검사수치가 더 안 좋게 나왔다. 이쯤 되면 약을 먹어야 한단다. 권고가 아니라 경고 메시지다. 폐경 후 급속히 줄어든 에스트로겐과 유전의 영향이 크다고 하셨다.
우리 엄마 골다공증만 신경 썼었는데 나도 그러네. 골다공증 약과 비타민D 칼슘약을 처방받았다. 콜레스테롤이 높아 고지혈증 약 또한 덤으로 따라붙었다. 그리 많이 먹지도 않고 치킨이나 햄버거는 연중행사로 먹는구만 살짝 야속했다.
이 역시도 유전이니 약 먹으면서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라 하셨다. 약봉지를 앞에 두고 후유~ 하는 짧은 탄식이 나왔으나 뭐 나만 먹는 나이도 아니고 운동이나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두 곳의 검사결과가 왜 이리 다를까? 예방 차원으로도 약을 먹는 게 좋다고는 하지만 꽤나 큰 수치 차이가 궁금했다. 언니가 보건소에 가보라고 권해주었다.
보건소라~.
처음엔 썩 내키지 않았으나 주변에서 여러 명이 일러주기에 일단 예약을 했다. 예약하고 한 달 정도 기다리면 되고 검사비는 오천 원이다. 오천 원이라는 금액이 처음엔 나에게 의구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요즘은 내가 보건소를 홍보할 때 유용한 슬로건으로 쓰인다.
▲ 대사증후군 검사 대사증후군 검사 대상과 항목 상담과 관리에 대해 자세히 써놓은 내용입니다. |
ⓒ 백현숙 |
나와서 물어봐야지 하는 순간 이름이 불렸다. 결과지가 두 장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병원의 말이 맞기는 하다. 허리는 골감소증이 시작되었고 골반은 골다공증이라고 하니. 약 잘 먹고 열심히 운동하라는 보건소 선생님의 강한 멘트가 머리에 콕 박혔다. 사실 약을 받아놓고 먹은 날이 반 안 먹은 날이 반이었기 때문에. 디테일한 검사와 조언에 감사하며 진료실 문을 나섰다.
그리고 조금 전 봤던 고딕 글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물어보니 대사증후군 검진이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혈압, 혈당,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체성분을 검사하고 상담하며 지속적으로 관리해 주는 것이라 한다. 검사가능 여부를 묻자 20세 이상의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가능하단다. 국가검진을 받았어도 중복이 가능하다.
이 역시 예약해 검사를 받았다. 혈압, 혈당은 정상이고 콜레스테롤수치도 (드문드문이지만) 복용한 약 덕분에 꽤 낮아졌다.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보건소에 대한 고마움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그동안 보건소에 대해 갖고 있던 내 편견이 눈 녹듯 스르르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 보건소에서 받은 문자들 골다공증 검사와 대사증후군 검사 받은 후 요즘 보건소에서 받는 문자들입니다. |
ⓒ 백현숙 |
아침을 꼭 먹어라, 운동할 때 팔을 힘차게 저으면서 해라, 오늘 기분이 우울하지 않냐 우울하면 바로 연락하고 그렇지 않으면 6개월 후에 또 만나자는 문자를 보내준다. 처음엔 그냥 웃었으나 이젠 진심으로 웃는다.
아주 짧은 문구이고 참 사소한 내용이나 내 마음은 말랑말랑해진다. 마음을 움직이고 기분 좋게 하는 건 가벼우면서 별것 아닌 하지만 관심 가져주는 그런 말이나 행동인 것 같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런 소소한 마음 표현이 참 중요한 요즘이라 생각한다. 물론 보건소와 내가 가까운 사이는 아니지만 말이다. 이리하여 난 우리 區(구) 보건소에서 관리받는 사람이 되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스토리에도 송고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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